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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오토나리(おと・な・り 2009) - 노래는 룸을 건너고...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12. 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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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이전 작품 '무지개 여신'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유의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괜찮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흥행 몰이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그렇게 연결되는 연인도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이 떠오르게 만드는 로맨스 드라마다.

마치 옛날 초등학교를 개조한 듯한 빌라다. 그래서 룸과 룸 사이에 작은 소리도 넘나든다. 그렇다고 국내의 고시원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도 어엿하고 넉넉한 원룸이다. 이곳에 두 남녀가 산다. 여주인공이 흥얼거리기 시작해서 이 영화의 테마로 밝혀진 노래는 낯이 익다. 일본 노래를 많이 듣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영화 'Lost In Translation(국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일본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실컷 불러재끼고 여주인공이 계단에서 쉬고 있는데 남주인공이 노래방을 나와 그녀 옆에 나란히 앉는다. 이 때 배경음악으로 들리는 노래가 이 영화(오토나리)에서 꽤 여러 번 반복되는 주제곡이다. 그 전부터 유명한 일본 노래인 것 같다. 그 당시 Lost In Translation OST를 구해서 전곡을 종종 들었었는데 영화 내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것과 달리 OST에서는 명확하게 들리는데 기타 연주가 일품이고 멜로디와 노래가 감칠맛 났었다. (원곡 제목은 風をあつめて 이다. 아래 동영상이다. 개인적으로 OST에 들어있던 스튜디오 녹음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기억에 남았고 이 영화(오토나리)를 볼 때 거의 곧바로 기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사는 동양화 한 장면 같은 내용인 듯하다.





그건 그렇고, 여주인공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위해 룸을 비운다. 그런데 룸을 깨끗이 청소한 것은 이해가 가는데 최종적으로 룸을 떠나면서 아무도 없는 텅 빈 룸에 고개를 숙이며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인의 무의식속에 배어 있는 신화세계를 모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인의 신화세계에서는 크고 작은 신들(또는 정령)이 무수히 많고 집안 곳곳에도 예외는 아니라고 믿는다. 즉, 여주인공은 함께 그 동안 동거동락했던 수많은 신(또는 정령)에게 감사했다고 인사하는 것이다. (참고로 백제를 통해서 전파된 불교가 일본에 건너가서 현지화된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붓다를 신과 동일한 위치에 올려놓고 섬기는 불교 종파도 오래 전에 생겼다는 점이다. 그만큼 일본인은 다양한 신을 섬기는 전통문화가 있다는 뜻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남녀 주인공의 매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이야기가 일상적이고 잔잔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임팩트가 적다. 그렇지만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내용이다. 한국을 비롯 다른 나라에서는 힘들고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일상적이고 소소하고 잔잔한 러브 드라마다. 한국에서 통할 가능성이 있는 로맨스 영화는 떡볶이처럼 매콤하고, 김치찌개 또는 된장찌개처럼 얼큰해야하는데, 더불어 뉴욕에서 유명한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의 컵케이크처럼 빼어난 달콤함이 추가되면 화룡점정일 것이다.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두 주인공의 대화가 소리로만 나오는데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관객이 궁금했을 법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듯이 전달한다. 아이디어가 빛났던 것 같다.


2009년 12월 10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