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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351

체인질링(Changeling) - 훌륭한 의의, 미묘하게 흔들린 균형감, 너무 점잖은 영상미 개인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과하거나 특별함이 없는 영상미는 전체적으로는 점잖은 양반이 쓴 소설 같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점잖은 소설' 같다는 점이 자칫 진부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영화 '체인질링(Changeling)'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의미있고 훌륭하다. 소시민인 한 여인이 거대 경찰 권력의 나태와 부정에 맞서 싸워나간다. 마침내 승리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연쇄살인마가 꽤 비중있게 끼어 있다. 두 요소를 비중있게 다뤘는데 그 균형감이 미묘하게 조화롭지 못해서 명작이 되지 못 할 듯 하다. 어느 한쪽 이야기를 좀더 강조하고 다른 한쪽은 생략해서 관객이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편이 좀더 조화로웠을 것이다. 기존의 여전사 이미지에서 벗어난 '안젤리나 졸.. 2009. 2. 4. 13:48
더 리더(The Reader, 2008, 미국) - 요란하지 않지만 진실되게 빛난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깔끔하고 짜임새 있고 무엇보다 요란하지 않고 오버하지 않고 진실된 감동을 잔잔하게 전달한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에서 오락성만을 따졌을 때 '슬럼독 밀리어네어'보다 못하지만 그 외의 요소로 비교하면 더 깊고 멀리 메아리친다. 요란하지 않고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면 '슬럼독 밀리어네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보다 이 영화가 더 적절하다. 사랑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문명은 무엇인가? 문학은 무엇인가? 법은 무엇인가? 전쟁은 무엇인가? ... 깊게 파고들어 생각해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큰 줄기는 남자와 여자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다. 어떤 감독인지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역시나. '디 아워즈'를 만든 감독이었다. '디 아워.. 2009. 2. 1. 20:39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Vicky, Christina, Barcelona, 2008, 미국) - 우디 알렌만 가능하다.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확실히 거장이고 고정 매니아들이 전세계에 고루 퍼져있다.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영화다. 솔직히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우디 알렌이니까, 미국이니까 가능했을 법 하다. 이런 내용의 시나리오를 들고 충무로를 쏴돌아다니면 "TV 문학관 치곤 담백하네요. 죄송합니다. 우리 영화사는 좀더 쌈박하고 맵고 짠 한국형 로맨틱을 원합니다." 들을지도 모른다. 조금 들여다보면 확실히 특별한 뭔가가 보인다. 현대적인 TV 문학관, 여느 TV 단막극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전체적인 특유의 파노라마가 잔잔하게 영화 보는 재미를 준다. 결코 소리내지는 않겠지만 안면근육이 살짝 미소 지을 때의 긴장감 같은 것을 느낄 것이다. '깔깔 없는 흐뭇' 쯤 될 것이다. 클라이막스라고 할 건 없지만 그에 준하는 장면이 .. 2009. 1. 30. 19:45
