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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고고70 - 촬영, 영상미는 최고였지만, 내용상 전반, 후반부의 부조화가 아쉽다.

by 김곧글 Kim Godgul 2008. 12.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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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국내 음악영화하면 익숙하게 '그런 내용이겠지'라는 식상한 상상을 비껴가지 못 한 것을 빼면 '고고70'은 영화적으로 잘 만들었다. 연출, 촬영, 영상미도 좋았고 지금까지 나온 국내영화 중에 라이브 공연 장면만을 따졌을 때 가장 좋다.

오직 아쉬운 점은 내용이다. 시나리오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앞장 섰고 초반부터 기분좋게 쌓아올린 상쾌한 분위기를 후반부에 상승시키지 않고 어두웠던 70년대 시대상을 너무 부각시켜서 영화적 재미를 떨어트렸다. 그런 패턴이라서 반드시 별로일 수는 없다. 취향 탓일 수도 있겠다. 주 관객층이 바뀌고 대중문화가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대 주 관객층의 감수정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황당한 결말일지 몰라도 초반의 유쾌하고 희망찬 분위기를 끝까지 몰고 갔으면 어땠을까? 그냥 순수하게 밴드의 생노병사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꼭 시대상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전달해야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영화 '스카우트'에서도 후반부에 매운 시대상 결론이 껄끄러웠다. '그 해 여름' 영화도 같은 맥락으로 껄끄러웠다. 이 영화도 같은 패턴이었다. 우회적으로 은유적으로 넌시지 시대상을 전달하고 초반의 분위기와 크게 어긋나지 않게 상승되어서 결론 맺었다면 어땠을까?

시대상을 넣고 안 넣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넣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70년대 또는 군사정권 또는 주한미군 관련 시대상을 넣고도 괜찮은 재미를 제공하고 흥행에 성공한 국내영화도 있기는 하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캐릭터가 좀더 다이나믹하게 살지 못 한 점도 아쉽다. 좀더 입체적이었다면 좋았겠다.

영화 '고고70'은 영상 미학적으로 괜찮다. 70년대 칙칙한 배경이지만 영상미는 21세기의 상쾌함이라 새로웠다. 콘서트 장면은 왠만한 록공연 영상미와 맞짱 뜬다. 현장감이 진하게 느껴진다. 다만 록 음악을 싫어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길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쨌튼 이 영화의 장점은 상쾌하고 미려한 색상의 영상미와 록 공연 실황 영상미다.

2008년 12월 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