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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다큐]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 (mankind: the story of all of us)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10. 23. 13:49




KBS에서 방영했었는데 (2013.08.11 ~ 2013.10.19)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감상했다. 대개 한국인이 좋아하는 다큐 소재와 스타일이 있는데 그런 쪽은 아니다. 전 세계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주마간산으로 감상하기 좋게 만들었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장면 연출이 왠만한 영화 또는 미드의 한 장면처럼 보는 즐거움이 요긴했다. 

  

총 12편으로 인류의 역사에서 주목할만한 사건 위주로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시간 관계상 특정한 선택 기준에 의해 제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1차적으로 미국인 시청자를 위해서 제작했으니까 아무래도 미국의 역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세계사이다. 동양에서는 중국의 역사를 조금 추가했을 정도이고, 기독교에 관해서는 비중 있게 다뤘지만, 기타 종교 예를 들어 불교에 관해서는 아주 짧게 언급한 것을 보면 과연 미국에서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즉, 제목처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단정하기에는 뭔가 께름칙하다. 세계를 다루지만 미국 또는 서구문명과 매우 많이 관련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을 인지하고 본다면 흥미롭게 유익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다룬 내용을 선별했던 필터링은 아마도 신무기를 포함한 과학기술인 것 같다. 대부분 최신 과학기술로 무장한 신세력이 구세력을 무너뜨리고 정복한다. 철로 만든 창과 칼이 청동기 무기를 정복하고, 화약총이 석궁을 정복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유명한 국가가 흥망하고 새로운 국가가 만들어지는 데는 반드시 어떤 새로운 과학기술이 있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주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한 것은 총과 총알을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이 북부지역에 많이 있어서 남부지역보다 훨씬 많이 최전방에 보급해줄 수 있었고 또한 철도를 이용해서 신속하게 보급했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말한다. 2차 대전을 간단하게 핵폭탄을 일본에 투하하는 사건으로 설명한다.     

  

장점으로는 지금은 학교에서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 잘 모르겠지만 먼 옛날 필자가 학업했던 세계사의 내용에는 없던 내용도 있어서 흥미롭게 감상했다. 개인적으로 국사보다는 세계사를 더 재밌게 공부했던 먼 옛날이 생각난다. 일주일에 한두 시간 수업이 있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세계사 선생이 '프랑스 혁명'을 매우 강조하며 몇 주간에 걸쳐 가르쳤었다. 생각해보면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중요한 사상들은 거의 대부분 프랑스 혁명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그 세계사 교과서에는 없던 내용 중에 이 다큐에 소개되었던 것은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페스트)이 몽고 제국의 팽창에 따라 유럽에 전파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 당시 도시화로 인한 인구밀집 현상이 더욱 부채질을 해서 수많은 유럽인이 페스트로 죽었지만 말이다.  

  

인구가 과도하게 밀집한 대도시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퍼지는 것은 이후에 또 다시 나타난다. 콜레라다. 이때도 어떤 영웅이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해서 (다큐에서는 표본조사를 활용, 일종의 데이터 활용)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다. 다큐에서 강조했듯이 인류의 또 하나의 적은 바이러스라고 했다. 1차 세계 대전의 군의관을 경험한 스코트랜드 출신인 플레밍이 만든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도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수많은 바이러스 중에 독소를 내뿜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의약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뜩, 서구의 역사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여러 번 등장했기 때문에 그것에 관한 대중적인 공포가 좀비 영화로 표출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시대 내용 중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보통 산업혁명 하면 증기기관차, 방적기와 방직기, 대량생산 공장 등등이 익히 알려졌는데, 이 다큐에서 고무(rubber)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생각해보면 그 많은 기계장치들이 오래동안 잘 돌아가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고무가 곳곳에 부착되었기 때문이다. 고무도 산업혁명에 혁혁한 공을 세웠단 얘기다. 천연고무에 황을 섞어서 대중화에 성공한 괴짜 발명가 얘기도 흥미로웠지만, 고무와 관련된 인권에 관한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처음 알게되었을 것 같다.


산업혁명 당시에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사용하게 된 고무의 주 원료인 천연고무는 아프리카의 콩고 열대우림에서 생산되었는데 원주민들이 나무에서 축출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대부분의 콩고 지역이 벨기에 국왕 개인 소유이고 원주민들은 온갖 폭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천연고무를 캐야하는 노예였다는 사실이다. 노예 개인에게 할당된 천연고무를 생산하지 못 하면 여자이건 아이이건 상관없이 한쪽 손목을 잘랐다고 한다. 공포심을 다른 원주민에게 전파해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어떤 흑인 노예 아버지가 자신의 아내와 자식의 잘린 손과 발을 여류 선교사에게 가져갔고 그 여류 선교사가 사진기를 가지고 (여기에도 사진기라는 첨단과학기술이 등장한다) 노예 원주민들의 혹독한 상황을 사진으로 촬영해서 서구세계의 언론과 지식인들에게 알려서 여론을 움직였다. 결국 벨기에 국왕이 콩고에서 손을 때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인권에 관한 얘기였고 미국에 사는 흑인에 관한 인권을 얘기할 때는 텔레비젼과 실시간 방송 (긴급 뉴스, Breaking News)에 관한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한편, 동물 모피에 관한 에피소드도 나오는데 그 값이 금의 4배를 받았다고 하니까 모피 사냥꾼이 추운 시베리아를 탐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최신 총과 원주민의 활이 싸우고 당연히 총을 들고 유럽에서 온 사냥꾼들이 이긴다. 다큐에서 어떤 전문가가 말했는데 정답인 것 같다. "현대에도 그렇고 수많은 탐험가가 모험을 떠나는데 중요한 이유는 큰 돈을 벌고 싶기 때문이다." 서구인의 모험정신과 탐험정신은 높이 살만 하지만 그 근저에는 대박이 깔려있다. 새로운 과학기술 또는 의학기술의 발견, 발명도 인류에게 어쩌구한 영향을 끼치고... 그렇지만 그 근저에는 큰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서구문화의 시스템이 있어서 그것을 더욱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인류에게 유용하기도 했고 치명적이기도 했다. 검의 양날이었을 듯하다.

  

  

일요일 오전에 MBC에서 방영하는 '서프라이즈'라는 프로를 흥미롭게 본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이런 내용의 책도 출판되어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아이들 전용 잡지에는 요긴한 콘텐츠였었다. 지금은 나이를 먹었고 너무 황당무개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예를 들어 세계사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있었던 흥미로운 사건사실을 다룬 다큐를 재밌게 보는 편이다.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은 류의 다큐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는 드라마 미니 시리즈처럼 시즌2가 나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역사적 사건은 동서양에 걸쳐 두루 충분히 많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2013년 10월 23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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