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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도쿄공원(2011)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8. 5. 20:27




미스테리인 것처럼 출발하더니 그런 장르는 전혀 아니었다. 청춘 드라마적인 요소도 있지만, '어떤 독특한 사랑에 대한 드라마'가 가장 어울리는 간략화일 것이다.


일본 영화, 드라마, 소설 중에는 제목에 '도쿄'가 들어가는 작품이 많은 것 같다. 도쿄는 일본의 또 다른 일본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덧 한국의 서울도 국제화된 도시라고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지만 아직 도쿄보다는 덜할 것이다.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인종의 측면에서 도쿄는 거의 동양의 뉴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쿄는 일본인에게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우주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도쿄에 크고 작은 공원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어떤 여인이 유모차를 이끌고 매일 다른 도쿄의 어떤 공원을 산책한다. 그 이동 경로를 연결하면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는 점, 그리고 그것은 그 부인이 현재의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사물, 암모나이트를 가리키고 있다는 이야기가 영화 속에 있는 몇 개의 이야기 중에 하나이다. 이것 하나만을 봐도 이 영화가 얼마나 일본스러운지 짐작할 수 있다.


잔잔하고 소박하고 일상적인 것에 약간의 독특함이 가미된 일본식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느낌의 작품은 한국인의 열정적이고 '빨리빨리' 취향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것에 대한 일시적인 회피를 꿈꾸며 한번쯤 감상해보자는 생각으로 본다는 괜찮은 느낌이 있는 작품인 것 같다.


그다지 다이나믹하지도 않고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지만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독특한 연출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 연출은 어떤 인물과 인물들 간의 관계를 관객에게 알려주는데 있어서 대개의 영화는 초반에 알려주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많은데, 본격적인 이야기의 관심도가 약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영화에서는 파편적으로 은근히 야금야금 제시하고 관객은 그것을 짜맞춰서 인물과 인물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 파편들이 많거나 복잡하거나 인위적이거나 거추장스럽지는 않고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런 연출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의 요소 중에 하나이다, 라고 말하면 이상할지 몰라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보통 일반인 남자에게 추천했다가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이게 재밌냐? 졸려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일본식 소소한 일상적인 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추천한다면 괜찮았다는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의 형식미에 관심이 있는 관객에게는 나름 유익한 감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독특한 형식미가 돋보였다. 


  

2012년 8월 5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