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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글] (SF) 블랙홀 속에 우주들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10. 31. 23:44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거의 끊임없이 계속 전쟁이 발발하고 동족을 잔인하게 살인하는 인류의 모습을 볼 때, 이 또한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증폭시킨다. 멀고 먼 미래에 현시대 인류의 머나먼 후손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것이고, 마치 우리가 컴퓨터 게임을 만들면 자극적인 다양한 사건, 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는 온갖 고통과 고난을 야기하는 사건, 사고, 재난이 끊임없이 발발하는 지도 모른다.


이 세계를 제작한 인류의 먼 후손이 살아가는 실제 세상(이것도 시뮬레이션일 수 있지만 아무튼)은 너무나도 평화로와서 일상은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들에게 나름 요긴한 소일거리는 인류의 과거를 시뮬레이션하고 각종 이벤트가 발발하게 해서 인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흥미롭게 살펴보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치 어항 속에 물고기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보내는 것처럼. 마치 야생 동물원의 각양각생 동물들의 생과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면서 무료함을 달래는 것처럼. 각종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발하는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다는 상상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공상만은 아닐 수도 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어떤 UFO가 비행하는 모습은 도저히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UFO이긴 하지만 말이다. 짜가(오랜만에 옛날 단어를 써 봤다)와 오해도 상당히 많지만, 흔하지 않지만 어떤 일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아직 현대과학이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것도 어쩌면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는 증거의 단서일 수도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필자는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설에 상상력을 좀더 보태서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제작자(팀)은 능력이 된다면 1개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치 현시대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컴퓨터 게임이 제작되는 것만 봐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자동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생성되도록 제작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우주(지구가 속하는 우주)도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물론 몇차원이니 막이론, 끈이론 멤브레인, 다중우주... 이런 가설도 있지만, 필자가 최근에 상상한 것은 이 우주의 블랙홀 속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수십년 전에 일부 과학자, SF작가가 이미 상상한 내용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해도 어렵지 않게 관련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필자가 보태서(확장해서) 상상한 것은 이 우주(인류와 지구가 속한 우주)의 어떤 특정한 블랙홀(모든 블랙홀이 해당하는 것은 아님을 의미) 속에 이 우주와 같은 우주가 존재하는데 그냥 달랑 1개가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많은 우주가 들어 있다는 상상이다. 


1개 들어있다고 주장한 것은 기존 분들의 상상이고, 무한에 가까운 수만큼의 우주가 들어있다고 상상의 날개를 편 것이 필자의 상상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우주를 포함하고 있는 특별한 블랙홀을 지구라고 간주한다면 지구에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래 알갱이 1개가 우리가 속한 우주 1개라고 간주할 때, 이 특별한 블랙홀 속에는 분명히 무한은 아닌데 거의 무한에 가까운 수량의 우리 우주 같은 우주들이 들어 있다는 상상이다.


우주들을 시뮬레이션한 개발자팀 또는 AI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경제적이고 흥미롭고 놀고 먹으면서 많은 작업량을 해낼 수 있는 작업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무한히 큰 우주를 무한에 가까운 수량만큼 제작할 수 있는 방법론 여러 개 중에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요긴할 것이다.


확장해서 상상하면, 이 우주(인류와 지구가 속한 우주)는 어떤 특별한 블랙홀 속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개수의 우주들 중에 하나라는 얘기도 된다. (달리 말해서, 지구를 떠나서 우주 밖으로 빠져나갔더니 우리 우주만한 우주들이 모래알갱이처럼 많이 보였고 그런 공간을 가까스로 빠져나갔더니 블랙홀이었더라, 라는 얘기) 그리고 이 특별한 블랙홀이란 녀석도 어떤 무한에 가까운 크기의 우주에 속한 수많은 블랙홀 중에 하나이다.


이러면 정말 무한에 무한을 제곱한 만큼 (비록 수학적으로는 말이 안되지만 상상하자면 그렇다는 뜻)의 우주가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앞으로 돌아가서, 누군가는 어떻게 유한한 크기의 특정한 블랙홀 속에 무한의 크기에 가까운 우주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가 있을 수 있냐? 말이 되냐? 미쳤냐? 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쉽게 말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스케일의 축소’라고 설명하고 싶다. 즉, 특정한 블랙홀 속에는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양자, 초끈, 또는 그 어떤 것들을 포함한 모든 것)이 어마어마하게 ‘스케일 축소’된 것이다. 스케일 축소. 그러면 말이 된다.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면 더욱더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세상 시뮬레이션을 다시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상상이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지구가 속한 우주)는 아직 토끼굴(특별한 블랙홀) 밖에서 토끼굴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서 있다. 토끼굴 속으로 들어가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특별한 토끼굴(블랙홀) 속에는 앨리스와 똑같이 생긴 앨리스들이 지구상의 모래알갱이 수량만큼 존재하고 있었다. 각자는 서로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에 살아서 서로 만난 적은 없다. 앨리스가 성인으로 성장하더라도 서로 부대낄 정도로 거인이 되지는 않는다. 앨리스는 토끼굴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가 배가 고파서 눈에 띄는 버섯을 따서 먹었다가 현기증이 와서 벌러덩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이 우주는 무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별과 별 사이 어딘가에 지구 같은 곳이 있을 테고 나(앨리스) 같은 귀여운 여자가 살고 있겠지. 안녕! 반가워!” 그리고 버섯을 먹고 기절했던 앨리스가 속해 있는 무한히 큰 우주들이 거의 무한개(실제로는 유한함) 포함하고 있는 토끼굴(특별한 블랙홀) 밖에서는 또 다른 앨리스가 토끼굴 옆에 붙어있는 버섯을 따서 먹었다가 헛구역질하며 토끼굴의 어둠 속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무한반복...


결론적으로, 필자의 상상은 어떤 특별한 블랙홀 속에는 우리 우주(인류와 지구가 속한 우주)와 거의 똑같은 시스템의 우주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유한개만큼 들어 있다는 상상이다. 그 각각의 우주 속의 어떤 특별한 블랙홀 속에도 똑같이 무한에 가까운 유한개만큼의 우주가 들어있다. ... 무한반복... 


어차피 실증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니까 신선한 재밌는 상상을 해봤을 뿐이다. 아무튼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면 필자의 이런 상상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블랙홀이 아니라 어떤 일부 블랙홀에서만 이렇다는 얘기다. 마치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도 다양한 체질이 있고, 나이를 먹으면 어떤 것은 폭발해서 완전히 해체되고, 어떤 것은 무거운 덩어리로 남고, 어떤 것은 블랙홀이 되는데, 블랙홀이 블랙홀을 잡아먹고 하는 과정에서 또는 다른 어떤 작용으로 필자가 상상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축소된) 무한개에 가까운 유한개만큼의 우주들을 포함하는 특별한 형태의 블랙홀이 탄생한다는 상상이다. 그저 필자의 재밌는 상상일 뿐이다. 이 세상을 시뮬레이션으로 제작한 어떤 존재가 경제적으로 잔머리를 굴려서 무한개의 우주를 만들고 싶었을 때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면 나름 유용했을 것이다.


2023년 11월 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