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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D-War) LA 촬영 탐방기

'디워(D-War)' LA 촬영 탐방기 06 (돈키호테)

by 김곧글 Kim Godgul 2021. 8. 18. 14:03

2007년에 만들었던 이미지

 

 

(2007년 8월 2일에 적었던 글을 약간 수정해서 재업)

 

 

 

드디어 ‘디워’가 상영되었다. 잘 되길 바란다. LA 촬영에서 심형래 감독의 의외의 모습, 이런 때도 있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디워 만들기 위해 6년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말도 마. 하~ 잠도 제대로 못 잘 때가 하루 이틀이 아냐." 그때 심감독의 눈빛은 '변방의 북소리', '영구와 땡칠이' 때와는 전혀 달랐다.

 


향간에 말이 많다. 다양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개 극단적이다. 양극화가 빈부격차를 논할 때말고도 여기에 있었다. 심감독은 도마위에 생선이 되었다. 만감이 교차하며 지느러미와 유선형 온몸을 펄럭이는 생선, 어떤이는 거의 숭배했고 어떤이는 거의 방석으로 깔고 앉았다.

 


누구라도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필자의 생각도 착각일 수 있다. 그러나 딱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누구에게나 장단점은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남녀 간의 사랑의 엔돌핀으로 성스러운 욕망시선의 교란은 영원히 반짝거리지 않는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의 수명과 경주할 뿐.

 


그러나 어떤이는 계속 사랑을 이어가고 어떤이는 사랑을 끊고 다른 사랑을 찾는다. 두 사람 중에 어떤이가 더 행복할까? 단도직입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누구나 늙는다는 거, 소멸한다는 거, 장점과 단점은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인다는 거, 그것을 냉정하게 표현해서 "그래도 장점이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말처럼 쉽게 행동하지 못 한다. 세간의 사람들이 한 인간에 대해 극단적인 평가를 쏟아내는 현상이 이상해 보이지만은 않다. 심감독은 그만큼 유명인이니까. 유명인의 비애겠지.

 


어쩌면 필자는 심감독이 영화 촬영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오랫동안 살펴봤던 영구 센터 직원이 아닌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미국인 LA 스탭들도 영구 센터 직원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디워 영화가 개봉한 것과는 그다지 무관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제외하고 말이다. 필자는 LA에서만 잠깐 동안 계약직으로 일했기 때문에 영구 센터 직원들이 품고 있는 회사와 심형래 대표에 대한 애뜻한 경이로움 같은 뭔가는 전혀 없다. 때문에 다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평론가, 영화 제작자, 영화 잡지 기자, 영화 관객 그 외 어떤 사람들이 심감독을 좋게 또는 나쁘게 평가하는 것은 그 나름의 관찰, 소문, 개인적인 이해관계 등등을 기반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심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어떠어떠하다.' 이것을 영화만을 보고 평가하는 것 외에 촬영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감독직을 수행했는가를 관찰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평가해버린다는 것은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가 코끼리 다리만을 만져보고 코끼리를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필자도 심감독에 대해서 잘은 모른다. 내막을 자세히는 모른다. LA에서 만난 사원들의 말대로 심감독이 용가리 영화로 어떤 사기를 당했고 어떻게 피해를 봤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감독이 아닐 때 그러니까 전설적인 코미디언 심형래는 어떤 인격인지, 어떤 사업가인지 전혀 모른다. 그런 부분에 관해서 심감독을 평가할 자격은 필자에게는 없다.

 


그러나 근 두 달 가까이 디워 LA 촬영 메이킹을 쫓아다니면서 가까이서 접했던 심감독의 전반적인 모습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비교적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LA 촬영장에 영구 아트 센터 직원들도 원정출산 아니 원정근무를 왔었다. 그러나 CG, 통역, 현장진행이었고 실제 촬영 현장에서 '영상미'와 관련된 직원은 없었다. 100% 영화의 영상에 관한 전문직원은 현지인 스탭들 뿐이었다는 얘기다. 영구 아트 센터 원정근무자들은 영화에 대해서 남다른 관찰력, 분석력, 제작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에 대해 얘기해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얼핏 느끼기에 CG를 정말 잘하고 그 업계에서 인정받는 매우 전문가처럼 보였고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확실한 것은 순수하게 영화 영상을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그 느낌. 레오나르 다빈치처럼 특별하지 않다면 인간은 대부분 전문적인 분야 단 한 개만을 깊숙이 파고든다. 그러기도 어렵지만 어떤이들은 고진감래한다. 필자가 만났던 그들은 CG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가였지 영화 자체를 깊게 파고든 전문가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여기서 어떤이는 "왜 이렇게 질질 끌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우선 첫 번째로 앞에서 말한 대로 필자만이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심감독을 감독으로써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심감독이 영화 자체의 꽤 많은 부분을 스스로 의도한대로 만들려고 심열을 기울여 노력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자신의 영화에 열정을 쏟지 않는 감독이 누가 있겠어?’ 라고 토로할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심감독은 좀 달랐다. 자신의 영화사를 지속시키고, 투자 받는 일에 직접 나서고, 회사를 경영하고, CG와 영화 미술 연구소를 운영하고, 영화의 전반적인 것을 지휘하고, 감독직까지 했다. 그것도 10년도 넘게 말이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제작한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자 역할과 ‘마이클 베이’ 감독 역할을 모두 겸했다고 생각해보라. 게다가 그 이상의 역할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대단하지 않은가? 어쨌든 간에 말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에겐 누구나 장단점이 있듯이 심감독에게도 단점이 존재했다. 이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엄청난 열정가, 실행가, 넘끼는 끼, 운영 능력, 어떤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광범위한 친화력, 오랫동안 지속하는 지구력 등등의 장점과 대비되는 단점은...

