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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9. 1. 20:34


  


소문 듣고 기대한 것보다는 뭔가 아쉬웠지만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잘 만든 상업영화라는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다. 미국 만화 중에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 중에 잘 만든 순위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도 있겠다. 또한, 영화 홍보사에서 다소 억지로 만든 느낌 나는 순위를 갖다붙이자면, 여러 명의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 중에서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참고로 이 순위에는 엑스멘(X-Men)처럼 원작에서 어떤 명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것은 제외한다. 이것은 단일 슈퍼히어로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해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만화가 원작이지만 어느 정도 현실적인 측면이 엿보였던 배트맨 시리즈와는 달리 어벤져스는 확연히 만화적이다. 먼 미래에 과학이 중력을 정복해서 - 현대과학은 아직 중력에 대해 전부를 알지는 못 할 뿐만 아니라 제어하지도 못 한다 -  공중에 떠다니는 공중도시가 로케이션이라면 모를까, 판타지 배경도 아니고 현시대에 아무리 훌륭한 프로펠라라고 해도 항공모함급 비공정을 만드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이 사는 곳, 아스가르드에서 -그런데 왜 그렇게 어둡고 칙칙하지? 화사하고 밝으면 안될까? -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가 트레이드 마크인 '로키(Loki)'와 천둥과 농경을 주관하는 신 '토르(Thor)'가 인간세상에 등장하는 것은 만화적이기도 하지만, 원래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인간 세상에 거리낌없이 등장하는 신들이라 이질감은 없다.

  

어쩌면 어벤져스 멤버 중에 캡틴 아메리카라는 슈퍼 히어로가 비교적 국내에는 가장 덜 알려진 히어로일 것이다. 정말 슈퍼 히어로가 맞을까? 라는 착각이 들 정도지만, 토르의 묠니르 망치를 막아낼 정도로 초강력 방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초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벤져스의 리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납득이 되었다.

  

넌지시 보여지는 몸매는 확실히 별로지만, 얼굴에 섹시미가 있고 연기를 매력적이게 잘 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도 좋은 스칼렛 요한슨은 안젤리나 졸리와는 또 다른 형태의 차세대 액션 여배우로서의 가능성에 '참 잘했어요!' 라는 눈도장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정말 만화적인 설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공정의 부함장(정확한 담당을 모르지만 하는 업무를 보니까 그런 것 같다) '마리아 힐'(코비 스뮬더스 분)이 지나치게 예쁘다는 점이다. 서구적인 이목구비라 국내 관객이 빠져들 타입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왠만한 모델 뺨칠 정도의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지니고 있다. 항공모함급 비공정의 부함장이 그렇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매우 만화적인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연기를 괜찮게 잘 한 것 같다. 다른 주조연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명배우들이라 존재감이 없을 수 없는데, 이 배우는 이 영화에서 처음 보는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세겼다고 볼 수 있다. 

  

  

악당 로키가 다소 시시한 편이라 김새는 콜라맛이 느껴졌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신선하고 균형미가 있고 좋았다. 다크 나이트처럼 영화 예술적인 느낌, 문학적인 느낌이 아니라면, 트랜스포머 1편의 이야기도 괜찮았는데 그런 것처럼 이 영화도 오로지 흥행목표 영화라는 관점에서 짜임새 있게 잘 만든 느낌의 영화였다.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 중에 이야기가 괜찮았다는 점도 포함된다. 단순히 헐리우드 거대 자본으로 융단폭격해서 흥행했다고는 볼 수 없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감독의 균형있는 연출도 괜찮았다. 그리고 이야기(시나리오 포함)가 감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확실히 창의적인 측면도 있고 괜찮았다.

  

다크 나이트에 열광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 시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시대의 10대~20대들이 흥겹게, 기분 좋게, 편안하게,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공이 많은 배를 산으로 가지 않고 강물을 따라 항해하도록 잘 만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재능은 충분히 칭찬 받을만 하다.



2012년 9월 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