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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어스시 4 - 테하누 (The Earthsea Cycle 4 - Tehanu)

by 김곧글 Kim Godgul 2015. 12. 7. 19:44


몇년 전에 3권까지는 잘 읽었었는데 4권째는 최근에야 비로소 읽었다. 어떤 의미에서 시리즈 이전 작품보다 지루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달리 보면 그만큼 사실적인 느낌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판타지 소설이라면 의례 등장할 법한 소재들이 거의 등장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휘황찬란한 활약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자극적이고 흥미위주의 흔한 판타지 작품과 차별적이다.    

  


이전 책에서 주인공이었던 '게드(또는 새매)'가 마치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어떻게 보면 늙고 병든 '모세'를 형상화한 것 같다. 새로운 질서에 맞는 새로운 대현자의 출현을 위해서 세상의 신들이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는 새로운 대현자를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게드 또한 조연이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테나'라는 중년부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2권(닭살이 돋기까지 할 정도)에서 어린 여자가 세월이 흘러서 어느 덧 중년부인이 되었고 그녀의 여성적인 삶이 많은 이야기로 풀어진다. 판타지 세계에 살았던 여인의 인생수필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 다룬 이야기의 핵심은 어스시(Earthsea) 세계에 어느덧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그에 걸맞는 새로운 대현자가 출현하게 되는데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연히 아주 훌륭한 왕족 또는 귀족 계보에서는 아니다. 그런 것은 보통 B급 판타지에서나 등장할 설정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다소 힘들게 읽었지만, 명성만큼 그 어떤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판타지 장르소설이지만 순수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 '어슐러 르 귄(Ursula Le Guin)'의 소설들은 다소 미지근하지만, 여운이 있고 맑고 깊은 맛이 있는데 초창기 작품에서도 그렇게 살아숨쉬고있다.

  

  

2015년 12월 7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