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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내용이 주는 긴장감이 뛰어났던 오락영화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12. 1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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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값 하는 감독의 원숙미가 돋보인 오락 영화였다. 선과 악, 권선징악, 인과응보를 완전히 지키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어기지도 않으면서 특이하고 색다른 재미를 주는 2차 대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코미디가 가미된 액션 오락 영화다.

타란티노 감독의 특징 중에 하나가 대사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그 대사들은 상당수 미국 대중문화와 관련되어 있다.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 미국문화에 깊이 빠져있지 않다면 감독이 의도한 재미를 100%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흥미롭게 잘 만들어졌는데도 미국 외의 지역에서 그렇게 흥행하지 못 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었다. 독일어는 영어와 달리 규칙적이어서 초반에 규칙을 잘 외우면 어느 단계까지는 쉽게 습득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외울 게 적지 않다는 점이다. 1주일에 한번 하는 독일어 수업의 절반은 외워야 할 것을 확인받고 대가를 치르는 일이었다. 잘 외우면 안 맞았고 못 외우면 맞았다. 꼭 그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상이 험악한 것도 한 몫 거들었겠지만, 독일어 선생의 별명이 '게슈타포'였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비밀경찰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국에서는 수많은 미국 영화를 통해서 비열하고 야비하고 치밀하고 잔혹한 게슈타포를 많이 접해왔다. 무의식적으로 일제 시대에 독립군을 탐색하는 일본의 비밀경찰과 샴쌍둥이로 생각한 듯하다. 그런 원형을 가진 게슈타포가 이 영화에서 꽤 비중 있게 나온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만큼 출중한 매력은 없지만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의 악역 연기였다. 언젠가 국내에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이 악역을 참고할 만하다.

긴장감 있게 가다가 느닷없이 코믹적인 요소가 나오고 그러다 예상치 못 한 잔혹으로 끝나버리고 어떤 부분에선 다소 황당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래야 대중을 위한 액션 영화에 맞다는 생각도 든다. 특별한 의미를 찾는다던가 그런 헛된 노력을 할 필요는 없고 그냥 색다른 오락 영화로 생각하고 본 다면 괜찮을 것 같다. 기존의 타란티노 스타일과 큰 의미에서 연결된다. 추가로, 원숙미가 좀 더 가미된 것 같다. 내용상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아주 훌륭했다. 구성도 매우 짜임새 있고 치밀했다. 누가 봐도 그만이 할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2009년 12월 1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