 


남다른 재능 넘치는 예술가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자신의 실력을 어떤 면에서 너무 과신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점은 어떤 관점에서는 장점이기도 하다. 자신의 작품을 보통 이상으로 사랑하고 꿈꾸고 애정을 쏟지 않는다면 수많은 사람에게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양보했더라면 어땠을까? 디워 시나리오를 말하는 거다.

 


필자가 LA 촬영장에서 읽어본 디워 시나리오에 대해서 지금 와서 이러쿵저러쿵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필자의 판단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그 당시에 심감독에게서 직접 들은 것 같다. 심감독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디워 시나리오 거의 다 내가 썼어. 때로는 밤새우기도 하고..."

 

그때는 차마 이렇게 대꾸할 수는 없었다. 그럴 입장도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했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현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굳이 그럴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전문 시나리오 작가와 협업을 했다고 해서 심감독님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어쩌면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일시적으로 참여했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 한 편이 나오려면 대개 시나리오 작가 몇 명을 거치면서 윤택하게 다듬어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민감하다. 필자가 전혀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다. 필자가 아는 것은 심감독이 디워의 시나리오를 거의 대부분 창작한 것 같다는 점이다. 솔직히 내용만을 보면 아이들의 상상력처럼 순수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시나리오에서 장점을 찾자면 이런 점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영화의 시나리오가 기똥차고 굉장해야 한다는 생각도 옳지만 모든 영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게다가 디워는 예술영화가 아니다. 칸느나 베니스에서 기립박수를 받고 개봉관에서는 파리 날리는 위대한 영화가 아니다. 모든 인간의 영화적 관점과 평가가 영화 잡지 기자, 평론가, 영화과 교수, 영화 매니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꽤 다를 때도 많다. 누군가 말했다. 영화 흥행을 예측하는 것은 주가를 예측하는 것에 비견된다고. 디워의 스토리가 영화 전문가나 영화 매니아들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할지 몰라도, 어떤 관객에게는 특별한 감동과 재미와 아드레날린을 제공했다.

 


한국인의 영원한 거대로봇 ‘로보트 태권 V’ 스토리와 캐릭터가 엄청나게 뛰어나서 오랫동안 회자되고 기억되며 심금을 울리는 것은 아니다. 그 외 요소들이 너무 많다. 헤아릴 수 없는 인간 각자의 무의식 또는 한반도라는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집단무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디워를 그런 시각으로 보면 어떨까?

 


추가로, 2021년 최근에 디워 영화를 다시 감상해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디워를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의 패턴을 거부하고 이색적인 구성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게다가 한국적인 것을 걸쭉하게 녹여내려고 노력한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예를 들어, 고전명작소설 ‘돈키호테’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돈키호테’가 출간되었을 때 그 시대에 나름 인기를 끈 소설이었지만 일종의 통속소설(현시대로 치면 웹소설)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전명작으로 재평가된 것은 수많은 세월이 흘러 낭만주의자들의 관점으로 재해석되면서였다. 

 


영화 디워를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와 비교하지 말고 다른 관점으로 애정을 갖고 감상한다면 나름 괜찮게 느껴질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유일한 단점은 전투 장면에서 정교한 구성 없이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늘어진다는 점뿐이다. 이야기 자체는 더 잘 구성하지 못해서 그렇지 뼈대는 충분히 괜찮게 봐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세월이 흘러 언젠가 디워와 심감독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더불어, 돈키호테의 파란만장한 모험을 영구에서 심감독에 이르기까지 대입해서 상징적으로 해석한다면... 전무후무한 흥미로운 실존 인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소설 '돈키호테'의 느낌을 기초로 심감독의 인생을 다룬 전기영화가 만들어져도 충분히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심감독이 모든 것을 잃고도 꿈속에서도 꿈꾸는 ‘디워2’가 만들어지기를 응원한다. 어떤 평범하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계속...

 


2007년 8월 2일 (초안)
2021년 8월 18일 (약간 수정)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