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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예언자(A Prophet 2009) - 현실감 있는 조폭 두목 성장기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10. 2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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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영화는 뒷골목의 길 잃은 고양이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서 호랑이가 되는 이야기다. 수많은 조폭 영화에서 많이 써먹은 두목 성장기다. 겉으로 보기에 특별한 점을 꼽으라면 주로 감옥이 배경인데 주인공이 가끔 외출할 수 있게 되고 외부 세계의 조폭과 접선하면서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엮어낸다는 점이다. 또한 영웅의 흔한 출생의 비밀 나부랭이는 없고 '대부 2'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 했던 젊었을 때 꼴레오네처럼 보잘 것 없는 고양이가 이 세계에 존재하기 위한 운명적인 생사의 여정을 펼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출중한 매력은 고전적인 영상미를 약간 탈피했지만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현란한 영상미도 아니고 그 사이 어딘가 명당자리에 위치한 듯한 담백한 영상미다. 경력있는 전문 요리사가 이름 있는 식당에 방문해서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의 요리를 먹었는데, 재료는 알겠는데 어떻게 요리하고 맛을 냈는지 얼핏 감이 잡히지 않을 때와 비슷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영상미는 독특한 개성이 있고 출중한데, 따지고 들어가서 분석한다면 조목조목 골라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영상미라는 뜻이다. 확 잡아끄는 요소가 겉으로 들어나지 않지만 직접 마셔보면 깊고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진국이라는 뜻이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명성있는 국제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영화시장에서 흥행할 타입은 아니다. 울분을 자아내는 또는 신명나는 막싸움도 없고, 조폭들간의 끈끈한 의리도 없고, 스타일리쉬하고 감각적인 액션도 없고, 애절한 로맨스도 없고, 흥행한 국내 조폭영화에 거의 들어가 있는 그 세계 특유의 코믹요소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건조하고 무덤덤한 현실성 있는 드라마성 조폭영화다. 

이 영화의 재미는 보잘 것 없던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어떻게 호랑이가 되는지의 드라마에 있다. 그럭저럭 현실감 있는 드라마로 진행되는데 거의 끝부분의 클라이막스에서는 닭살이 돋고 머리카락이 쭈뼛 일어설 정도의 전율을 느꼈다. 단지 그 장면만 따로 보면 여느 CF 장면보다 못 해 보일 수 있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몰입했다면 카타르시스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느낌은 한국 조폭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색깔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출중한 영화지만 국내 영화시장에서 대중적으로 흥행할 타입은 아니게 보인다.

위에서 말했듯이 국내 조폭영화 또는 헐리우드 갱스터 무비의 화려하지만 전형적인 미학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전형적인 타입의 영화를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현학적인 예술을 운운해서 알아먹기 힘든 타입도 고개를 절래절래하면서도 장인의 세월에서 느낄 수 있는 예술성이 들어 있는 타입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질서를 토대로 성장해서 그것을 깨버리고 자신만의 새 질서를 창조한다는 원시적인 영웅상이 모티프다. 그 과정에 수많은 후보 영웅이 먼지처럼 사라졌지만 극소수의 어떤이만 오묘하고 신비롭고 운명적인 조력을 거쳐 스스로 빛나는 영웅이 된다. 부처, 마호메트, 모세, 노자, 공자, 예수가 그들이고 역사적 분석만으로 이들의 전부를 말할 수 없는 예언자이자 선지자다. 이들과 이 영화의 경우는 서로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간계를 관통하는 원시적인 코드는 대동소이하다.


2009년 10월 22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