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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도쿄 소나타 (Tokyo Sonata)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12. 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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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임팩트를 느낄 수 없어 기대하지 않고 봤다. 처음에는 현대 보통 가장의 고단함을 그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현대 중산층 가정의 고담함을 그리는 줄 알았다. 그러다 통상적인 결말과는 다르지만 그 어떤 아련한 감정이 올라왔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잔잔한 감동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이런 류의 내용이 저예산이라도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을 감안할 때 거장 감독이 자극적인 소재를 놔두고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해 더욱 의미 있어 보인다. 현재 한국은 너무 규모와 화려함만을 쫓는 것 같다. TV드라마, 영화, 게임, 대중음악... 심지어는 건축, 토목에까지 예외 없다. 이러다 피라미드(다단계가 아니라 이집트에 있는 고대 건축물)을 만드는 건 아니지 모르겠다. 남들이 부러워할 명성, 권력, 권위가 있는 영화감독이 굳이 소박하고 진부한 소재를 골라서 이렇게 뛰어난 영화를 만든 것을 한국의 비슷한 위치에 있는 제작자들이 한번 쯤 생각해볼만 하다.

영화로 도를 닦은 자가 달관하듯 만든 작품 같다. 그렇다고 고매하거나 형이상학적지도 않다. 대중이 보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내용에 결코 흔히 볼 수 없는 카메라 앵글, 움직임으로 독특하고 수더분한 수많은 컷을 찍기까지 얼마나 많은 내공이 쌓였을까를 생각하면 감탄사가 나온다. 그런 영상미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연출, 촬영은 도인의 경지다. 그 외 연기, 편집도 훌륭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유명한 작품이 여러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오다기리 조'가 나오는 '밝은 미래'를 보고 감명을 받았었다. 얼마 전 영화안내 TV프로에 오다기리 조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자신의 작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밝은 미래'와 '유레루'라고 말했다. 둘 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었기에 다소 놀랬다. '유레루'에서 오다기리 조의 형으로 나오는 연기파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이름은 생소해도 얼굴 보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이야기도 범상치 않았고 감상 후 마음속에서 울림이 있었다.

기가와 데루유키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우연히 만난 친구가 작은 위트로 감초역할을 하지만 중반까지 침울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산으로 갈 것 같이 생뚱맞다가 명장다운 솜씨로 결코 가볍지 않게, 흔하지 않은 표현력으로 희망을 보여준다. 영화 '밝은 미래'에서 마지막 장면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전혀 예상치 못 한 결말이었고 나름대로 좋았던 엔딩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것과 비견되는 엔딩 장면이다. 아마도 이 감독이 좋아하는 엔딩 방법은 '롱테이크로 (컷이 나뉘어져도 감정상으로는 하나이듯이) 덤덤하게 제시하기'인 것 같다.

주인공의 초등학생 아들이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배웠는데 극중에는 한 번도 실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아들이 엔딩에서 아름다운 선율로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그 장면에서 감동이 몰려왔다. 제목과 달리 음악 관련 영화는 아니다. ‘도쿄 소나타’는 보통 가정 구성원이 희망을 찾는 잔잔한 선율이다.

2009년 12월 09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