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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고령화가족 (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7. 28. 16:20


  

속속들이 현대 대중들의 생활상을 다 알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매스컴을 통해서 들려지고 보여지는 것들로 대충 짐작하자면 이 영화의 제목에서 얼핏 연상되는 가족의 모습이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어느 정도 현대 가족의 자화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사회현상을 야기한 요소 중에 가장 두드러진다고 생각되는 것으로는 고용이 불안한 가부장, 결혼에 대해 인스턴스 개념을 도입한 젊은세대, 학업에 무관심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고 미디어 중독에 빠진 학생,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야기된 평탄치 않은 가족사 내력 등이다. 각각의 인물의 특징이 뚜렸하고, 'ㅆ'이 많이 들어가는 거친 대사들, 잔재미를 주는 서민적인 에피소드들이 괜찮아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전혀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영화의 구성을 살펴봤을 때, 프로로그라고 볼 수 있는 한강 둔치에서 인모(박해일 분)과 한모(윤제문 분)가 쌈박질을 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끝에 가서 사실은 두 형제가 싸웠던 것이 아니라 한모의 살신성인 형제애를 보여주는 반전으로 풀어내주는데 이런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런 표현 방식이 다소 작위적이었고 이 영화는 인위적으로 만든 영화라는 느낌을 전달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짜맞춘 이야기의 느낌은 후반으로 갈수록 좀더 등장한다. 미연의 딸 민경과 한모가 엮어진 이야기가 그렇다.


만약, 스릴러, 첩보, 공포, 탐정, 액션물이라면 이런 구성방식이 전혀 문제가 되지않겠지만, 이 영화는 넓은 의미에서 가족드라마의 범주에 속한다고 봤을 때 너무 인과론적으로 딱딱 들어맞도록 구성한 이야기의 느낌이 감동을 받는데 방해가 된 것 같다.


더불어, 한모와 조폭이 얽힌 에피소드들은 다소 과해 보였다. 한모의 결말은 영화 초반부터 구축된 메인 분위기와 일맥상통한 측면에서는 좋았지만, 그 과정, 조폭과의 에피소드는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었고 다소 표현방식이 쌩뚱맞거나 지나친 느낌도 들었다. 가족드라마에 갑자기 비장한 느와르 장면이 등장한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방식이 성공적이었던 영화도 없지는 않으므로 반드시 나쁜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좀더 깊은 감동을 전달하는데 방해가 된 것 같다. 아니면 애초에 영화 초반부터 느와르, 범죄물 같은 뉘앙스를 풍겨주고 그런 테마로 진행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리얼리티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일관성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폭들의 세계는 이 영화에서 표현된 것보다 더 잔혹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초반부터 쌓아온 분위기에 맞는 조폭을 표현했어야(잔혹의 수위를 낮추거나 생략하거나) 감흥을 주는데 더 좋았을 거란 얘기였다. 지금 상태는 감흥이라는 헬륨 풍선이 상승해서 창공으로 비상하려는데 지상에 끈으로 묶여 있어서 더 이상 치솟지 못 하는 것과 같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각각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반대로 좋지 않았던 점은 이야기가 너무 만든 느낌이 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야기만으로 봤을 때 텔레비젼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훨씬 좋은 반응을 얻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있었겠지만 영화상영시간 관계상 거의 생략할 수밖에 없었던 인모의 직업과 삶, 미연의 직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어쨌든 몰입해서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2013년 7월 28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