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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해운대, 김씨표류기, 10억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9. 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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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2009 국내)

해운대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재 한국 땅에서 영화관에 갈만한 보통사람의 눈높이와 사고에 매우 정확하게 명중했다는 점이다. 이 감독의 출세작 '두사부일체'도 비슷한 명중으로 성공했던 것 같다. 어떤 성격의 캐릭터를 보여줄까에서 그 선택이 보통 관객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시나리오에서 특히 초반부의 대사는 덜 다듬어지진 느낌이 들었다.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장르가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도 크게 개의치 않을 만했다. 또한 양념같이 들어가는 코믹 요소가 거친 요소를 희석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앞에서 말했듯이 캐릭터들 자체가 한국 관객들이 부담 없어 하는 캐릭터들이다.

거대한 CG는 훌륭했지만 배우들이 연기하는 로케이션에서의 장면은 약간 오점이 있었다. 특히 최만식(설경구 분)이 강연희(하지원 분)의 손을 잡고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그녀만이라도 살게 하려고 손을 놓는 장면에서 물살이 너무 약했다.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는 대는 정말 힘들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화면만을 보고는 '물살이 저 정도면 뱃사람 출신의 만식이라면 충분히 살겠는데 뭘 저렇게 오버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영화상에서 만식이 그냥 떠내려가면 얼마 못 가서 죽는다는, 하류 쪽에 위험한 뭔가 있다는 장면을 보여줬어야 관객들이 연희와 만식이 손잡고 있는 장점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화면이 없었던 점도 아쉬웠다. 그렇긴 하지만 찍기 힘들었을 촬영 각도와 편집과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엄청난 관객이 봤다고 해서 다소 기대를 했었는지,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느끼지 못 했다. 그저 괜찮은 흥행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났을 때 가슴에서 여운, 울림을 받지는 못 했다. 어떤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서 감정 이입되는 경우도 없었다. 어떤이는 할리우드식 영웅이 없어서 좋았다고 하지만, 역경을 해쳐나가서 어떤 성취를(그것이 작던지 크던지 아무도 모르고 자신만 알던지) 해내는 캐릭터를 볼 때 '저 놈 참 멋지군!'라는 생각을 하고 크고 작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그런 캐릭터는 없었다. 어쩌면 성취감을 느낀 것은 CG 쓰나미와 배급과 투자를 한 CJ 엔터테인먼트 뿐일지도 모른다. (이건 조크임)

영화를 다 보고, 이 정도 퀄리티면 500만 정도면 충분하겠는 걸, 라고 생각했었는데 훨씬 앞도적이어서 다소 놀랐다. 현대 한국 영화의 흥행성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더 보편적이고 평이한 지점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은 '김씨표류기'가 쪽박 난 것을 보고 더욱 짙어졌다.


김씨표류기(2009 국내)

영화가 잘 만들어졌느냐의 관점에서 보면 김씨표류기는 높은 수준이다. 영화는 흡인력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짜임새도 좋다. 메시지도 문화계 높은 곳에 있는 분들이 인정할 만한 것이고 적절히 요리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보통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못 했다는 점이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흥행적인 요소를 갖추지 못 했다.

기자시사회를 했을 때 엄청 칭찬했다. 그러나 결과는 쪽박이었다. 결국 보통 관객들은 기자나 평론가들과는 다른 판단으로 영화를 보고 즐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로는 일치하지만 때로는 일차하지 않을 때도 많은 것 같다.

흥행을 위해서 뻔하게 만든다면, 김씨가 떨어진 밤섬에 한 명이 더 떨어져서 서로 영역 싸움을 한다던가, 망원경으로 보는 또 한 사람이 더 있어서 두 사람이 밤섬의 김씨가 어떻게 할 거라고 내기를 걸며 무료함을 달랜다던가... 너무 돈이 많아서 무료함을 달래는 녀석이 그 게임을 시작했을까? 라고 생각하며 봤지만 오락성은 약하고 사회적 메시지만 노골적으로 남긴 영화 ‘10억’은 반대로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영화 완성도가 평이하다.


10억 (2009, 국내)

좀더 기발한 재미와 모험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다소 평이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악인이던지 선인이던지 특별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는 것도 아쉬웠다. 마지막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1등이 돈을 들고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그다지 괜찮은 결말 같지 않아 보인다. 돈가방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버려졌거나 정말 엉뚱한 사람이 들고 가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장PD(박희순 분)는 좀더 야비하고 잔인했어야 했고, 상황은 갈수록 태산이고 진퇴양난이어야 했고, 참가자들은 좀더 똑똑하고 현실적이고 다차원적이고 원초적이어야 했다.

결말에 장PD는 약속대로 10억을 1등에게 줄 정도로 이성적이고, 목적을 달성하자 자살할 정도로 죄책감도 지니고 있는 사람인데, 영화 중간에 카메라맨을 우발적이지 않은 이유로 죽이는 것이 캐릭터 설정에 일관성이 없어 보였다. 장PD라면 카메라맨을 죽이지 않아야 했다.

이런 류의 영화는 관객이 이미 비현실적인 세계, 액션 스릴러 만화를 보는 느낌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스토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재미도 없었다. (예를 들면, 어떤 이유로 외부에서 어떤 사람이 끼어들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는 설정)

아이디어는 괜찮았지만 영화 자체도 내용도 평이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직면에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엿보게 해주는 이야기를 한국의 보통 관객이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최근 국내에서 제작된 공포영화가 잘 안되는 이유도 그것일 수도 있다.

이런 컨셉의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하려면 코믹적이고 권선징악적이고 전통적인 사상도 배어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그래야 좋은 영화라는 뜻이 아니라 한국에서 흥행하는 영화가 그런 스타일 같다는 뜻이다. 한국 영화 시장의 특성일 뿐이다.

2009년 9월 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