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찌그러진 갑옷 기사가 절대악 용에 붙잡힌 공주 구하기 - 추격자 (2008, 국내영화)

by 김곧글 Kim Godgul 2008. 6. 29. 11:2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완전히 픽션이었다면 여자를 구하는 해피엔딩였을지도 모른다. 실화를 뼈대로한 픽션이라 끝내 여자를 구하지 못 한다. 용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하러 험난한 고행과 사투하는 중세 기사도 원형을 담았다. 자칫 다큐멘터리성 기록영화가 될 뻔한 소재를 ‘탐정+스릴러+호러’ 혼합하여 상업 장르영화로 출중하게 만들어냈다.

탐정물의 흔한 패턴을 선택하지 않았다. 초반에 범인이 잡힌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범행 증거를 한정된 시간내에 찾아내야하는 패턴도 아니다. 경찰이 그 일을 하지만 핵심 줄기보다 한단계 아래다. 녹슨 칼과 찌그러진 갑옷을 착용한 아웃사이더 기사(knight)가 절대악 용이 자신의 은밀한 성(castle)에 포획한 공주가 아직 살아있다고 혼자만 확신하고 한정된 시간내에 그녀를 구하려는 사투가 핵심 줄기다.

주인공 엄중호(김윤석 분)는 불법행위로 마을에서 쫓겨난 총잡이다. 기사단에서 불명예 제대했고, 브러진 날개를 펄럭이는 아웃사이더 주인공이다. 그것도 모자라 ‘텔레(tele)포주’가 현직이다. 소위 시커먼 날개 천사다.

엄중호 캐릭터의 추격 에너지는 이 영화의 백미다. 처음에는 단순히 떼인 돈 때문에 달려들었지만 미진(서영희 분)의 어린 딸을 보며 더 열정적으로 2박3일 사투추격 한다. 미진의 어린 딸과 동행하면서 검은 날개 포주의 색깔이 다소 회색으로 변한 셈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모르지만 관객은 안다.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닌 엄중호의 속내를…

때문에 이 영화는 상업영화로 성공했다. 보통 관객이 감정이입되기 편한 아웃사이더 영웅상이기 때문이다. 포주는 쓰레기지만 여자 아이와 그녀의 어머니를 위해 열정적으로 고행하는 주인공의 직업이 뭐든지 간에 일단 관객은 상영시간만이라도 그를 응원한다. 게다가 누구도 하류층 모녀를 생각조차 안하는 배경이다.

법의 맹점으로 결국 절대악 용은 끝까지 감춘 자신의 성으로 귀환한다. 그 성을 힘겹게 탈출한 공주는 영화 내내 열정적으로 쫓았던 엄중호 기사를 만나지 못 하고 용의 발톱에 의해 불운하게 운명을 달리한다. 대부분의 관객은 안타까워하고 허탈해하는 엄중호의 슬로우 모션을 보며 동질감 제대로 느꼈을 것이다.

마침내 최종 보스전이다. 대개 영웅이 그렇듯 주인공 홀로 절대악과 최후의 혈투를 벌린다. 응원하는 팬도 없다. 이기나 지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절대악을 물리쳐도 쫓겨난 마을에서 다시 받아주지도 않는다. 이야기의 시작 때처럼 찌그러진 갑옷 기사 엄중호는 묵묵히 본업으로 되돌아간다. 황야를 떠돌아야하는 영웅의 팔자다. 그의 영웅담은 후세에 간간히 전해질 뿐이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 되었던 무거운 다큐멘터리성 소재를 상업영화로 어떻게 만들면 흥행에 좋은 결과가 나올지 힌트주는 영화다. 사회적으로 별볼일 없는 하류 직업인이 특별한 댓가 없이 역시 하류층 모녀를 위해 절대악과 싸우는 에너지는 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성의 매력이다.

이전 감상글에 적었듯이 상업 장르영화에서는 반드시 감정이입할 영웅이 존재해야 보통 관객이 영화에 빠져든다. 꽤 무겁고 심각한 소재를 그 무거움을 회손시키지 않으면서 상업영화로서의 본업도 훌륭히 해냈다.

새로운 탐정+스릴러+호러 장르영화다. 나홍진 감독은 이런 장르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보인다. 십중팔구 나감독은 기존 영화 매니아가 아닐 것이다. 기존 것을 적절히 재창조한 느낌의 영상미가 드물다. (충무로 액션파, 일본 영화 매니아파, 헐리우드 영화 매니아파, 홍콩 영화 매니아파, 대만 중국 예술 영화파, 유럽파… 등등에 속하지 않는다. 물론 TV 드라마적이지도 않고 충무로 본토적인 영상미도 아니다.) 신선한 장르영화 영상미다. 이야기 전개도 평범하지 않지만 장면, 씬, 컷, 카메라 앵글도 식상스럽지 않다. 게다가 그 결합체도 새로운 감각이다. 어쩌면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일리언1편을 내놓았을 때의 신선함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연출력도 남다르다. 차기작이 기대된다. 액션, 스릴러, 호러 장르를 잘 만들 것 같다. 이 장르에 남다른 실력을 가진 듯 하다. 어쩌면 일본, 헐리우드에서도 통할 수 있는 연출력이다.

2008년 6월 29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