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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에일리언 1편 (Alien, 1979)를 보고 새롭게 알게 된 것

by 김곧글 Kim Godgul 2017. 7. 23. 20:47





내친김에 옛날 ‘에일리언(1979)’을 다시 감상했다. 지금까지 여러 번 감상했지만 이번에 알게 된 새로운 것이 있어 몇 자 끄적여 본다. 아마도 어떤 영화 이론서나 잡지나 기타 문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일 것이다.


모든 예술 작품에 공통적인데, 눈에 보이는 것이 실제로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궁금해서 알아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창작자가 간절히 알아주기를 바랬다면 작품 속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표시했을 것이고, 두리뭉실하게 암시하듯이 표시했다면 알아주면 좋고 몰라도 상관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화 ‘에일리언’에서 극악무도한 외계 생명체 ‘에일리언’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냥 인간에게 적대적인 외계인의 차별화된 모습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왜냐하면 그 이전까지 등장한 수많은 기존의 외계인의 성격과 다른 점이 확연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에일리언 시리즈의 1편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품에서 떠난 2편부터는 흔적만 조금 남아있을 뿐이다.)


영화 ‘에일리언(1979)’의 배경은 특이하게도 전적으로 어떤 기업체가 머나먼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선 노스트로모를 총괄하고 지배하는 미래이다. 사이버펑크 장르가 유행했던 1984년(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 소설이 출간된 해) 이후부터 요즘 시대까지 특이한 설정이 아니지만 1979년 당시만 해도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우주선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미래가 배경이라면 대개는 국가, 국가연합, 우주연합, 제국, 공화국, 왕국 등의 사회가 설정되기 마련인데 영화 에일리언에서는 그냥 회사만 언급될 뿐이다. 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주선 노스트로모는 어떤 회사의 광물 화물선이다. 승무원들은 어떤 새로운 일을 수행할 때마다 그에 따른 추가 수당을 받는지 논쟁을 벌일 정도이다. 노스트로모 화물선은 광물을 적재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도중인데, 마더(노스트로모의 메인컴퓨터)는 예정보다 훨씬 빨리 동면을 해제하고 승무원 전원을 깨운다. 이유는 근처의 어떤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가 보낸 것 같은 신호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곳을 탐사하도록 지시한다. 이때 어떤 승무원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조항은 계약에 없다는 둥 탐사를 거부하기도 한다. 결국 안드로이드 애쉬가 고용계약서로 업무내용을 확인시켜주고 회사의 지시를 따르도록 한다.


나중에 ‘리플리(시고니 위버)’는 마더 컴퓨터한테서 비밀정보를 알게 되고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회사에서 노스트로모 화물선의 가장 중요한 극비임무 중에 하나가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조사하고 견본을 채집하는 거라고 명시해놓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무엇보다 가장 우선적이다. 심지어 승무원의 희생도 무방하다(Crew Expendable). 이것은 회사의 막대한 이익 가능성을 위해 사원 승무원의 목숨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는 의미이다.


즉, 이 영화에서 ‘에일리언’이 상징하는 것은 1979년 당시 사회를 은유했다고 볼 때 일반적인 기업체에서 경영진, 주주,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지시하는 과도한 업무, 저임금 노동 착취, 복지 없는 임시직... 이런 류의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영화의 많은 상징이 술술 해석된다. (노스트로모는 왜 하필 광물 화물선이었냐도 간단히 해석된다. 승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의 블루칼라 노동자, 근로자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승무원의 희생을 불사하고 외계 생명체를 채집하라는 것은 회사의 극대화된 이익과 성장을 위해서 (요즘 시대 말로 혁신적인 이익을 위해서) 업무를 타이트하게 꽉꽉 조이거나 또는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을 간단하고 쉽게 생각하는 기업체의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에일리언이 인간의 몸속에 들어가서 잠복했다가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은 마치 과도한 업무 또는 기업체의 업무 중에 발생한 일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근로자가 급기야 음독자살을 선택하는 모습과 닮았다. (배가 터지기 전에 헛구역질을 하거나 피를 토하는 장면)


에일리언의 성격은 인간의 감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죽인다. 매우 지적이지만 감정이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마치 기업체가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수많은 근로자를 시시때때로 해고하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이야 다소 근로자(피고용인)들을 위한 법적 보호 제도가 많이 등장하고 개선되었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1979년에는 미국도 현시대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물며 한국을 비롯 전 세계는 더욱 불공정한 노동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관객들을 매료시켰을 것으로 생각된다. 에일리언의 비인격적인 무지막지만 공격으로 살아남지 못 하는 인간들을 감상하며 기업체의 최우선 목표 이익 추구로 인한 과도한 업무와 해고를 그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심정을 달랬을 것이다.