폴락(Pollock, 2000) - 천재 미술가의 삶을 솔직 담백 진실되게 그림 엇그제 구글의 로고가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의 작품으로 대체되었었다. 그의 출생일이었나보다. '에드 해리스'라는 걸출한 배우가 주연, 감독을 한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떤 계기가 없어 미루기만 했었는데 마침내 일직선 감상을 했다. 2000년에 만들어졌지만 화면발은 저예산 필름 땟갈이다. 그러나 이야기와 연기는 잔잔한 감동을 충분히 전달한다. 특별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영상미지만 담백하고 진실된 연출이다. 실제로 '천재' 소리 듣는 미술가 중에 성격이 유별난 경우를 진실되게 의미있게 잘 그렸다. 어떤 관객은 '바스키아' 또는 '워홀'를 담은 전기영화 스타일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폴락'은 좀 다르다. 건조하고 묵직하고 담백하다. 다만, 적당한 속도의 장면 전환과 .. 2009. 1. 30. 00:16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원작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이란다. 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을 아끼지 않아서 읽어봤지만 심오한 무언가 보일락말락 했지만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지는 못 했던 명작소설 '위대한 게츠비'의 작가다. 감독은 한 시대를 자신의 이름표 스타일리쉬로 풍미시켰던 '데이비드 핀처'이고 그의 페르소나로 기록될락말락한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다. 참 화려하다. 거장 작가의 스토리, 거장 감독 대열에 끼고자 고군분투하는 감독, 아직 거장은 아니지만 영원한 스타로 남고 싶고 여러 아이의 가장인 톱스타가 손발을 맞췄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고 눈돌아가는 미술, 로케이션, 특수효과, 안정적인 연출실력도 좋았다. 스토리도 영화적이다. 소위 헐리우드라는 찬란한 환경에서 뛰어난 재능가들이.. 2009. 1. 28. 22:14
힘겹게 살아온 중년여성을 낙천적으로 행복하게 위로 - 맘마미아(Mamma Mia! 국외 2008) 밝고 경쾌하고 흥겹고 행복하다. 가장 큰 공은 주옥같은 아바(Abba)의 곡들이다. 가사는 장면마다 구구절절 녹아있고 음악과 무리춤은 뮤지컬 영화를 훨훨 날린다. 산전수전 겪은 고참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가 매끄럽다. 전체적인 감상은 강렬한 지중해 태양빛이 쪽빛 바다에 뿌려져 반사된 은빛(Silver Sunshine) 물결에서 뛰노는 사람들을 꿈꾸는 듯하다. 국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이해할만 하다. 애를 만들어놓고 떠나버린 못된 남자를 20년이 지나서야 아버지 없이 자랐지만 밝고 건강한 딸이 자신의 결혼식 이벤트에 초대하는데 어찌어찌 꼬여서 실질적인 주인공 어머니(메릴 스트립 분)를 돌아온 아버지(피어스 분)와 결혼시키게 되는 고전적인 동화같은 결말이다. 두 모녀는 불우한 가족사.. 2009. 1. 22. 13:05
섞어리뷰 - 니라이카나이에서 온 편지, 레볼루션 로드, 숨, 은하해방전선 니라이카나이에서 온 편지 (ニライカナイからの手紙, 일본, 2005) 이런 정서와 스토리의 영화는 일본이기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순수하게 담백하게 간결하게 맑고 깨끗하게... 소녀의 성장기 국내에서 극장으로 몰려들게 하는 영화의 재미라는 측면에서 별 다섯개 만땅을 받을 수 없지만 이런 정서를 좋아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별천지를 받을 수도 있겠다. 어머니와 딸의 끝없는 사랑이야기. 레볼루션 로드 (Revolution Road, 미국, 2008) 케이트와 레오나르도가 주연이고 '아메리칸 뷰티'를 만들었던 감독의 최근 영화다. 솔직히 문화적인 이질감이 좀 느껴진다. 이 영화로 케이트는 골든 글러브 여우주연상을 탔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게 재밌지도 않았고 심금을 울리지도 않았.. 2009. 1. 19. 23:58
천재감독, 명작 들고 하산 -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어떤 영화제에서 상 받았다고 모든 관객의 심금을 울리지는 않는다. 특히 어떤 면에서 문화적 이질감이 적지 않은 미국 영화제의 수상작들이 국내인에게 그쪽의 소설, 수필의 수상작들처럼 종종 거리감 느껴진다. 대니 보일(Danny Boyle) 감독을 천재라고 불리우게 했고 수많은 극찬이 쏟아졌던 영국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을 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현란한 영상미는 알겠고 약간 재밌기는 한데 뭐가 그리 놀라운지 원..." 내가 영국인 또는 서구인이 아니라서 그 느낌을 제대로 몰랐을 것이리라. '트레인스포팅' 이후 대니 보일은 천재 감독 꼬리표를 달고 행운의 투자 마차로 질주하며 수많은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 보는 눈이 살짝 높은 관객에겐 그저 '재능꾼 감독'의 작품으로 기억될 .. 2009. 1. 14. 21:29
