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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351

세상에 태어나 산다는 건 뭔지 - 날아라 펭귄 (2008) 인권을 다룬 영화라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을 줄 알았다. 자막을 읽지 않아서 좋은 국내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딱히 끌리는 영화가 없어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잔재미가 솔솔했다. 아이, 젊은이, 중년, 노인의 인권을 다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어찌보면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산다는 건 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저예산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영상미를 비롯 영화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재미를 느낄 수는 없다. 인권이라는 끈을 놓지 말고 시나리오를 써야했기에 내용도 오묘하고 깊은 맛은 없다. 어떻게 보면 특집 TV 단막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지루하지 않게 잔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롭게 끝까지 봤다. 아마도 한국에 보통 사람의 80%가 공감할 수 있을.. 2009. 12. 10. 18:08
도쿄 소나타 (Tokyo Sonata) 그다지 임팩트를 느낄 수 없어 기대하지 않고 봤다. 처음에는 현대 보통 가장의 고단함을 그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현대 중산층 가정의 고담함을 그리는 줄 알았다. 그러다 통상적인 결말과는 다르지만 그 어떤 아련한 감정이 올라왔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잔잔한 감동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이런 류의 내용이 저예산이라도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을 감안할 때 거장 감독이 자극적인 소재를 놔두고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해 더욱 의미 있어 보인다. 현재 한국은 너무 규모와 화려함만을 쫓는 것 같다. TV드라마, 영화, 게임, 대중음악... 심지어는 건축, 토목에까지 예외 없다. 이러다 피라미드(다단계가 아니라 이집트에 있는 고대 건축물)을 만드는 건 아니지 모르겠다. 남들이 부러워할 명성, 권력, 권위가 있는 .. 2009. 12. 9. 18:27
2009년 개인적으로 뽑은 최고 영화 - 렛미인, 슬럼독 밀리어네어, 디스트릭트 9 2009년에 영화를 많이 봤다고 자부하지는 못 하지만, 좋았던 영화를 손꼽는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적게 보지는 않았다. 영화는 정서적인 측면이 강해서 오랫동안 품고 살아온 감정과 취향에 따라 정말 좋았던 영화를 선택하는 개인차가 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각양각색의 지역과 문화를 아우르는 인간들의 보편적인 감정이 있기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실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는 존재한다. 단순히 영화 예술적 기술적 관점으로 훌륭한 영화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겉으로 쉽게 표현되는 감정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을 어루만져준 영화들이었다. '렛미인(Let Me In)',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디스트릭트 9(District 9)'이 2009년에 내가 뽑은 영화다. * * .. 2009. 11. 24. 18:15
예언자(A Prophet 2009) - 현실감 있는 조폭 두목 성장기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영화는 뒷골목의 길 잃은 고양이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서 호랑이가 되는 이야기다. 수많은 조폭 영화에서 많이 써먹은 두목 성장기다. 겉으로 보기에 특별한 점을 꼽으라면 주로 감옥이 배경인데 주인공이 가끔 외출할 수 있게 되고 외부 세계의 조폭과 접선하면서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엮어낸다는 점이다. 또한 영웅의 흔한 출생의 비밀 나부랭이는 없고 '대부 2'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 했던 젊었을 때 꼴레오네처럼 보잘 것 없는 고양이가 이 세계에 존재하기 위한 운명적인 생사의 여정을 펼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출중한 매력은 고전적인 영상미를 약간 탈피했지만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현란한 영상미도 아니고 그 사이 어딘가 명당자리에 위치한 듯한 담백한 영상미다. 경력있.. 2009. 10. 22. 13:26
차우(Chaw 2009) - 독특하고 매니악한 코믹스러움이 장점 얼마 전에 한창 CG를 내세우고 홍보에 앞장섰던 장르 영화 두 편이 국내 영화계에 이슈였었다. '해운대'와 이 영화 '차우'였다. '7급 공무원'을 비롯 요즘 웬만한 영화에는 알게 모르게 CG가 들어가므로 특별히 어떤 영화의 CG에 주목할 필요는 없는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해운대'와 '차우'는 CG로 만들어낸 존재가 주인공과 맞먹는 역할을 하는 영화였다는 점에서 다른 국내 영화와 남달랐다. '해운대'의 쓰나미 관련 CG가 '괜찮다'였다면 '차우'는 '다소 미흡하다'였다. 그쪽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물과 동물 중에 어떤 CG가 표현하기 더 어려운지는 모르겠다. 단지 일개 관객의 입장에서 한 눈에 봤을 때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차우의 표정과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 했고, 경이로운 두려움의 숨.. 2009. 10. 4. 09:53
마더(2009, 국내) - 보통 관객을 위한 스토리가 아니다. 연출을 포함 영상미와 더불어 영화 기술적인, 예술적인 부분은 나무랄데 없이 출중하다. 성공적으로 흥행했다고 말할 수 있고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만든 사람들은 좀더 흥행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아쉬워하는 듯 보였다. 기대 이상으로 흥행하지 못 한 이유는 내 생각에 스토리 자체에 있는 것 같다. 예술 영화이거나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목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아주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중영화로서 흥행하는 데는 너무 힘이 들어갔다. 너무 스토리를 꺾었고, 너무 새로운 캐릭터를 전면에 들춰냈다. 수세기 동안 한국 땅에 보통 사람들의 내면에 형상화되어 한민족 원형으로까지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어머니 상과 동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어둡기까지 한 어머니 상.. 2009. 9. 11. 20:45
