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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명량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12. 21. 19:33



2014년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니까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었다. 강한 이끌림에 의해서 봤다기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하니까 정말 특별한 뭐가 있나, 하고 호기심에 봤다는 말이 더 옳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려했던 것처럼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놀라울 정도로 출중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현시대 한국의 영화 제작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런 대규모로 이런 퀄리티까지 만들어냈다는 점에는 칭찬할 만하다. 아무튼 기존의 한국 작품들 중에서 대규모 해전을 이렇게까지 풍부하게 다뤘던 작품은 없었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발전에 확실히 일조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냥 순수하게 객관적인 입장으로, 필자가 한국 사람인 것을 떠나서 한국 영화에 주관적인 애정을 담지 않고 영화의 작품성을 평가하자면, 그냥 저냥 중간 정도의 작품성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도의 영화였다.   

  

작품성에서 마이너스가 된 점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기존의 수많은 관점에서 새로운 점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편으로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수많은 보통 관객이 본능적으로 (다소 아동용 위인전 애니메이션 같은) '명량' 영화에 빠져들었을 수도 있다. 한국 관객이 이 영화에 빠져든 것은 작품성 때문이 아니라, 현시대의 경제 상황이 대체로 좋지 않아 빠듯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남자들이 어렸을 때 골목을 마음껏 뛰어놀던 시절 소년의 파란만장한 마음으로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였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말해서, 70, 80년대에 '로보트 태권 V'가 흥행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관객들이 '로보트 태권 V'의 작품성에 빠져든 것이 아니라, 정말 유치하고 뻔한 내용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는 그 어떤 점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명량'에서는 그야말로 불멸의 위인으로 칭송받고 있는 이순신 장군에 자신을 감정이입하여, 마치 태권V에 탑승한 훈이처럼, 영화를 즐겼다는 얘기다. 이 영화 속의 이순신은 정말 터미네이터 같이 묘사되었다. 마치 대다수 평범한 한국 남자들의 마음 속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새벽의 별을 보고 출근하고 밤하늘의 달을 보며 퇴근하여 어떤 일이든지 열심히 일해서 박봉이라도 매달 집에 가져다줘야만 해, 라고 생각하며 자식들이 커서 원망하지 않을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하루 하루 자신의 색깔있는 자아를 내려놓고 (집안의 다락방 보물창고 속에 꼭꼭 숨겨놓고 출근하여) 현실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을 위로해주기에 터미네이터 이순신은 매우 좋은 영웅이었다고 생각된다.

  


대규모 전투 장면을 비록 CG를 많이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촬영하는데는 매우 노고가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영상만을 봤을 때는 리얼리티가 많이 떨어졌다. 실사로 표현된 애니메이션 느낌이 강했다. 한가지 예를 들면, 바다에 떠 있는 배 꼭대기에서 그 시대 조총으로 그 먼거리에 있는 타겟을 거의 정확히 조준해서 저격한다는 설정이 얼마나 만화적인 표현인가? 그 시대 전투에서 저격수라는 조총수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 같은 사정거리라면 숙련된 궁수가 훨씬 잘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조총은 파괴력이 활을 압도해서 (또한 그 총성으로 인한 공포감이 컷기 때문에) 그렇지 정확도는 활보다 훨씬 떨어졌다. 게다가 외부에 노출된 화약에 발화를 해서 발사하는 조총을 굳이 수분이 많아 불발률이 높은 해상전에서 그렇게 많이 사용했을지도 의문스럽다. 조총이 많은 일본군이라 하더라도 해전에서는 활을 더 많이 사용해서 전투했을 것 같다. 또한, 다른 배들은 소용돌이에 말려들어가는데 주민들이 몇 대의 조그만 배를 타고 와서 잡아줬다고 해서 그 큰 배가 (일본 군함들과 박치기를 해도 거뜬이 이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고 중량감이 있는 배가) 끌려나올 수 있었다는 설정이 얼마나 만화적인 표현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조그만 배들마져 순식간에 빨려들어갔을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생략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작품성의 질감이나 깊이감으로 보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영화의 전투장면에서 장점은 영화의 거의 절반 정도로 길었지만 마냥 똑같은 전투가 계속 된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에 중국 모래 사막에서 대규모로 싸우는 국내 대작 영화 '무사'라는 영화에서는 비슷한 전투 장면이 계속 이어져서 지루했었다) 각각의 내용이 있는 여러 전투 형태가 계속 이어져서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리얼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몰입감이 떨어졌을 뿐이다. 

  

아무튼, 영화는 전투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중간에 졸기도 하고 멈추기도 했지만, 전투가 시작되고서는 그럭저럭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감동은 없었다.  

  

  

2014년 12월 2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