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 Secret Sunshine
(2007년 8월 22일에 쓴 글. 2012년에 다시 읽어보니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문체가 낯설다. --;)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봤다. 훌륭한 상도 탓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고, 제2의 연기 물이 오른 여배우 홍보 카피도 그렇고, 긴 말 필요없는 감독의 지명도도 그렇고, 범접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알려져 기대치가 높아져서 그런지 참신성, 독창성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재밌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이끄는 힘이 있다. 장면 장면이 된장국처럼 달라붙는다. 이창동 감독 영화가 대개 주인공 1명에게 집중되듯이 이번에는 전도연이다.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에게 많이 감사해야한다. 다른 A급 여배우들도 탐냈을 것이다.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작품, 이런 작품 주연을 한다는 건 연기생활 필모그라피에 굵은 금가루를 뿌리는 것과 같기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오아시스보다 감흥이 덜했지만 좀 더 깊고 애매하고 현실적인 요소들은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른다. 캐릭터의 팔자는 참 극단적이다. 기구하다. 불쌍하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돌발 행동들이 충분히 이해간다.
내용상, 캐릭터 설정상 불만이 아니다. 분명히 감독의 예술관이 있기때문에 내가 관여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라면 이렇게 설정했을 거다. 나 나름의 설정이지 이게 더 좋았겠다고 어필하는 건 결코 아니다.
전도연의 남편과 아들, 둘 다 죽는 다는 설정이 너무 극단적이다. 그 정도의 충격이라면 어떤 광기나 미친짓을 해도 동정이 간다. 나라면, 그보다는 강도가 덜한 충격을 주겠다. 예를 들면 이혼. 이혼한 남편이 사업도 잘 되고, 새 부인과 너무도 행복하게 잘 산다.
아들은 처음에 어머니와 살겠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부자 아빠와 새엄마와 살겠다고 한다. 영화초반에. 결국 전도연의 부주의로 아들이 생사위기를 겪고 결국 남편이 양육하도록 법적인 조치가 정해진다.
때마침 정신적인 지주였던 전도연 어머니가 노환으로 돌아가신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려다가 사기를 당해서 재산을 거의 날린다. 단칸 방에서 술마시면 홀로 지낸다.
전도연 주인공은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는다. 교회를 나가게 된다. 희망을 찾는다. (중략) 어떤 사고로 전 남편의 새아내가 죽는다. 전 남편과 가까워지고 충동적으로 잠도 잔다.
그런데 얼마 후 전남편은 후배 소개로 새 여자와 결혼한다. 행복하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현실적으로 부유한 아버지를 또 택한다. 또 다시 홀로 된 전도연 주인공. 남동생 부부는 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이민간다. 세상에 혈육이라고는 아들밖에 없는 셈이다.
겨우 먹고 살만하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사기범(제비)에게 엄청난 돈을 날린다. 아들은 아버지 비용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전도연은 사기범에게 복수하려고 치밀하게 계획한다. 이전에는 안 했던 행동이다. 스스로도 가끔 놀란다. 마침내 살인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간다. 결정적인 순간에 살인을 하지 않는다.
며칠 간 집에서 몸살을 앓고 문득 일어나 수면제를 왕짱 먹는다. 죽고 싶은 거다. 그러나 이내 토하게 만들고 병원에 스스로 전화한다. 한강에 뛰어들려고 다리를 걷지만 감히 실행하지 못 한다. 집에 돌아오면서 미용실에서 머리를 짧게 자른다.
다음 날 등기우편이 배달된다. 미국에서 아들한테서 온 것이다. 아들이 캠퍼스 커플이 되었고 딸을 낳았다고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아버지한테는 아직 알리지 않았으니 어머니만 알고 있으라는 문구에서 전도연의 눈빛은 맑아진다. 대청소를 하고 수면제 약통, 농약을 문밖 쓰레기통에 내던진다.
써놓고 보니까 그다지 나아보이지 않는다. KBS 금요드라마 '사랑과 전쟁' 극장판이다. 인생은 너무 짧다. 세상은 악인도 많고 선인도 많고 무관한 사람 천지다. 한눈 팔지 말고 앞만보고 달리자. 자신의 행복, 의미는 42.195 보다 훨씬 먼 곳이다. 뫼비우스띠 만큼의 거리다.
2007 08 22 김곧글 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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