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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독특한 재난영화 - 노잉(Knowing 2009)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6. 2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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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재난장르와 다르다. 대부분은 성서의 '노아의 홍수' 패턴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신의 계시를 따르는(또는 불특정) 극소수의 몇 사람만 살아남고 대다수의 인류는 재난을 면치 못 한다. 모든 재난장르가 그랬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나름 히트했던 재난, SF 영화는 대개 그렇다. '노아의 홍수'와 비슷한 신화적 이야기는 전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 전승된다고 하니 인간의 근원적인 운명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노잉'은 기존의 재난장르와 차별된 개성이 있다. 선택받은 자들은 '남녀노소'가 아니라 '극소수의 이미 선택된 어린이' 뿐이다. 어린 아담과 이브 같은 존재들이다. 그래도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주인공을 포함 몇몇 사람들은 극적으로 생존하겠지... 보통 재난영화는 그러했으니까... 이 영화는 헐리우드 상업영화니까... 라는 보통 관객의 팝콘같은 상상을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 그러나 먼 우주 어딘가 지구같이 맑고 푸른 행성의 대지를 걸어가는 어린 아담과 이브는 주인공과 조연의 아들과 딸이다. 그나마 관객에게 여운을 준다. 그것은 먼 옛날 지구에서도 똑같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사건이라는 상상을 남긴다. 어쨌튼 인류를 대신하는 극소수 어린 인류가 저 멀리 어떤 행성에서 살아가니까 그렇게 비극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자식의 행복은 부모의 행복이고, 후손의 행복은 선조의 행복이니까.

'노잉'은 의문을 추격하는 스릴러적이면서 작은 규모의 드라마적인 요소도 강하다. 그렇지만 재난영화답게 인상적인 재난을 보여줄 때는 쌈박하게 화끈하고 웅장하고 심플하다. 영상을 이끌어가는 표현이 흔히 봤던 재난영화와 차별된다. 너무 흔한 헐리우드표 영웅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절제된 영상미가 영화를 돋보이게 한 것 같다. 

감독은 '알렉스 프로야스'인데 이소령의 아들 '브랜든 리'의 유작 '크로우(The Crow 1994)'로 일찌감치 세상에 존재감을 알렸었다. 크로우만큼 대박은 아니었지만 너무 힘이 들어갔는지 평론가들은 극찬했지만 대중은 시큰둥했던 '다크 시티'도 있고,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컷던 '아이 로봇'도 있다. 쪽박은 아니지만 큰 실패를 거치면서 마침내 성숙된 작품 '노잉'을 가져왔다. 이 감독의 남다른 재능은 영상미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솜씨는 다소 약한 편이다. 그래도 '노잉' 정도라면 헐리우드에서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있어 보인다.
 
감상적인 감동은 적고 누군가에겐 황당한 결말로 보일테지만,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은 현대적인 재난으로 포장된 신화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스릴러적인 섬세하고 짜임새있는 영상미도 돋보였다. 재난영화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6월 2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