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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어떤 의미에서 최진실은 행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by 김곧글 Kim Godgul 2008. 10. 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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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진실이 한국 땅의 TV 연기자 중 최고였던 시대가 있었던 것은 진실이다. 한 시대를 화려하게 풍미했던 거물 여배우였다. 개인적으로 특정 대중 예술가가 불미스럽게 죽었을 때 적잖게 큰 대못을 가슴에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는 커트 코베인(Curt Cobain, Nirvana 그룹 리더)이 자살했을 때다. 그 특유의 열정적인 노래와 사운드 창작물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니... 그 정도에 훨씬 못 미치지만 나 자신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지만 최진실이 자살한 것은 인간의 삶, 세상, 역사, 문명, 성공, 행복, 존재론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어떤 의미에서 최진실은 행복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최진실은 자신의 평생 직업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왕좌에 등극했었다. 언제까지나 정상에 머무를 수는 없는 게 인간 세상의 섭리다. 아무리 높은 산을 정복했다쳐도 하산해야 한다. 하산 도중 감당하기 힘든 맹수를 피하지 못 해서 불행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맹수는 타인을 괴롭히면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정체를 잘 숨기는 현대 문명인들의 합체머신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비범한 인물은 대개 우울증 증세도 빈번하고 보통 사람보다 깊고 진하다고 한다. 특히 감수성을 표현하는 분야일수록 더 심하다고 한다. 수학, 과학, 무용, 음악, 미술에서는 적지만, 시, 소설, 철학 분야에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감수성 영역의 의식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으로 예상들 한다. 그렇다고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자살한 모든 예술가가 비범한 업적을 이룬 것도 아니고, 자살 안 한 예술가는 비범한 업적을 이루지 못 한다는 것도 아니다.

비범한 업적은 어떤 사회, 문명, 인류사에 큰 영향력 또는 도약을 제공한 것이다. 왜 어떤 특정 인간들은 수백만명이 못 하는 어떤 일을 해내는지 규명되지는 못 했다. 소위 천재라고도 하지만 '천재'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한자, 영어를 달달 외우고, 수학 문제를 잘 풀고, 피아노를 기똥차게 치는 정도를 포함하지만 그 보다 훨씬 넓다. 그래서 어떤 책에서는 '비범한 행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어려서 천재 소리 못 들었지만 커서 비범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어려서 천재 소리 들으며 자란 이들보다 훨씬 많다.

최진실은 자신의 분야, 방송 연기자 분야에서 비범한 업적을 남겼다. 한 번이라면 운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여러 번 실현했다. 보통 사람들은 꿈도 꾸기 힘들 일을 여러 번 실행한 셈이다. 그것은 수많은 연기자, 드라마 작가, 연출가, 기획자, 광고주, 연기후배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줬다. 최진실의 쾌활하고 건강하고 밝고 열정적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캐릭터는 한반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 아이콘이었다. 그런 면에서 최진실은 자신의 분야에서 비범한 행적을 남기고 수많은 후대인에게 영향을 끼쳤으므로 그 자신의 삶이 충분히 가치있었다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후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 하면 가치있는 삶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헌신해서 살다가 죽는다. 지구상 대다수 인류의 삶이 그렇다. 그것은 본능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인류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에너지를 제공한 '비범한 인물'은 특별한 행복과 삶의 존재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분히 개인차가 있는 기준일 뿐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알아줄 것이다.

비범한 행적을 남기는 이들은 보통 사람보다 많이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특별한 행적에 대한 댓가인지도 모른다. 또는 우울증을 깊이 겪는 사람들 중에 몇몇은 특별한 재능을 발휘한다고 볼 수도 있다. 우울증과 조광증(극도로 활기차고 화사해지는 기분 상태)을 바이오리듬 비슷하게 반복했던 '비범한 인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반드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종종 그렇다고 한다. 이런 인류의 신비스런 일을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부닥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당사자는 더더욱 이 섭리를 인지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비범한 행적을 인류사에 남기는 일을 지속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울증 치료제를 꼭 복용하라는 뜻이 아니다. 치료제는 보조이지 핵심이 아니다. 자신의 깊고 잦은 우울증을 인지해서 적절히 풀어주는 해소법을 개발해서 스스로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범한 업적'을 해내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몸이 아니다. 인류 전체의 몸이기도 하다. 동화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왕, 여왕, 왕자, 공주는 현대적 의미로 은유 해석하면 비범한 업적으로 등극한 인물이다. 이들이 한 인간의 목숨을 넘어서 한 왕국의 상징적인 존재다. 수많은 백성들에게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그 무엇이다. 권력은 없지만 수많은 사람의 삶 속을 비옥하게 해준다.

한편, 평범하게 살았고 불운이 겹쳐 삶에 희망을 잃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서 자신의 삶을 지속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 세상이 아름답고 감사하다는 뜻이 아니다. 관점에 따라 교육 정도에 따라 성장 배경에 따라 유전적인 기질에 따라 천차만별로 세상은 다르게 보여질 것이다. 세상은 그냥 세상일 뿐이다. 우주는 그냥 우주일 뿐이다. 인간은 그저 인간일 뿐이다. 세상과 인간에게 너무 기대가 크면 그것이 무너질 때 엄청난 상처를 받는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고 나쁜 사람도 많다. 세상은 밝은 지역도 많고 어두운 지역도 많다. 어두운 진공 우주에서 밝고 찬란한 별이 물질의 원소를 만들며 탄생한다. 세상에는 진실된 의미가 있는 것도 있고, 아무런 가치도 없으며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것도 수없이 많다. 덧없는 존재는 더없이 많다.

최진실의 실재 성격이 어떤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대략 이미지와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아마도 한반도에 수많은 열심히 사는 어머니들의 좋은 점들을 추려서 융합한 것인지도 모른다. 최진실이 만든 무엇에 보편적이며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베어있다. 그 보편성이 너무 넓어서 영화에서는 큰 성공을 하지 못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최진실이 90년대 TV 여배우 중 대표 아이콘이었다는 것은 진실이다. 많은 부를 쌓은 것을 제외하면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인생을 살며 겪는 크고 작은 고단함과 역경을 연상시키는 사생활을 살았다는 것도 그녀의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그 역경은 제2의 비범한 업적을 남기라는 운명의 메시지였는지도 모른다. 그 운명을 떨쳐버리고 싶다고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비록 불행하게 죽었지만 그녀의 비범한 행적은 대중예술 분야에서 깊고 오래동안 빛날 것이다.

2008년 10월 10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