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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글(Momgul)

몸글 :: 조난시에 상세한 내용 전달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3. 7. 13:16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산에서 바다에서 낯선 외지에서 조난을 당하더라도 핸드폰이 있기 때문에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도움을 요청할 길이 있다. 그렇지만 당연히 100% 완벽할 수는 없다. 핸드폰은 고정밀 전자제품이라서 고장날 가능성도 있고 충전기가 방전되면 작동되지 않는다. 휴대용 태양전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잃어버렸거나 부서졌거나 마침 폭풍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거나 일몰이라면 단순히 돌덩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일종의 가정의 일이다. 산악 등반을 하던 초보자 2명이 조난을 당하게 된다. 한 사람이 낭떨어지로 굴러떨어져 더 이상 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 그렇다고 일행이 업고 내려가기에는 너무나도 험난한 산행길이다. 자칫 상처를 악화시킬 위험의 소지도 있다. 핸드폰은 터지지 않는다. 게다가 중상자는 규칙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데 구비한 인슐린이 들어있는 배낭이 낭떨어지 아래로 떨어져 주워올 수 없는 상황이다.

  

일행은 비교적 넓은 구릉지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본다. 온통 첩첩산중 산봉우리 천지다. 바람 소리, 새들의 울름 소리만 들려온다. 그때 문뜩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메아리 외침이다. 한두 봉우리 건너편 정상에서 어떤 등산객이 사방천지에 대고 흔한 메아리를 날리고 있었다. "야호~..."


일행의 입장에서 그 등산객은 엄지손가락만한 크기로 보인다. 크게 소리 질렀다.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 했지만 여러 번 시도 끝에 등산객이 조난당한 일행을 알아봤다. 그러나 서로 간에 의사소통을 되지 않는다. 등산객은 대충짐작으로 조난당한 것 같다는 것은 눈치챘지만 확신하지는 못 한다. 조난자의 사지가 건강해보이고 그가 있는 지역이 그렇게 험난한 지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대인의 무의식이 그렇듯이) 장난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 무시해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때 조난자 일행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고 짧막하게 몸글(Momgul)로 표현해준다. 예를 들면, "조난 구조 요청, 총 2인, 몸을 심하게 다친 중상자 있음, 산악구조대한테 신고 바람, 중요 전달 사항, 인슐린 구비 요청."  

  

등산객도 몸글을 알고 있다면 일이 쉽게 진행되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등산객은 조난자의 몸글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촬영한다. 그리고 유튜브와 트위터에 올려서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알려주기를 요청한다. (참고로, 이 등산객은 초보자가 아니라 통신이 터지는 지역을 알고 있거나 통신을 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몸글을 아는 어떤 사람이 댓글을 달아준다. 등산객은 서둘러 산악구조대에 그 긴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달해주며 구조요청을 한다. 이 과정은 대략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고, 조난자 2명은 무사히 구조되었다. 특히 중상자는 인슐린도 너무 늦지 않게 투여되었고 부상당한 신체 일부도 응급조치와 병원치료를 너무 늦지 않게 잘 받아서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몸글로 이런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적어본 것이다.

  

2013년 3월 7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