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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68

(시) 드래곤라이더(Dragonrider) 드래곤라이더(Dragonrider) 하늘을 찢고 포효를 쏟아내는쾌쾌한 화산재의 검은 안개가 깨어나자시큰둥이 내리꽂는 대왕 드래곤의 눈길안구의 강렬한 섬광이 눈꺼풀을 벌려 만물의 명암을 짙게 칠하고천둥을 잡아먹는 하품을 관통하는 트림된장, 간장을 다 꺼내고 방치된 오래된 항아리 속 냄새가 대기를 진동한다 말 만한 발톱 앞을 가로지르는 미세한 그림자 인기척"찾으러 왔다."태초의 위압감 기류에 굴하지 않고눈길도 피하지 않고 차분히 말하는 용자"공주 중에 공주" 코끼리만한 철퇴가 돌풍처럼 날아와 대지를 찢는다간발의 차로 높이 뛰어오른 용자, 그의 부름에 응답하는 명검태초의 우렁찬 금속성 울부짖음이 공기를 채 진동하기도 전에명쾌하게 공간을 접는 날카로운 직선을 긋는다 트림하던 주둥이로 찢어지는 비명이 천지를 요동.. 2009. 5. 16. 20:35
(시) 순수한 영양소 순수한 영양소 질서는 하늘이 지배하고무질서는 땅속이 지배한다질서도 없고 무질서도 없는 곳에서 살 수 없을까?질서도 없고 무질서도 없는 곳은 없다절충해야지, 인간 세상에 태어난 이상 별 수 없다 하늘은 무질서를 용인하고땅속은 질서를 용인한다하늘도 없고 땅도 없는 곳에서 살 수 없을까?하늘도 없고 땅도 없는 곳은 없다무한한 공간이 있을 뿐, 인간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낸 들 별 수 있나 무한은 유한을 필요로 하고유한은 무한을 필요로 한다무한과 유한이 균등한 곳에서 살 수 없을까?시간의 수유로 태어난 존재는 유한할 운명을 타고 난다.변화가 있을 뿐, 인간 세상에 태어난 이상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사랑 속에 사랑이 들어있고사랑 밖에 사랑이 감싸고 있다사랑 따윈 개나 줘버려, 라고 말하는 자는.. 2009. 5. 5. 18:43
(시) 현대 서민 현대 서민 이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지 태어나고 죽는 곳 그 와중에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강함과 약함이 대결할 뿐 강함과 약함은 상대적이면서 각자 스스로의 사고일 뿐 술에 강한 자는 술로 만든 게임에서 승패하고 칼에 강한 자는 칼로 만든 게임에서 승패하고 지식이 강한 자는 지식으로 만든 게임에서 승패하고 감성이 강한 자는 강성으로 만든 게임에서 승패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굴레에서 탈옥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굴레는 세월만큼 견고해져서 언젠가 실제로 용이 된 그가 날지 못 할 만큼 철옹성이 되어 버텨서고 그 속에서 그는 무럭무럭 늙어간다 그는 현대 서민 우주를 통달하고, 세속을 정복하고, 삶의 진실을 깨달았다 말한다 그러나 대개는 단지 철옹성을 보수공사한 것 현대 서민, 용이지만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날개가 있.. 2009. 4. 26. 15:17
