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칼럼, 단편

2023년을 보내며 2024를 맞이하며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12. 31. 08:00

 

순식간에 한 해가 또 지나갔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곱씹어보면 다채로운 내용들이 열거되겠지만, 막상 푸른 초원 너머 먼 산 위의 뭉게구름이 어우러진 한눈에 아름다운 풍경화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이 세상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훨씬 세월이 흘러 다시 이 시점을 되돌아보면 (자질구레한 세세한 기억이 망각되어서일 수도 있지만) 나름 괜찮았다고 느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치 오래전 꽤 젊었을 때 (꼭 그때가지 되감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먼 과거에) 당시에는 힘겨운 고뇌였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름다운(그렇지 않더라고 나름 괜찮았던) 추억의 일부로 메아리치는 것처럼.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삶의 질이라는 것이 향상될 수 있을까? 삶의 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내용이긴 하다. ‘탐욕’ 아니 좀더 유연하게 말해서 ‘욕심’을 ‘버린다면’ 좀더 유연하게 말해서 ‘낮춘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텐데, 인간 본연의 욕심이란... 세속을 완전히 등지지 않는 한, 오래도록 피부에 붙어 있는 문신처럼 지우기 쉽지 않은 것이 인간의 삶이고 한계인 것 같다.


2023년 12월 31일 새벽, 올해의 꼬리곰탕 아니 끝자락에, 오랜만에 뭔가 있어보이는 글을 적어봤는데, 개뿔, 아주 가끔 적어야지 트렌드에 역행하는 꼬지지한 냄새... 어렴풋이 곰팡이 냄새가 풍기는 글을 썼구나. 그러고 보니 필자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반지하(주차장을 개조)에서 살았는데 필자의 방에서는 언제나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났었다. 그때는 PC도 없었고 라디오와 카세트테이프가 유일한 첨단 미디어 기기 친구였다. 그때 들었던 가볍거나 고상한 국내/국외 대중음악들... 그것들과 혼합되고 뭉개져서 가끔 회상되는 파편의 추억들... 연말의 깊은 겨울밤에는 깨알처럼 반짝이는 별빛처럼 아련하게 스쳐 지나간다.


얼마 후에 군대 영장을 받았고,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셨기에 나름 찡했는데, 몇 년 후에 완전히 제대해서는 1주일도 넘기지 않아서 빨리 취업을 안 하고 방구석에서 빈둥빈둥 뭐 하냐고 붉으락푸르락 닦달하시던 상반된 모습이 (모름지기 여자는 거의 공통적으로 삐---) 동시에 스쳐 지나간다. 그때가 겨울 이맘때니까 더 잘 기억나는 것 같다.


오늘은 2023년 12월 31일, 진짜 2023년의 마지막 날, 사실 따지고 보면 크게 의미가 없는데 인간들이 만들어낸 달력 같은 도구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어디 안 그런 것이 있겠냐마는. 물질이 문제야 물질이.


2024년은 조용히 다가올 것이고 초반에는 열심히 알차고 야무지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하게 본래 느낌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듯이, 초반에는 온 세상 지구의 평화를 외치지만, 나중에는 각각의 권력자들의 철통같은 욕망의 충돌에 수많은 인간 심연의 파괴 본능이 덧붙여져서 크고 작은 전쟁이 산발적으로 발발한다. 그런식으로 슬픔이 폭탄의 검붉은 연기처럼 피어올라 태양빛을 대부분 가릴 즈음에 몸과 마음이 지쳐서 다시 평화를 외치는 것이 인간의 허구한 날 반복되는 역사일 것이다.


2024년에 거시적인 경제는 좋아지고 각종 경제지표는 우상향할까? 알게 뭐람. 그렇게 되건 말건 솔직히 필자를 비롯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좋아지면 약간 좋아졌다고 느껴지는데 반하여 나빠지면 죽도록 (목구멍에 거미줄이 생기기 일보직전까지) 피부에 와 닿는다는 점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래도 차차 좋아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도 점점 향상되기는 할 것이다. 그런 희망조차 없는 지경, 갈 때까지 갔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을 세상을 두루 둘러보면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2023년을 보내고 2024년을 맞이하며 그냥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봤다. 부디 2024년은 두서없이 지나가지 말고 뭔가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해본다. 소위 ‘아기’에게 ‘생명력의 열매’를 아기의 머리, 입술, 가슴 위에 축복의 의미를 담아 “삐------”


2023년 12월 3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