추가로, 다른 얘기지만, 1편의 주인공은 잘 알다시피 에일리언 이외에 ‘리플리’라는 여자 승무원인데 초반에서 중반까지 의외로 안드로이드 ‘애쉬’의 반응샷(어떤 장면의 중간 또는 끝에 특정한 인물의 감정이나 표정을 연출과 관련하여 의도적으로 보여줌)을 많이 보여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즉, 1편에서도 안드로이드는 매우 중요한 캐릭터였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프리퀄로 다시 시작한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안드로이드 데이비드가 주인공이나 다름없이 된 것이 최근의 의도만은 아닌 것이다. 1편에서부터 안드로이드 애쉬는 매우 중요한 캐릭터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애쉬를 연기한 ‘이안 홀름’의 명연기는 최신 시리즈의 마이클 패스벤더 못지않게 훌륭하다. '이안 홀름' 배우는 아마도 뤽 배송 감독의 '제 5원소'에서 코넬리우스 신부역으로 전세계 관객들에게 많이 알려졌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위에서 말한 상징적으로 해석한다면, 회사의 지시를 완전히 잘 따르는 일종의 엘리트 사원이다. 위에서 보기에 엘리트 사원이 있고,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보기에 엘리트 사원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것은 위에서 즉 경영진 측에서 보기에 엘리트 사원을 말한다. 자신의 승진과 성공을 위해서 다른 동료는 완전히 배재한다. 막무가내로 회사의 이익을 위한 지시를 충실히 따른다. 1편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참고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편에서 비숍이라는 안드로이드는 친 인간적이었다. 즉, 회사보다는 동료 인간을 위해 행동했다.)


한편, 에일리언의 피부색이 (1편을 기준으로) 왜 하필 온통 검은색이었을까? 이것도 위에서 말한 방식으로 해석하자면 보통 인간이 정상적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동안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노동(피고용)을 상징한 것이다. 노동(피고용)은 현대인에게 검은 그림자처럼 붙어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역사적으로 하층 노동자에게 매우 친숙한 석탄, 기름과 같은 색이기도 하다.


추가로, 에일리언의 혈액은 일종의 염산 같은 산성액체이고 인간과 우주선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데 이것은 기업체의 저비용 목적 또는 부실관리 또는 알면서도 숨긴 화학물질 관련 산업재해를 상징한다.


그리고 아래 이미지는 승무원들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장면인데 동면장치가 꽃잎의 형상을 연상시킨다. 이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기존의 설명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형태는 톱니바퀴 모양을 닮았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승무원들은 노동자 계층을 의미한다. 이해가 안 된다면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를 떠올려보자. 왜 꽃잎의 형상이어야 하는지 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왜 톱니바퀴 형상이어야하는지 바로 설명이 된다.




정리하자면, 이 영화에서 외계 생명체 '에일리언'이 상징하는 것은 기업체의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는 주는 무엇(극단적인 이익 달성 목표, 혁신적인 제품, 인사관리, 경영, 기업합병, 회사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로 잘못된 경영... 등등)이고, 무지막지한 잔혹함이 난무하는 '에일리언의 인간 공격'은 극대화된 기업의 목표 때문에 근로자들이 당하는 압박감, 근로자 해고, 과도한 노동, 복지 없는 임시직, 저비용 고효율을 극대화로 추구해서 근로자가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것, 수직관계로 인한 피로감, 사내외로 다양한 스트레스... 등등이다.


물론, 2017년 요즘에는 기업체와 근로자의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가 영화가 제작된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많이 개선되었고, 한편, 여전히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서로 만족하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아무튼, 위에서 말한 영화 ‘에일리언’의 상징들이 다소 과대망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에일리언 1편이 만들어진 해가 1979년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17년 7월 23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