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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허트 로커(Hurt Locker 2008) - 이라크에서 어떤 실제 전투 그리고 우국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12. 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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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어느 나라던지 '우국'은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환영받는다. 한국인은 지역적 역사적 특징때문에 그런 기질이 매우 강하다. 다른 이유일테지만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 중에도 우국의 시선으로 이라크전을 그린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한국인이 한국을 우국하는 것처럼, 미국 외의 국가에서 볼 때는 씁쓸하겠지만, 미국인이 미국을 우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반전의 의미가 담겨있지만 마침표는 우국하는 소영웅을 미화한다. 그것은 인간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이므로 거부감을 희석할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전쟁 영화를 감상했다고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소재가 참신하다. 이라크 전에서 폭발물 제거를 하는 부대원들의 이야기다. 소재만 참신하고 내용은 통속적인 여느 영화와는 다르다. 약간 다큐멘터리적인 촬영으로 관객은 마치 폭발물 제거반과 동거동락하는 느낌을 받는다. 관객은 현재 이라크에 이런 형태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을 것이다.

주인공은 소위 과도한 일중독에 걸린 영웅상이다. 자기 개성이 강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씩 보여주면서 남성 관객에게 매력을 끈다. 이 영화를 괜찮게 좋게 보는 관객은 십중팔구 남성 관객일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는 당연히 남성이 썼지만 감독은 의외로 여류 감독이다. 검색으로 감독의 필모를 보고 10년 전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여류 감독이라며 '딥 임팩트', '스트레인지 데이즈'를 소개했던 TV의 영화 관련 프로가 기억 속을 스쳐지나갔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스트레인지 데이즈'를 만들었던 감독이다. 그 영화는 그렇게 재밌지도 않았고 흥행도 별로였지만, 목표 관객층 남성을 끌어들이는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흔한 감독보다 결코 뒤쳐지지는 않았다. 여류 감독인데도 말이다. 이 영화는 그런 재능의 연출력이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편, 이렇게 괜찮은 시나리오를 쓴 작가도 박수받을 만하지만,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은 그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영화로 만들어낸 감독의 능력도 출중한 재능인 것 같다. 미국의 저명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아도 충분할 듯 싶다. 

다양한 폭발물을 제거하는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폭발물 제거반이 경우에 따라선 이라크 게릴라와 전투를 하기도 한다. 그 중에 사막에서 먼 거리의 적을 맞추는 원거리 저격전은 이 영화의 숨은 매력이기도 하다. 수많은 영화에서 (TV물도 마찬가지) 저격수하면 고층 빌딩에 은밀히 숨어서 타겟을 저격한다. 타겟은 혼잡한 인파 속에 있거나 건너편 건물 실내에 있다. 또는 부대원들이 이동 중에 교회 첨탑 같은데 숨어있는 적군에게 저격 당한다. 이런 장면은 밤하늘의 별처럼 흔하고 흔하다. 클리세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저격수 전투는 독특하다. 아지랭히 피어오르는 모래 언덕을 건너는 망원 렌즈 시점이 인상적이었다. 뙤약볕을 감내하며 심호흡을 하며 저격해야하는 사수의 노고가 관객에게 전달된다. 미군도 아라크군도 사수가 있고 바로 옆에는 망원경으로 살펴보며 보조하는 군인이 붙어있다. 조타수 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것은 없어서는 않될 만큼 중요하다. '실제로 이라크전에서 저격수들 끼리 이렇게 전투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시나리오를 쓴 작가나 영상으로 만들어낸 감독이나 박수받을 만하다. 단지 멋있으라는 영화적인 장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쟁의 실상, 참상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서두에 말했듯이, 이라크 전에 대한 미군의 자아 돌아보기 그런 것은 없다. 전쟁의 안타까운 참상이 실감나게 담겨져있지만, 거기서 흘러내리는 슬픔은 미국 군인을 위한 것이지 결코 이라크 군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 감정은 담겨져 있지 않다. 어떻게 보면 소영웅주의로 우국하는 헐리우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노골적이지는 않다. 약간 그렇다는 정도다.

우국의 관점에서 허용하는 정도까지 반전이 담겨있고,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오락적이지 않으면서 전쟁 영화의 재미와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뽑는다면 바로 이 영화다. 은은하게 전달되어오는 미국의 우국 영웅주의를 슬쩍 제껴두고 감상한다면 이 만큼 훌륭한 전쟁영화를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뜬금없지만, 12월, 겨울, 눈, 초콜릿, 케익,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다. 365일 아무 때나 남자 솔로들을 위한 영화일 수는 있겠다.

2009년 12월 18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