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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영화는 영화다 (2008, 국내)

by 김곧글 Kim Godgul 2008. 11. 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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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팀이 만든 영화답게 김기덕 기류가 전체적으로 흐른다. 그래도 확실히 상업영화스러웠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지루한 장면 생략 하고 간결하게, 살살 고조시켜서 결말에 이르고 비장미 흐르는 아이러니한 결말 맺고 크레딧 올라간다.

이런 느낌도 있을 수 있구나. 나름 괜찮고 재밌게 봤다. 소지섭의 연기가 근사하다. 어찌보면 함께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고 감독의 연출이 좋았기 때문에 더욱 돋보였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지섭하면 떠오르는 '슬픈 눈으로 남녀 홀리는 비장한 사나이'를 계속 연기하는 것도 경계해야할 것이다. 어쨌튼 이 영화에서는 성공적이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영화를 망칠 정도는 아니다. 어찌보면 아쉬운 점 때문에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저예산 느낌이 많이 나고 어떤 장면에서는 좀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찍었으면 좋았겠다. 아무래도 김기덕 연출 스타일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인가보다. 그래도 김기덕 영화처럼 독특한 예술성이 많지는 않았고 일반인의 영화보는 관습을 지나치게 깨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보통 여느 상업영화에 비해서 약간 덜 다듬어진 느낌이었다.

여배우의 포스가 약했다. 연기 문제가 아니라 내용 자체에서 여배우에게 좀더 비중을 뒀더라면 어땠을까? 좀더 입체적인 느낌이 났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여자의 이미지가 너무 판에 박힌 그것이다. 입체적인 남자 둘이 주인공이기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었겠지만 웬지 두 명의 여자 이미지가 너무 진부하고 익숙한 모습이다.

그 외에 소지섭과 한솥밥을 먹은 조폭 졸개들에 대한 최후를 암시하는 굵직한 컷들, 소지섭을 외면한 회장의 이후행적에 대한 컷들이 없었던 게 아쉽게 느껴졌다.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윤택하게 해줄 컷들일 것이다.

뻔한 조폭영화가 아니라서 좋았다. 그러나 현대 배경에 액션 영화에서 멋있는 남자 캐릭터를 창조하려면 조폭 (또는 비슷한 무엇) 말고 없을까? 어렵긴 하다. 좀 다르게 발굴하면 흥행에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조폭에서만 재발굴하기도 좀 그렇고... 멜로 드라마라면 다양한 직업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할 수 있지만 액션 영화에서 조폭, 형사, 비슷한 무엇 아니면서 근사한 캐릭터를 찾는 것도 큰 일인 듯 하다.

2008년 11월 6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