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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심리 묘사가 세련된 영상미의 수작 - 마크 오브 엔젤 (Mark of an Angel, 2008)

by 김곧글 Kim Godgul 2008. 11. 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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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db.com 찾아보니 벨기에 출신 감독이지만 영화 배경은 파리 근교인 듯 하다. 원제목은 L‘Empreinte de l'ange 이다. 그저께 KBS2에서 방영했다. 간간히 괜찮은 영화를 TV에서 볼 수 있어 좋다. 게다가 더빙이 되었기에 케이블이나 컴퓨터로 보는 것보다 한층 더 몰입된다.

이런 정도의 수작 영화를 수입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중파 방송국의 사회적 공헌이자 책임일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 국내 영화만을 틀어준다고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국내 독립 영화만을 틀어준다고 그것도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만들어진 저예산, 중예산, 뻔하지 않은 이야기, 식상하지 않는 영상기법이 사용된 영화들을(다큐도 포함해서) 많이 방영하면 좋겠다. 국민 전체적으로 영상을 보는 수준이 높아져서 해로울 이유는 없다.

영화의 내용은 신문의 사건사고 정도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어머니의 신비한 능력'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신파조 영화 느낌마저 온다. 이 영화의 뛰어난 영상미는 세련미, 절제미, 섬세한 심리 묘사이며 관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한국에서는 정말 안 팔리는 장르지만 유럽에서는 절대적으로 잘 팔리는 장르, 탐정 스릴러 포맷을 따른다. 그렇다고 경찰과 범인의 숨막히는 추격이 난무하는 건 아니다. 주위로부터 신경과민으로까지 몰리면서 자신의 심증을 확인하려는 보통 아줌마의 여정이다.

내용 자체만을 따지면 대단한 무엇은 아니다. 그렇구나 할 정도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상미와 연출이 뛰어나다. 참신하다. 탁월하다. 남다른 재능이 엿보인다. 한국, 일본, 중국의 어떤 감독도 이런 연출력을 선보이지 않았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장면, 컷팅, 심리를 강조하는 푸른 조명, 긴장을 고조시키는 사운드, 전체적인 균형미도 뛰어나다.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영상미에 세련미가 있다는 점이 최근 한국 영화, 미드, 일드와 차이점이다.

한국, 일본의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박수 많이 받는 감상적인 내용, 아기자기한 세부묘사 기반 수작 영화를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인물의 섬세한 심리를 영상 미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키고 영화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게 적절히 커트해서 만드는지 수작을 보고 싶다면 바로 이 영화다. 이 감독의 차기 작품이 기다려진다. 새로운 영화적 맛을 느낀 것 같다.

공중파 TV에서 외화를 기왕에 방영할 거라면 이런 정도의 전 세계 영화를 골고루 보여주면 감사하겠다.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국민들에게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은 그 사회 구성원의 머릿속을 다양하게 풍요롭게 해주고 질적으로 향상시켜주는 길을 터주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2008년 11월 17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