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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범죄도시2 (The Roundup, 2022)

by 김곧글 Kim Godgul 2022. 8. 14. 11:14

 

 

마석도(마동석 분)은 요즘 시대 버전 수년 전의 ‘강철중(설경구 분)’인 듯하다. 약간의 차이점이라면 마석도는 요즘 전반적인 젊은세대의 사고방식, 가치관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세월이 흐를수록 특별히 큰 재해(천재지변, 전쟁)이 없다면 인간의 평균 지능지수는 점점 높아진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것도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쉽게 말해서, 마석도와 강철중은 똑같이 안하무인, 무대뽀, 독불장군, 독고다이, 아웃사이더, 서민들의 속마음을 위로해주는 희소한 공권력이지만, 마석도는 강철중보다 지능적이고 영리하고 냉정하게(쿨하게) 일을 처리한다. 마치 강철중이 살았던 시대는 록 음악이 어느 정도 힘을 썼던 시대였다면, 마석도가 살아가는 요즘 시대는 힙합이 주류인 것과 매칭된다.

 

 

아마도 대다수 한국영화 관객은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 물을 매우 재밌게 감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형 슈퍼히어로 물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 대신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마석도 같은 캐릭터로 대리 만족하는 듯하다. 얼핏 보면,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자국판 슈퍼히어로 물이 심심찮게 (비록 작품성과 흥행성은 별로라고 하더라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또 모른다. ‘부산행’ 같은 한국형 좀비 장르 영화가 국내외에서 흥행했던 것처럼 향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단정할 수 없기는 하다.

 


영화 ‘범죄도시2’는 전체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감상했다. 올해 국내 영화 중에서 진정으로 가장 흥행한 영화가 아닐까 예상된다. ‘이순신 장군’을 다룬 국내영화도 현재 상영중이지만 다소 다른 경우(매우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되기에 실질적인 알짜배기 흥행작은 ‘범죄도시2’라고 생각된다.

 


한편, 영화 ‘범죄도시2’가 요즘 시대 한국 관객 1200만명을 매료시킨 이유는 뭘까?를 생각해보면서 최근 한국 영화의 추세(경향, 흐름)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마석도’ 캐릭터는 이미 수년 전에 ‘강철중’ 캐릭터의 흥행 대박으로 (적어도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신용할 수 있는 한국형 히어로였다.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는 여러 유머러스한 코드도 나름 여러 세대와 계층에서 수용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설령 느끼할 수도 있는 것은 생각할 틈도 없이 다음 이야기로 쭉쭉 잘 넘어갔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가 감상글을 적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인데, 범죄자들의 섬뜩함과 잔혹성이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함과 뒤섞여서 더욱 섬뜩하고 잔혹해 보였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최고상 수상을 했던 ‘티탄(Titan, 2021)’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정확히는 중간에 보다가 멈췄는데, 잔혹한 장면이 줄줄이 이어졌고 내용도 흥미롭지 않아서 씁쓸했던 적이 있다. 그래도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섬뜩하고 잔혹하다는 것을 초반부터 예상할 수 있는 장르가 명확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관객은 선택할 수 있고 감상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범죄도시2’같은 경우는 유머러스함과 잔혹함과 섬뜩함이 뒤섞여 있는데 비록 필자는 방에서 형광등을 켜고 컴퓨터 모니터로 감상했지만, 수많은 1200만 관객은 제대로 된 시스템의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감상하면서 열광(흥행)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대차이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즘 시대 핵심 젊은세대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무의식적으로 이런 면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즉, 영화 자체는 기존과 차별되게 이렇게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충분히 좋은 시도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1200만 관객을 매료시켰다는 것은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요즘 뉴스나 범죄 관련 교양프로를 보면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잔혹한(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인간성 측면도 포함) 범죄가 다양하게 발생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성년자 범죄도 갈수록 늘어난다. 잔혹한 데이트폭력, 촌철살인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구 문화권에서 발생하는 범죄들이 생소하고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고 느껴졌던 때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해들 거듭할수록 미래에는 더욱 더) 한국에서도 현재 서구문화권(주로 영국, 미국, 일본)에서 발생하는 범죄와 같은 형태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예상(그렇다고 영화 ‘마이너러티 리포트’의 범죄 예상은 아니지만)을 지지하는 것은 이 영화 ‘범죄도시2’의 국내 초대박 흥행성으로 감지할 수 있는 현재 주류 세대에 보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무의식(유머스러함(또는 행복감, 즐거움, 나른함, 여유, 자기애)과 잔혹함(또는 절망감, 패배감, 무기력증, 불안, 충동, 우울)이 뒤섞여서 멘틀의 용암처럼 꿈틀거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던 것에 있다. 나아가서, 이 무의식의 용암이 언제 표면적으로 분출될 지 알 수 없는 모습이 시시각각 진화하고 있는 미래의 인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또한 아마도 거의 앞으로 한국 영화는 현재보다 더 많이 잔혹한 장면들이 출현할 것 같다. 투자자 입장에서 흥행성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의 적나라하게 찐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사회 분위기가 매우 보수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거의 없을 것이고 옛날 영화를 감상해야 할 것이다. 큰 돈을 들여서 영화를 제작했는데 어디서 어떤 부분이 어떻다는 이유로 남녀 간의 사랑을 왜 이따구로 표현했냐고 어쩌구 논쟁이 발생해서 흥행에 파리를 날리면 막대한 손해는 고스란히 영화 투자자들 몫이다. 아쉽지만 이런 경향이 있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추세는 전 세계의 어떤 지역의 영화도 큰 맥락에서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치 거의 같은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내리고 유명한 대도시 집값이 오르고 내리고 하는 일처럼 말이다.

 


2022년 8월 14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