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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시) 3월의 영험한 눈내림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3. 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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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영험한 눈내림


3월에도 눈이 내릴 수 있었구나
2월의 눈은 기억의 저편이라서 흐릿하지만
3월의 눈은 아애 전무해서 백지상태다
실제로 그 진위야 어딘가 기록되어 있겠지만
예전에는 눈이 내리던지 말던지 신경쓰지 않다가
최근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가졌기 때문인지
오늘처럼 3월의 하늘을 꽉 채운 눈내림은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처음이다.
나는 소원을 빌었다

밤하늘에 유성이 떨어질 때 그렇듯이
산바위의 범상치 않은 형상이 그렇듯이
희소성이 높은 자연물에는 신령한 기운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우주의 성모 여신이 어느 날 문뜩 자신의 세상을 둘러보다가
찬연한 기쁨으로 충만하여 온몸에서 빛이 발산되고
그 빛은 인간 세상의 자연물에 신령으로 배어들더니
한낮 미물에 지나지 않는 인간의 삶에 소중한 행운을 안겨 준다

오늘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는 진눈깨비에 불과 했는데
눈깜짝할 사이, 마치 열대 바다의 새하얀 열대어 때처럼
하늘을 가득 메운 3월의 눈내림이여, 아름답고 신령스럽고 영험하구나!
나는 소원을 빌었다
올해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우주의 성모 여신의 은혜 덕이다
눈내림은 신내림이 되었다


2010년 3월 9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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