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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글] (SF) 빈대 음모론 (Bedbug Conspiracy)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11. 28. 01:01

 
이것은 일종의 유머일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냥 SF 유머 콩트입니다.


빈대 음모론 (Bedbug Conspiracy)


최근 파리를 필두로 전 세계 유명 대도시를 아울러 서울까지 역사적 유물로 기억될 뻔했던 ‘빈대’가 떼거지로 출몰하고 있다는 연이은 뉴스로 사람들은 시름을 앓게 되었다. 갑자기? 왜? 그동안 매우 강한 그래서 인체에까지 해가 될 수도 있는 살충제까지 동원해서 거의 빈대를 사라지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완전히 멸종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어쩌면 호주에서 토끼가 몰살되지 않은 것처럼 빈대도 인류의 능력의 한계치를 뛰어넘는 생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가끔 이런 질문이 회자되곤 했다. 전 지구적인 핵전쟁이 발발하면 인간의 빈 자리를 과연 어떤 생명체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 쥐, 바퀴벌레, 모기... 그런데 최근에 하나 더 추가될 수 있다는 것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빈대.


그러나 이 글은 소위 황당한 음모론에 관한 글이니까 위에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즉, 멸종한 줄 알았던 빈대가 다시 출몰한 이유는 뭘까? 그것도 인간이 사는 곳 중에서는 그나마 깨끗할 것으로 생각되는 유명한 대도시에서 뜬금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지적 외계인의 소행이다. 그래서 빈대 음모론이다.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지적능력을 지녔고 과학문명, 정신문명도 고도로 발전시킨 어떤 외계인이 지구에 언젠가부터 숨어서 살고 있었는데 그동안은 거리를 두고 관찰만 하고 지내다가 이제부터는 인류를 더 잘 적극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전략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그 전략의 일환으로 빈대를 십분 활용하여 인간의 몸속에 '인간의 입장에서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서' 일종의 센서(Sensor)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퀴벌레, 쥐, 모기를 활용할지 고민했었는데 결국 빈대를 선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 발견되고 있는 (전용 살충제에 내성이 강한) 빈대가 모두 외계인이 제작해서 살포한 빈대 로봇이란 얘기는 아니다. 빈대는 그냥 빈대이다. 그 빈대가 그 빈대다. 외계인은 매우 치밀한 전략으로써, 빈대가 인간의 피를 빨고 있을 때 빈대의 몸속에 잠복해 있던 외계인이 심어놓은 고성능 센서가 인간의 혈관 속으로 침투하도록 설계했다. 이것을 일단 ‘빈대센서(Bedbug's Sensor)’라고 지칭하자. (첨언하자면, 외계인은 지구 전체의 수많은 빈대들 중에 불특정한 일부를 선택해서 빈대센서를 집어넣었다. 인간이 빈대를 멸종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외계인의 빈대센서는 어느 빈대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언젠가는 널리 퍼질 것이고, 빈대센서는 인간의 몸속에 언젠가는 주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외계인이 빈대의 몸을 거쳐서 인간의 몸속으로 주입한 빈대센서는 결코 인류의 과학기술 장비로는 찾아낼 수 없다. 대충 어떤 인간의 몸속에 빈대센서가 침투해 있을 지도 모른다고 확률적으로 어림잡을 수는 있지만 결코, ‘바로 요것이 빈대센서구나! 이것을 잡아서 리버스 엔지니어링해서 매우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어야겠다. 그러면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 라고 단언하며 다크 군수업체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로 퍼센트이다. 아직 인류는 양자, 중력... 등을 대충 알고 있을 뿐, 무언가를 조작하고 만들 수 있는 능력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계인은 인간의 현재 과학기술 수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자신들의 센서를 인간의 몸속에 주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몸속에 들어간 메이드 인 외계인 빈대센서는 현재 인류가 만든 그 어떤 첨단장비로도 발견할 수 없다. 양자의 특성을 지닌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직 인간이 잘 모르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하여 견고하게 특수 제작된 센서이기 때문이다.


매우 뇌가 큰 지적 외계인은 빈대센서가 지구의 대부분의 인류의 몸속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를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났다. 그리고 언젠가는 궁극적으로 빈대센서가 업그레이드되어서 인류의 뇌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그 단계에 이르면 외계인은 매우 쉽게 인류의 의식과 무의식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 예들 들어, 인간은 그 외계인을 우호적이며 월등한 능력을 지닌 천사급으로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외계인은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 가지가지인데도 말이다. 외계인이 인간의 뇌속에 침투해서 배째라 식으로 정착한 빈대센서를 통해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마음대로 조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외계인도 지구인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외계인이 지구를 맛있게 냠냠 잘 정복하게 되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피를 흘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빈대센서가 인간의 몸속으로 주입되는 프로세스에는 빈대가 인간을 물어서 피를 빨아먹고 있는 동안에 이뤄졌으니까.)


한편, 이것을 뒤늦게라도 알게 된 일부 가방끈 긴 과학자들은 하루 빨리 과학을 발전시켜서 인간의 몸속에 주입된 빈대센서를 찾아내서 작동(활동)을 정지(고장)시키는 작업을 하려고 고군분투한다. 빈대센서를 인간의 몸속에서 찾아내서 빼내는 것보다 일단 우선적으로 작동을 멈추는 것이 (쉽게 말해서 전원을 끄는 것 또는 고장나게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효과도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카운터빈대센서’ 프로젝트는 이미 수많은 인간들의 뇌속에 빈대센서가 침투해서 돗자리를 깔고 눕게 된 이후라면 매우 치료 확률이 낮아지게 된다. 즉 불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시간 싸움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인류는 외계인이 주입한 빈대센서를 한정된 시간 내에 찾아내고 작동을 멈추게해서 최소한 정신적으로(의식과 무의식적으로) 외계인으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떤 외계인 과학자가 그들의 최상위 권력자에게 보고하길, 이미 이 전략은 저 밤하늘 띠리리 항성계의 지구 같은 행성에서 인류와 비슷하게 생긴 지적 생명체를 매우 효과적으로 잘 식민지화한 전력이 있는 이미 검증된 전략이라며 지구에서도 반드시 승리할 거라며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다)


2023년 11월 28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