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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트랜스포머 2 :: 현란한 놀이공원풍 액션 블록버스터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7. 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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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많은 시간 지나지 않아 출시된 시리즈물이 대개 그렇듯이 '트랜스포머2'도 규모는 더 커졌지만 신선함은 떨어졌고, 액션은 강해졌지만 구성은 늘어져서 깔끔하지 못 했고, 로봇은 다양해졌지만 인간들의 드라마는 더욱 그렇저럭해졌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는 충분히 만끽할 만하다. 눈과 귀가 즐겁다. 어린이를 동반하고 영화관에 가야할 상황에 좋을 법한 영화류다. 심각하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잠시 훌훌 떨쳐버리고 시원한 콜라 같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딱이다. 내 경우에는, 영화와 무관하고 가볍고 보편적인 헐리우드 영화류를 좋아하는 오래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이 영화를 봤었는데 이런 경우에도 부담없고 괜찮은 문화상품이다. 바야흐로 작금의 시기는 거대로봇 실사영화의 태동기다. 거대로봇 소재로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드라마가 담긴 실사영화를 원한다면 몇 년 또는 몇 십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서부영화 장르가 그랬고, 2차대전 영화 장르가 그랬고, 월남전 영화 장르가 그랬다. 

다들 예상했던 대로 고속도로에서 거대로봇이 현란하게 격투한다. 변신하는 거대로봇을 보는 눈이 즐거워한다. 무엇보다 전편에서도 그랬듯이 변신할 때 나오는 특유의 기계음 사운드가 귀를 매혹적으로 중독시킨다. 혹시 유명한 미국 영화제에서 트랜스포머가 상을 거뭐쥔다면 특수 시각 효과 관련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특수 음향 효과가 오히려 더 높은 자격이 있어 보인다. 거대로봇들이 변신하고 움직일 때 내는 효과음의 창조성을 높이 살 만하다. 은근히 중독성있고 매력적이다.

전편에서는 없었던 삼림지역에서도 격투한다. 그러나 분량이 길지 않고, 참신성도 다소 약했다. 험악한 산악에서 또는 반지의 제왕에서 나무의 정령들이 살 것 같은 깊은 수풀 지대에서 거대로봇들이 신명나게 쌈박질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다지 창의력이 없이 삼림 소재를 사용했다. 

중장비 차량들이 합체한 거대로봇은 홍보영상 보고 상상했던 기대감보다 시시했다. 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치밀하게 사건이 벌어졌어야 관객의 손에 땀이 났을 것이다. 주인공이 인간인 관계로 막강한 거대로봇의 심장으로 잠입해서 파괴하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줄 수 없는 이야기 배경이 아쉬울 뿐이다. 고래 배속에 들어갔던 영웅이 뚫고 나오는 신화와 민담의 모티프는 전 세계에 걸쳐 무수히 많다. 그런 소재를 좀더 맛있게 요리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이집트 사막에서 인류문화유산을 잘못 구워진 도자기 깨듯이 박살내며 현란하게 전투하는 장면은 좋았지만 공간이 넓었고 다소 우왕좌왕하는 구성미는 좀 아쉬웠다. 좀더 계산적이고 개연성있는 전투 장면을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인간보다 월등히 진보된 능력을 지닌 외계인이 이집트 피라밋과 관련되어 있다는 소재는 너무 많이 써먹은 것 같은데도 지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보편성을 선택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쉽게 쉽게 가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재밌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은 거대로봇의 현란한 전투 때문이다. 특유의 기계음도 좋았다.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놀이동산풍 블록버스터 영화다.

보편적인 남녀노소를 타겟으로 하는 만화스런 놀이동산 장르 영화에서는 드라마가 약해도 상관없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의 드라마를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스파이더맨1'을 추천해주고 싶다. 시대에 따라 다를테지만 '스파이더맨1'에서 만큼 양으로 드라마적 재료를 넣는다면 놀이동산 장르 영화는 훨씬 윤택해질 것이다. (본래 드라마 장르에서가 아니라 만화적인 블록버스터 장르 속에 드라마를 어느 정도 넣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작년 기사를 검색해보면 원래 '로보트 태권V' 실사영화가 올 여름에 트랜스포머2와 동시에 상영되어서 흥미로운 대결을 할 것 같다고 했었다. 아마도 '로보트 태권V'는 내년 여름에나 나올 것 같다. '트랜스포머3'이 나오기 전에는 반드시 나왔으면 좋겠다. 그 외에 일본 애니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거대로봇 실사영화가 해를 거듭할수록 만들어질 가능성은 높아지므로 은근히 기대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대박났는데 거대로봇 실사영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또는 경제적으로 그럴 엄두를 못 내는) 국내 영화사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멋지고 근사하고, 한국적인 정서가 베어있으면서 국제적으로도 통하는 거대로봇 실사영화를 보고 싶다. 꼭 태권브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트랜스포머 3편에서는 전철이 거대로봇으로 변신하는 소재가 넣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장면이 예고된 것은 아니지만 써먹어도 벌써 써먹을 법한 소재인데 아직 써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줄줄이 이었진 전철이 거대로봇으로 변신한다면 동양적인 용(범블이무기?) 또는 살찐 아나콘다를 닮을 지도 모르겠다.

2009년 7월 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