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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엘비스(Elvis, 2022)

by 김곧글 Kim Godgul 2022. 8. 9. 19:15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2018)’가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빅히트를 날린 후, 예전 팝스타를 다룬 영화들이 심심찮게 만들어지는 추세이고 현재진행형이다. 그룹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을 다룬 영화처럼 특이한 형식은 번외로 하고서라도 말이다.

 


필자에게 얼핏 떠오르는 팝스타 관련 영화로는 배우 ‘발 킬머(Val Kilmer)’가 잘 나갔을 때 주연했고 당시 톱스타 감독이었던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이 만든 ‘도어스(The Doors, 1993)와 한국인에게는 생소했던 ’리치 발렌스‘의 불꽃 같은 청춘을 다룬 ’라 밤바(La Bamba, 1987)가 추억의 기억 속을 스쳐 지나간다. 시간 날 때 다시 감상해야겠다.

 


영화 ‘엘비스(Elvis, 2022)’는 해외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는 흥행하지 못한 것 같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약간 지루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나름 흥미롭고 재미있게 감상했다.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감독 특유의 몽타주,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미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국내 보통 관객이 빠져들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내용적으로 기대한 것과 딴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관객이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라 밤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서브 이야기는 비평가들이 좋아하는 사회, 문화 비평이 들어있더라도(안 들어있어도 상관없음) 메인 이야기는 러브스토리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영화 ‘엘비스’는 얼핏 세기의 톱스타에 관한 일반인이 모르는, 누구와 침대에서 뒤엉키는 러브스토리 라인은 거의 없고, 소위 매니저와 사업적 갈등을 주로 다루었기 때문에 국내 관객을 매료시키지 못한 것 같다.

 


솔직히 필자는 실제로 전설의 팝스타 ‘엘비스’의 음악과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 세대도 아니고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편적으로 에둘러서 말하자면, 예전에 국내 극장에서보다 몇 년 후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훨씬 인기가 많았던 영화 ‘트루 로맨스(True Romance, 1993)’의 남주인공 ‘클라렌스’가 시시때때로 엘비스의 찐팬이라고 열변했고, 심지어 화장실에 홀로 있을 때 상상으로 엘비스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나오는데, 액션 영화 남자 주인공이 엘비스에게 저렇게까지 빠져있다니... 당시에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졌었다. 그 당시 필자가 생각하기에 엘비스는 전설의 팝가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도 ‘레드 제플린’ 같은 하드록 밴드가 더 위대한 뮤지션(?)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남성팬보다는 여성팬들이 훨씬 많은 엘비스의 음악에 깊게 빠져들지는 않았다. 다소 굵고 느끼한 목소리와 몸짓이 진부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편견을 갖게 된 이유는 아마도 필자가 어렸을 때 국내 가수들 중에 주로 트로트 장르의 가수들이 엘비스의 느낌을 많이 수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요즘 시대와 달리 트로트 장르는 애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장르였다. 적어도 애들에게 세련되어 보이거나 멋있거나 선망되는 음악 장르는 아니었다. 오히려 소위 미국과 영국에서 유행했던 팝음악을 선망했다. 아마도 한국에서 미국의 팝음악이 매우 인기를 끌었던 시기는 80년대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이때는 팝음악이 몇 안되는 국내 라디오 음악 방송을 거의 점령했었는데 90년대 언젠가부터 국내 대중가요가 앞질러가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렇고...

 


(참고로, 영화 ‘트루 로맨스’가 몇 년 후에 국내 비디오 대여점에서 인기를 끌었던 큰 이유는 아마도 당시에 엄청 핫했던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단역으로 출연했던 작품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첫 번째 장편 시나리오였다는 점이 영화 매니아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추가로 영화 ‘안나(Anna)’를 마지막으로 휴업하고 있는 ‘뤽 베송(Luc Besson)’ 감독(차기작을 기대합니다)의 명작 ‘레옹(Leon)’에서 인상적인 악역으로 관객을 전율시켰던 ‘게리 올드만(Gary Oldman)’의 이색적인 캐릭터 단역도 한몫했다. 감독은 ‘탑건(Top Gun, 1986)’을 만든 고인 ‘토니 스콧’이었다.)

 


이 영화 ‘엘비스’를 감상하고 나서 엘비스를 좀더 다르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전에는 피상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했는데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그의 삶을 어렴풋이 살펴보면서, 확실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예술가적인 특출난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는 시대적 상황과 천운도 따라줘야했지만 본인이 그 왕관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하고 예술적 발현을 불태울 수 있는 재능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 ‘도어스’의 실제 전설의 록밴드 ‘도어스’의 보컬 ‘짐 모리슨’의 창법을 듣다보면 '엘비스'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가사와 음악이 전혀 다른 몽환적이고 사이키델릭적이었기에 차별적인 음악이었다.

 


여담이지만, 영화 ‘트루 로맨스’에서 남주인공이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는 금속 재질의 안경테의 특이한 선글라스를 착용했는데, 그 시절에는 전혀 몰랐는데 최근에 영화 ‘엘비스’를 보고나서 실제로 ‘엘비스’가 그런 스타일의 안경을 애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영화 ‘트루 로맨스’에서 남주인공이 ‘엘비스’의 찐팬이라는 설정을 선글라스라는 소품으로도 고증적으로 정확히 표현했던 것이다. 소위 디테일을 잘 살린 작품이었다.

 


영화 ‘엘비스’에서 엘비스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여성 관객이 ‘속옷’을 무대 위로 던지는 장면이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필자도 라디오를 많이 듣던 시절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80년대인가 팝가수 ‘레이프가렛(Leif Per Garrett)’이 내한 공연을 했는데 국내 여성팬이 속옷을 그에게 던졌다고 했다. 추측해보면, 그때 그 국내 여성팬은 당시에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미국 문화를 잘 알고 있었고 ‘엘비스’ 공연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어서 국내에서 똑같이 최초로 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2022년 8월 9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