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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by 김곧글 Kim Godgul 2015. 11. 24. 18:30


  


요즘은 책을 펼칠 틈도 없이 일에 쫓기며 바쁘게 산다. 가끔 온라인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하지만, 마치 꾹 참았다가 오랜만에 만들어 먹는 떡볶이처럼, 두 눈에 불이 켜질 만큼 몰입해서 폭풍흡입하는 독서에 빨려드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야금야금 읽고, 어느덧 끝장이라는 목표지점에 도달한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작가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고 그의 유작까지 읽을 작정이다. 물론 그는 아직 살아있고 언제 유작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전까지 많은 작품이 출판되기를 기원해본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 매료되어 있다. 그의 수많은 작품 속 인물들이 나의 삶과 가치관과 생활상과 100% 일치하거나 직결되어 있지는 않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이 작품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독서의 시간이었다.  

  


이야기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작가의 문장 스타일처럼 말이다. 작가의 문장은 문뜩 숲속을 걷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낙엽과 같다. 숲속에 낙엽이 얼마나 흔한가? 그러나 작가만의 낙엽을 수북히 모아놓으면 아름답고 독보적인 작품이 형성된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독자층의 심금을 사로잡는 순수예술품.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올라 밤하늘의 은하수로 흘러간다. 

  


원래 작가의 문장이 매우 쉬운 편이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좀더 쉽게 (심플하게) 특징지어진 느낌이다. 다소 짧은 문장들이 많다.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쌓여진 문장들이 주는 매력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만의 예술성을 이루는 전매특허 재료일 것이다.  

  


이야기는 평범한 그래서 색채가 없다고 했던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의 젊은 시절 자아성찰 그리고 깊은 상실감에 대해 위로를 받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그것을 수많은 감성적인 문장들로 풀어내고 엮어낸 작가의 필력이 감탄스럽다. 어떤 면에서 수필적인 느낌의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닐 정도로 유명하지 않지만, 나름 역사와 전설의 명맥을 이어오는 숲속의 폭포를 감상하고 연못의 물을 마시는 느낌이다. 청명하고 담백한 맛이다. 세월이 흘러 다시 읽지 않을 이유가 없는 책이다.   

  

  

2015년 11월 24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