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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디스트릭트 9 - 신선하고 심플하고 근사하다.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9. 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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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밝게 재잘거리는 인물이 다큐멘터리 영상미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다큐를 표방한 극영화는 아니다. 고의적으로 그 경계선에 위치한 모호한 형식미가 참신하게 돋보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극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다큐적인 영상미는 줄어든다. 설마 그 살살거리는 자가 주인공일 줄이야... 그가 감정을 쏟아내는 극영화의 주인공일 수밖에는 없는 이유가 발생하고, 그때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쏟아낸다.

2000년쯤에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다큐적인 영상미가 붐을 이뤘다. 핸드헬드, 흔들리는 카메라, 삐뚤어진 각도... 한편 이런 영상미는 90년대 뮤직비디오에 풍미했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그런 영상미는 아주 잠깐 양념으로 사용될 뿐 현저하게 줄었다. 관객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 영상미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남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디스트릭트 9'은 다큐적인 영상미를 전혀 껄끄럽지 않게 잘 살렸다.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심플하고 근사했다.

혹시 '인디펜던스 데이'를 재해석하거나 조금 변형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전혀 다른 영화였다. 하늘에 어마어마한 외계인 우주선이 떠있는 것으로 이 영화를 기존의 외계인 방문 영화와 비교한다면 오산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사건이 터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 영화가 대개 그렇듯이 작은 규모로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하고 현실감을 높여준다.

오락영화답게 긴장감은 서서히 증폭되고 상승한다. 그리고 액션의 강렬함도 짜릿함도 놓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영화는 2009년 가장 신선하고 참신한 재미를 준 웰센스(well-sense)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엑스박스 대박 게임 '헤일로'를 영화화하려다 제작비 문제로 취소되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아마도 이 감독은 1인칭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다.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영화가 나오기까지 '하프-라이프'라는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 같아 보인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 '클로버필드'에서 다소 실망했다면 이 영화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이지만 흔히 보이는 할리우드 액션 영웅은 아니다. 아마도 시리즈로 나올 것 같고, 어쩌면 TV 판으로 나올 수도 있는 배경과 소재다.

다큐적인 느낌으로 액션 극영화를 찍은 것 중에서 가장 훌륭한 영화인 것 같다. 내용과 별도로 극영화의 액션 형식미에 싫증이 났다면 이 영화를 보면 직방이다. 사막을 건너서 오아시스의 주점에서 마실 것 아무거나 달라고 주문했는데 주인장이 내놓은 막걸리를 한 모금에 들이켰을 때 느낌이 들 것이다.

2009년 9월 5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