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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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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곧글 Kim Godgul 2010. 1. 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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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까지 창백했던 가로등이
밀도있게 지상으로 행군하는 눈발을 붉은 혀로 녹이는 밤


위엄있는 동장군의 엄동설한 손놀림이
창문을 호위하던 밤이슬을 아이스크림으로 얼리는데


아무도 닿지 않은 담벼락에 쌓인 눈을 밟고 올라가
잠그지 않은 그녀의 창문을 조심스럽게 열면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자태에서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나는 실 한올도 걸치지 않고 창문을 넘는다.


2010년 01년 07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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