다찌마와 리, 미스 홍당무, 모던 보이, 멋진 하루 - 섞어리뷰 다찌마와 리 (2008, 국내영화) 재밌을려고 노력은 많이 했지만 감각이 현 시대를 따라잡지 못 했다. 관객이 시간, 돈, 몸치장, 관심을 기울여 상영관을 기꺼이 찾았건만, 스크린으로 서빙된 요리가 시대착오적이다. 차분한 식탁 위에 두루마리 화장지가 놓였다. 현 시대는 웬만해선 국내 상업 영화에 화장실 개그는 관객을 끌어모으지 못 한다. 그런 류 재미는 UCC 파일로 인터넷 강국의 전용선을 타고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재미 없었다. 어떤 컨셉으로 어떤 영화적 의의를 담아 어떤 스타일로 연출하려는 의도였는지 알겠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영화는 영화다' 영화가 TV 연예오락 프로 정서를 차용해서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창조한다면 월등하게 차별되고 새로운 개그의 미학을 제공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 했.. 2009. 1. 9. 21:21
'비몽'의 감상은 비(悲)가 아니라 다소 비(非)다. - 비몽(悲夢 2008) 많은 내국인처럼 김기덕 감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평론가, 영화전문가들처럼 우러러보지도 않는다. 화려한 놀이공원, 만화경 대도시를 여행하는 느낌이 호두 한두 알갱이가 간간히 씹히는 익숙한 밀가루 빵이라면, 생소하고 낯선 지역, 건물을 돌아댕기는 여행은 일본 관광객이 한국에 처음 왔다가 가이드의 권유로 곱창을 처음 먹어보는 느낌일 것이다. 앞에 것이 보통 장르 영화라면 뒤에 것은 김기덕 영화다. 낯설지만 살펴볼 가치는 있는 존재란 뜻이다. 낯선 예술품이라고 특별히 더 봐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주식이 밥이라고 하루 세 끼 꼬박 밥만 먹을 수 없듯이 가끔 낯선 예술품을 탐험하는 것은 한편으론 너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틈을 내서 연인에게 요리를 해줬는데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솜씨물이 되어서 안스.. 2008. 12. 26. 21:11
2008년 개인적으로 뽑은 최고 영화 - 인투 더 와일드, 추격자, 다크 나이트 왜 이렇게 세월이 빠른지, 총알 탄 사나이가 거북이 되어 배경으로 스쳐지나간다. '이 세상' 이란 곳에 잠깐 여행 온 것 같다. 이 세상은 한낱 여행지에 불과하다. 먼저 운명하신 분들은 여행지를 훌쩍 떠나 어딘가 다른 여행지에 좋건 나쁘건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존재할 것만 같다. 2008년에도 어김없이 사회, 국가, 국제적으로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겠지만 나 자신과는 크게 상관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기적이겠지만 이 세상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다. 자신에게 의미있지 않다면 우주 전체가 의미 있건 말건 상관 없을 것이다. 누구나 깊은 인간의 내면은 동일할 것이다. 재밌는 영화는 언제나 이 세상 여행의 고단함를 풀어준다. 어루만저준다. 단지 아드레날린을 뿜어줘서만은 아니다. 컴퓨터 .. 2008. 12. 5. 19:08
고고70 - 촬영, 영상미는 최고였지만, 내용상 전반, 후반부의 부조화가 아쉽다. 70년대 국내 음악영화하면 익숙하게 '그런 내용이겠지'라는 식상한 상상을 비껴가지 못 한 것을 빼면 '고고70'은 영화적으로 잘 만들었다. 연출, 촬영, 영상미도 좋았고 지금까지 나온 국내영화 중에 라이브 공연 장면만을 따졌을 때 가장 좋다. 오직 아쉬운 점은 내용이다. 시나리오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앞장 섰고 초반부터 기분좋게 쌓아올린 상쾌한 분위기를 후반부에 상승시키지 않고 어두웠던 70년대 시대상을 너무 부각시켜서 영화적 재미를 떨어트렸다. 그런 패턴이라서 반드시 별로일 수는 없다. 취향 탓일 수도 있겠다. 주 관객층이 바뀌고 대중문화가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대 주 관객층의 감수정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황당한 결말일지 몰라도 초반의 유쾌하고 희망찬 분위기를 끝까지.. 2008. 12. 4.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