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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해피 플라이트(Happy Flight 2008) - 참신, 산뜻 그러나 화룡점정 못 해냄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6. 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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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참신하고 독특하다. 보통 상업영화, 예술영화와 차별된 분위기가 낯설지 않고 좋다. 대개의 영화는 인간의 갈등, 욕망, 사랑, 성취감... 등등으로 요리를 하는데 이 영화는 갈등의 요소가 아주 적고 전체적으로 산뜻하고 생기발랄하고 가볍다. 그러나 시트콤이나 TV 드라마에서 생기발랄함과 달리 직업에 대한 묘사가 아주 정교하고 깊다. 그런 점에서 영화로서 손색이 없다. 아마도 지금껏 없었던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정서적인 여운이나 감동이 미비하다. 화룡점정하지 못 한 느낌이다.

영화를 굳이 분류하자면, 가볍지만 '재난 장르'쯤 되겠다. 재난 장르에는 대개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모험을 겪고 그 속에서 삶의 보편적인 진리를 보여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요소가 비록 작지만 들어있기는 하다. 그런데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가 없다. 꼭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여러 인물들이 분주하게 얽히고, 정교한 전문 용어가 풍요로와 현실감을 더하고, 생과사를 오가는 절박함이 없는 가벼운 재난 분위기에 남녀간에 또는 가족간에 또는 친구간에 사랑 관련 에피소드가 들어있어서 보편적인 감동을 전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수많은 인간군상이 나오는 영화에서는 개인적인 취향일지 모르지만 '삶의 아이러니'를 모험하는 인물들을 유모를 적절히 섞어 넣으면 보편적인 재미가 있는 편이다. 예를 들면, 거대한 조직에는 나름대로 성실히 일하지만 왠지 윗사람에게 인정받지 못 하고 오히려 오해를 받아 미움을 받는 그늘의 작은 거인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반대로 눈치가 기똥차게 빨라 일은 그럭저럭 해내지만 윗사람과 친하게 잘 어울리는 인물도 있다. 선과악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삶이 그렇단 뜻이다. 이런 직원들에 대한 작은 상과 벌이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 삶의 아이러니와 함께 그려졌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또한, 간부 중에서도 평소에는 여직원들의 몸매나 점수 매기며 빈둥대는 스타일인데 위기 상황에서 그의 연륜과 경력이 설명하듯이 빛나는 리더십으로 큰 일을 해결하고 하급 직원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간부 인물도 정서적인 감동과 재미를 주기에 요긴할 것이다. 이런 간부와 비슷한 인물이 나오지만 충분히 그려내지 못 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로왔다. 중반 이후에 결말로 치달으면서 약간 지루했다. 이유는 인물들의 에피소드의 결말이라기 보다 전문적인 직업과 관련된 일을 바탕으로 열심히 결말로 달렸기 때문이다. 보통 관객이 가볍게 즐기라는 분위기로 한참 이끌어가다가 딱딱하게 무뚝뚝하게 끝낸다. 직업과 관련된 전문적인 부분을 다소 엷게 치장하고, 깔아놓은 다양한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좀더 짙게 살렸다면 대개 영화를 보는 목적인 정서적인 여운이 남았을 텐데 아쉽다.

영화 자체는 잘 만들어졌다. 전체적으로 봐도 부분적으로 봐도 나무랄데 없이 깔끔하다. 독특하고 참신하고 정교하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인간적인 이야기가 덜 들어갔기 때문에 결국 덜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2009년 6월 1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