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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차우(Chaw 2009) - 독특하고 매니악한 코믹스러움이 장점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10. 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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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창 CG를 내세우고 홍보에 앞장섰던 장르 영화 두 편이 국내 영화계에 이슈였었다. '해운대'와 이 영화 '차우'였다. '7급 공무원'을 비롯 요즘 웬만한 영화에는 알게 모르게 CG가 들어가므로 특별히 어떤 영화의 CG에 주목할 필요는 없는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해운대'와 '차우'는 CG로 만들어낸 존재가 주인공과 맞먹는 역할을 하는 영화였다는 점에서 다른 국내 영화와 남달랐다.

'해운대'의 쓰나미 관련 CG가 '괜찮다'였다면 '차우'는 '다소 미흡하다'였다. 그쪽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물과 동물 중에 어떤 CG가 표현하기 더 어려운지는 모르겠다. 단지 일개 관객의 입장에서 한 눈에 봤을 때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차우의 표정과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 했고, 경이로운 두려움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은 인간의 얼굴만을 인식하는 뇌부위가 따로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동물의 표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즉, 실제로 쓰나미와 차우에 투여된 컴퓨터 기술력은 비등할지 몰라도 보통 관객이 느끼는 체감은 차우가 훨씬 떨어져 보이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CG는 그렇다 치고 차우에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차우를 실감나게 실물 부분 소품으로 제작해서 특수촬영하지 않은 점이다. 물론 죽은 차우는 그럭저럭 실감나게 표현했지만 살아있는 차우의 머리, 또는 다리 부분만을 제작해서 현대 CG로 표현하면 어설프게 나올 수밖에 없는 클로우접(close-up) 영상 표현이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아마도 제작비 때문이었을 것 같다.

CG는 C- Grade 수준이었지만 영화 자체는 재밌는 편이었다. 해운대에서도 그랬지만 국내 영화에서 무난하게 인기 있는 서민적이고 코믹한 인물들이 여러 명 나온다. 그 코믹한 인물들은 한국적이다. 이야기 전개도 지루하지 않고 적당한 속도로 빠르게 전개되었다. 단지 몇몇 부분에서 과도하게 도약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캐릭터들이 다소 전형적이고 좀더 뭔가를 더 보여줄 것 같은 인물인데 그러지 못 한 점이다. 그러나 이 점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흉측한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에 한국적인 코믹이 적절히 섞인 한국 영화를 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지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신선함이 캐릭터의 다소 얕은 매력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래서 영화는 그럭저럭 재밌었던 것 같다. 즉, 영화의 형식미는 진부하거나 고지식하지도 않고 고매하지도 않다. 한국 영화가 모두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도 나름 가치 있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감독은 자신의 독창성을 계속 살린다면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드는 엘리트라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이 없으면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평론가 출신 또는 학구적인 영화 전공자들이 빠지기 쉬운 한계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과거의 명작을 섭력했기 때문에 현대에 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창성을 창조할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깔끔하지도 않고 다소 유치하고 소위 게걸스럽고 매니아적이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더 많은 관객을 모으려면 좀더 다듬어지거나 유연해져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독특한 매력을 잃을 수도 있다. 현재의 스타일을 지키면 매니아가 좋아할 테지만 보통 대중들에겐 다소 낯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매니아적인 폭이 그리 협소해 보이지 않는다. 계속 파고들면 일본 등과 같은 곳에서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매력은 진부하지 않고 영화 엘리트 전문가적이지 않은 스타일이다. 영화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교과서적인 미학을 탈피했다고 해서 다 괜찮은 영화는 아닐 것이다. 어떤 영화는 좋고 어떤 영화는 별로인데 이 영화는 독특하고 괜찮은 것 같다. 너무 괴팍하게 빠지지 않는다면 이 감독이 만드는 영화는 그럭저럭 흥행할 것처럼 보인다. 마치 주성치 영화가 어떤 부류의 관객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처럼 이 영화의 감독도 자신의 코드를 계속 발전시키면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닌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냥 현대의 대중 영화 시장의 시류에 대해 생각해봤을 뿐이다.

2009년 10월 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