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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호우시절 - 5월의 봄비 같은 로맨스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12. 1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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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가가 그렇다고 볼 수 없지만 어떤 예술가는 결혼 후에 이전의 작품과 색깔이 달라지곤 한다. 허진호 감독의 작품도 결혼 생활에 만족해서인지 결혼 후 첫 작품 '호우시절'은 밝아졌고 긍정적인 세계관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슬픔을 간직한 인물이 나오기는 한다. 여주인공 메이(고원원 분)을 보듬어주는 남주인공 박동하(정우성 분)도 얼떨결에 끌려가기만 했던 삶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결단을 내린 것 같다. 그런 식으로 관객에게 상상시키며 영화는 끝난다. 즉, 끝부분에 의상으로 봐서는 동하가 직장을 그만두고 시인(또는 비슷한 직업)을 선택해서 메이의 직장 앞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동하가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단지 휴가를 내서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아무튼 두 연인의 사랑은 봄비 같은 아픔을 지나 새로운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여주며 끝난다. 영화의 내용을 좀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즉, 영화가 좋았다는 뜻이다. 깊고 아련한 감동은 없었지만 5월의 봄비같이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내면을 가진 연인들의 러브스토리였다.

최근에 국내에서 만들어지기 힘든 분위기의 영화인 것 같다. 이런 유의 영화에 대한 명성이 있는 허진호 감독이었기에 국제적인 투자가 있었고 다국적 참여로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유의 영화를 극장에 가서 즐기는 관객층은 체내에 녹아있는 감수성 농도가 보통 사람보다 좀더 높으면서 30대 이후 남녀일 것이다. 이들 중에 남자 관객은 매우 적지만 (있다고 해도 여자친구가 선택하지 않는 이상 혼자서는 절대로 보지 않을 것이고) 그래도 다행인 점은 여주인공 메이의 청순한 매력 때문에 영화에 만족했을 것이다. 한편, 여자 관객의 입장에서는 여주인공 메이 같은 타입의 여자는 아마도 남자들이 생각하는 최수종이나 알렉스와 같은 종족에 속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연기는 좋았지만 내용상에서 좀더 매력이 풍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남주인공 동하가 아쉽다. 여자 관객 입장에서는 동하가 좀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인물이었다면 영화에 더 빠져들었을 것 같다. 결과론적인 얘기고 단지 추측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유의 영화에 열광하지는 않지만 괜찮다고 알려진 영화는 찾아보는 편이다. 국내보다 일본에서는 좀더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이런 영화가 반응이 좋아서 국내에서도 꾸준히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제작자가 기대한 수치만큼 보통 관객이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영화와 관련된 안팎의 시스템의 변화와 보통 관객의 영화를 보는 사고의식이 성숙되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펜더가 대나무를 씹어먹는데 마치 사람이 들어가서 연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펜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귀여운 사람 같다. 펜더를 끌어안고 잠자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09년 12월 13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