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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렛 미 인 (2008) - 경계를 넘는 서정적인 러브 스토리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5. 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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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추위에 익숙해져야 하는 사람들의 의식주는 우리네와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신화(myth)의 형태도 사뭇 다를 것이다. 꼭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북유럽 신화는 웅장하지만 느와르 적이다. 냉혹하고 차가운 세계관이다. 북유럽 신들 중의 최고신은 '오딘'이다. 종국에는 신 종족과 거인 종족이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를 치른다. 그때를 위해 인간 세상에서 전사들이 죽으면 발키리(여신, 정령)들이 그들을 오딘 신의 궁전 '발할'로 데려가 편안히 쉬게 하며 라그나로크를 위해 대기 발령시킨다. 때문에 발키리 여신들은 인간과 자주 만나게 된다. 그래서 간혹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해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발키리 여신의 근본 정체성은 전쟁에서 죽은 전사를 오딘 궁전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아름다운 자태의 사신이다. 그런 발키리 여신의 이미지가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 렛 미 인(Let the Right One In, 2008)에서 뱀파이어 여주인공 '엘리(Eli)'에 투영된 것 같다. 비록 12살로 계속 살아가고 있지만, 보편적인 인간성도 없지만, 대개의 유럽풍 블랙동화가 그렇듯이 보편적 경계를 넘는 사랑을 한다. 12살 소년과 언제나 12살인 뱀파이어와의 사랑 이야기다.

슬픈 사랑이야기다. 북유럽의 혹독한 겨울 날씨만큼 슬픈 사랑이야기다. 그러나 영화 상영 동안만큼은 아름다운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무릇 인간은 누구나 근원적으로 '나만의 무엇'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한데, 소년에게 소녀 뱀프가 그렇고 소녀 뱀프에게 소년이 그렇다. 외로운 두 연인이 보편성을 넘는, 서로를 위해서 행동하는 사랑 이야기다. 끝부분 수영장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규모는 작지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줄만큼 감동적인 클라이막스 영상미다.

이창동 감독의 한국 영화 '오아시스'에서 두 연인의 사랑은 보편적인 이성 밖에 있는 사랑이다. 케서방(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 두 연인의 사랑도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윤리, 도덕, 이성 밖에 있는 사랑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이성 경계 밖에 있는 사랑, 이 영화도 그런 사랑을 서정적으로 담았다.

그렇다고 이런 블랙동화풍 러브 스토리가 무릇 관객들에게 '보편적인 사랑을 넘어서 비상식적인 강렬한 사랑을 하시요.'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 자신만의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고 진실된 사랑으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사랑에 매진하자는 정도일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누구의 정의도 완전히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어서, 누구의 정의도 완전히 오답이라고 말할 수 없어서, 그래서 천만 다행이다. 죽을 때까지 시도 때도 없이 사랑에 관해 생각했다면 그의 비문에는 '죽을 때까지 젊었었다'라고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지금 떠오르는 것은, '왕소라로 아이스크림 떠먹는 것이 사랑이다'

2009년 5월 23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