(시) 글자 글자 텍스트는 하늘을 내리쬐는 햇볕 글자는 생명을 일깨우는 토양 단어는 산들바람이 몰고 온 공기 문장은 투명하고 깊은 강줄기 단락은 멀리 내다뵈는 풍경화 속 산수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종이는 나무의 환생 숯은 나무의 명예로운 가죽 먹물은 우주를 헤엄치는 대왕문어의 열변 볼펜똥은 기름진 땀방울 수성펜은 고양이처럼 물을 만나면 파르르 쭈삣뿌삣 지우개로 하지 말아야 할 것 - 사랑 글자 따라 때밀기 이메일은 만질 수 없지만 종이편지는 가슴에 넣고 다닐 수도 있다 이메일은 스팸 부르지만 종이편지는 스팀 최대로 덥힌 침실로 부른다 키보드는 연필이 운전하는 만원버스 타이프라이터는 퇴역한 기사의 녹슨 갑옷 알파벳 대문자는 겨울 나는 나뭇가지 위에 새 둥지 알파벳 소문자는 부드럽게 녹는 미트볼 스파게티 한자는 .. 2009. 3. 26. 22:09
(시) 군것질 군것질 소망에 밥 말아먹고하늘로 부침개 만들고라면 국물에 다이빙, 다이빙꿀맛 김치 아쉽다 다 먹어서시는 신앙심 깊어 진실만을 기도하고나무 젓가락 발가락은 빨갛고나무 젓가락 허리 부러뜨려 이쑤시면면봉의 솜털이 개털되고성냥개비로 촛불 켜서 캔디 만든다.빨강 배경 입술에 하얀 생크림 깔아주고빨강 피부 썰매로 미끄러져서우물로 다이빙, 다이빙은하수를 가로질러 쾌속 질주 후달에 사는 빨간 눈깔 하얀 토끼에게 떡 얻어먹으면푸른 새벽을 꿰뚫고 거대한 떡볶기 떠오른다꿀맛 떡볶기, 꿀맛 김치, 꿀맛 생크림빨강, 빨강, 하양블랙커피에 설탕 많이 넣으면 다방커피 배꼽 터진다 2009년 3월 24일 김곧글 2009. 3. 24. 20:47
(시) 감싸고 감싸고김곧글 강아지 코가 새빨갛네 이리 와 여기 자 자 아랫목이랄 건 없지만거기보단 좀 나을거야. 밤부터 새벽까지 펑펑함박눈을 몰고 별이 쏟아진다.눈 덮고 별빛 쬐며 꿀잠 자자 크르렁 크르렁 크르렁 푸우~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우드득!꼭꼭 숨은 별카락을 찾았다.쌓인눈 속 눈으로 목욕시켜 반짝반짝강아지는 눈 부비며 으르렁 등을 돌린다. 크르렁 반짝반짝 으르렁나는 별의 등짝을 감싸고 별은 강아지의 등짝을 감싸고강아지는 세상을 감싸고아무도 깨지 않은 순수한 새벽이 언제까지나 그대로일거라 약속한다 2009년 3월 5일 김곧글 2009. 3. 5. 17:43
스톡홀름 스마일(Stockholm smile) (시) 스톡홀름 스마일 스톡홀름엔 눈이 많이 내릴 것 같다. 밤하늘을 가로질러 가로등을 유난히 좋아해 몰려드는 새하얀 스노우볼이 스톡홀름을 채운다. 수많은 인파 속 어떤 연인들은 입술을 데피는 눈발에 이끌려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톡홀름 스마일 2008년 10월 23일 김곧글 참고: 왜 스톡홀름 도시인지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스'자로 시작하는 도시 중에 눈(snow)이 많이 내릴 것 같은 도시라고 얼핏 떠올랐을 뿐이다. 2008. 10. 23. 00:23
이 순간 하기 싫은 일 (시) 다시 재생할 수 없는 현재의 삶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지금 이 순간 하기 싫고 귀찮은 자신의 일 누군가는 간절히 소망해도 할 수 없는 일 먼 훗날 언젠가 하고 싶어도 결코 할 수 없는 일 그것이 어떤 일이던지 자신에게 자신의 사람에게 불특정인에게 인류에게 작든지 크던지 진실된 감동을 전하는 무엇이라면 그깟 힘겨운 고단함쯤이야 자신의 긍정적인 존재감을 세상에 넓게 깊게 길게 울려퍼지게 하는 비용일 뿐이다. 2008년 10월 20일 김곧글 2008. 10. 20.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