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8. 9. 22:46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심리묘사를 영상으로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수작이었다. 요즘 같은 시류에 심리묘사를 비중 있게 다루는 영화는 흥행과는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는 내용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영상미적으로도 작품성을 탐구한 영화라고 보여진다.

메시지 적으로 예술 작품에서 흔하디흔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다룬다. 다소 극단적이고 사회적으로는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그만큼 감독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강조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어떤 형태의 강한 사랑은 그 외의 어떤 것도 하찮게 여기도록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는 관객이 의문을 가지도록 만든다. "케빈은 어머니한테 저렇게까지 지독하게 왜 그럴까?" 영화의 끝에 가서도 예술영화답게 명쾌하게 명시하지는 않지만 관객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아들은 자신을 낳기 싫어하고 돌보기 귀찮아한 어머니 에바(틸다 스윈튼)의 심리를 무의식적으로 간파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엄마가 아들을 혹사시키거나 내팽개친 것은 아니다. 단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들에 대해 당혹스럽긴 하지만 견뎌내며 육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은 자신을 싫어한(또는 그랬다고 생각한) 어머니를 계속 공격한다. 그것은 극단적인 파국으로 폭주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머니 에바이다. 그녀에 대한 심리묘사가 아주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아들을 마음 깊숙히 애정으로 사랑해주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에바는 아들을 애정 결핍으로 만들었고 그 애정 결핍은 어머니의 관심을 이끌기 위한 극단적인 행동으로 변질되었고, 아들이 거의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는(10대 후반)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 존재하는 타인(아버지, 여동생)을 비롯 전혀 상관없는 타인(학교 학생들)에게까지 치명적인 공격을 하게 만드는 원인 제공자라고 볼 수 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어머니에 대한 애정 결핍을 만회하려고(사랑과 관심을 얻어내려고) 공격적으로 표현(마치 남자 아이들이 관심 있는 여자아이의 고무줄을 끊거나 포니테일을 잡아당기는 행동)했는데 대개 정상적으로 성장하면서 세상을 인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어떻게 주고받는지를 학습하게 되고 어머니에게 잘 해줄 텐데, 아들은 비정상적이게도 그러지 못 했다. 아들은 거의 성인이 되어 활시위를 당겨 표적에 명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신체적으로 성숙해졌지만, 사랑에 대한 의식은 유아 때의 부적절한 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국 극단적인 파국으로 폭주하고 만다.

아들은 태아 때 어머니가 자신을 거부했었다는 무의식에 대하여 어머니의 사랑을 극단적으로까지 갈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원인이 자신을 싫어한 적이 있는 어머니에 대한 모든 그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열망으로 발전했다는 얘기다. 아들의 무의식에서는 자신의 행동들이 선행인지 악행인지 무의미했고,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전술, 전략적 행동으로서 효과적이었는지 아닌지만 중요했다. 아들에게 있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만이 전부였다. 아들이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갈망하는 사이에 다른 존재들 심지어는 아버지와 여동생조차 너무나도 하찮은 존재였던 셈이다. 

 
내용적으로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고리타분하거나 지루하거나 심각하지는 않다. 영상미가 있고 뛰어난 연출력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 에바의 심리묘사가 아주 좋았다고 생각된다. 예술성, 작품성을 중요하게 보는 관객에게는 아주 유익한 선택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재미라는 측면을 중요시하는 관객에게는 지루하고 심지어는 껄끄럽게까지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흉측하거나 거북한 장면이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연출력도 좋고 여주인공 에바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의 연기도 뛰어났다. 한두 해 전, 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줄리아(Julia, 2008)'를 봤었다. 포스트 탐정소설 같은 줄거리의 줄리아에서 - 비록 어린이 납치라는 소재가 들어갔지만 심각하지는 않고 다소 코믹적인 요소도 있다 - 주인공 줄리아를 어떤 다른 여배우가 그녀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떤 흡인력 있는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자유분방하고 퇴폐적이지만 매력있는 중년 여성 캐릭터였다. 외국 중년 여배우 중에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독보적인 연기파 여배우라고 생각된다.

 
2012년 8월 9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