디스트릭트 9 - 신선하고 심플하고 근사하다. 초반부터 밝게 재잘거리는 인물이 다큐멘터리 영상미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다큐를 표방한 극영화는 아니다. 고의적으로 그 경계선에 위치한 모호한 형식미가 참신하게 돋보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극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다큐적인 영상미는 줄어든다. 설마 그 살살거리는 자가 주인공일 줄이야... 그가 감정을 쏟아내는 극영화의 주인공일 수밖에는 없는 이유가 발생하고, 그때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쏟아낸다. 2000년쯤에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다큐적인 영상미가 붐을 이뤘다. 핸드헬드, 흔들리는 카메라, 삐뚤어진 각도... 한편 이런 영상미는 90년대 뮤직비디오에 풍미했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그런 영상미는 아주 잠깐 양념으로 사용될 뿐 현저하게 줄었다. 관객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 2009. 9. 5. 22:34
해운대, 김씨표류기, 10억 해운대(2009 국내) 해운대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재 한국 땅에서 영화관에 갈만한 보통사람의 눈높이와 사고에 매우 정확하게 명중했다는 점이다. 이 감독의 출세작 '두사부일체'도 비슷한 명중으로 성공했던 것 같다. 어떤 성격의 캐릭터를 보여줄까에서 그 선택이 보통 관객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시나리오에서 특히 초반부의 대사는 덜 다듬어지진 느낌이 들었다.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장르가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도 크게 개의치 않을 만했다. 또한 양념같이 들어가는 코믹 요소가 거친 요소를 희석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앞에서 말했듯이 캐릭터들 자체가 한국 관객들이 부담 없어 하는 캐릭터들이다. 거대한 CG는 훌륭했지만 배우들이 연기하는 로케이션에서의 장면은 약간 오점이 있었다. 특히 최만식(설경구.. 2009. 9. 3. 21:56
판의 미로(Pan's Labyrinth) - 여자들의 성인식 잔혹동화 어린이가 보기엔 다소 잔인하고, 어른이 보기엔 노골적인 훈시다. 얼핏 이렇게 분석할 수 있지만 실제 영화는 훨씬 풍부하고 암시적이다. 소문 보다 좀 더, 보는 내내 흥미로왔고 재밌었다. 잔혹동화가 끝났을 때는 실제 같은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2개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서로 연관이 있는 듯 없는 듯 하고, 동화나 신화의 요소를 차용한 것들의 의미를 알 듯 모를 듯 하다. 만약, 소설로 써졌더라면 훨씬 깊고 풍부한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집중분석하며 꼼꼼히 다시 보면 은유하는 것들이 뭔지 윤곽을 들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문하는 장면이나 전쟁의 잔혹한 현실성 때문에 영화를 재미있게 여러 번 보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 현대인에게 인간.. 2009. 8. 8. 15:09
트랜스포머 2 :: 현란한 놀이공원풍 액션 블록버스터 그다지 많은 시간 지나지 않아 출시된 시리즈물이 대개 그렇듯이 '트랜스포머2'도 규모는 더 커졌지만 신선함은 떨어졌고, 액션은 강해졌지만 구성은 늘어져서 깔끔하지 못 했고, 로봇은 다양해졌지만 인간들의 드라마는 더욱 그렇저럭해졌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는 충분히 만끽할 만하다. 눈과 귀가 즐겁다. 어린이를 동반하고 영화관에 가야할 상황에 좋을 법한 영화류다. 심각하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잠시 훌훌 떨쳐버리고 시원한 콜라 같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딱이다. 내 경우에는, 영화와 무관하고 가볍고 보편적인 헐리우드 영화류를 좋아하는 오래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이 영화를 봤었는데 이런 경우에도 부담없고 괜찮은 문화상품이다. 바야흐로 작금의 시기는 거대로봇 실사영화의 태동기다. 거대로봇 소재로 사실적이고 .. 2009. 7. 4. 12:51
이끼(2009, 국내) - 한국적인 고딕풍 스릴러 흥행했던 웹툰이 영화화됬지만 기대만큼 못 따랐던 경우가 많은데 흥행을 쫓는 유명한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고 해서 어떤 만화인지 궁금해서 봤다. 영상미와 작품성과는 무관하게 흥행에 관해서는 남다른 재주가 있는 강우석 감독이 선택했는데 뭔가 느껴졌을 것이다. 만화 '이끼'의 장점은 그림과 연출력이다. 스릴러지만 논리적인 두뇌 활동을 요구하는 서구풍은 아니다. 흔히 접하는 헐리우드식 기승전결 내러티브 구조도 벗어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여러 캐릭터를 살찌우는데 그 연출력이 좋아서 지루하지 않다. 현대 영화가 대개 그렇듯 멀리 떨어져 전체적인 이야기를 봤을 때는 대단한 뭔가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끼의 장점은 세세한 연출력이 좋아서 그림을 보는 내내 재밌다는 점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한국적인 고딕풍 스틸러쯤.. 2009. 6. 28. 16:16
독특한 재난영화 - 노잉(Knowing 2009) 대다수 재난장르와 다르다. 대부분은 성서의 '노아의 홍수' 패턴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신의 계시를 따르는(또는 불특정) 극소수의 몇 사람만 살아남고 대다수의 인류는 재난을 면치 못 한다. 모든 재난장르가 그랬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나름 히트했던 재난, SF 영화는 대개 그렇다. '노아의 홍수'와 비슷한 신화적 이야기는 전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 전승된다고 하니 인간의 근원적인 운명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노잉'은 기존의 재난장르와 차별된 개성이 있다. 선택받은 자들은 '남녀노소'가 아니라 '극소수의 이미 선택된 어린이' 뿐이다. 어린 아담과 이브 같은 존재들이다. 그래도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주인공을 포함 몇몇 사람들은 극적으로 생존하겠지... 보통 재난영화는 그러했으니까... 이 영화는 헐리우.. 2009. 6. 24.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