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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12. 18. 14:12



국내 제목만 봐서는, 불교 관련 다큐멘터리같은 내용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망설임없이 보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북미에서는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적이었고, 무엇보다 데이빗 핀처 감독만의 독특한 세련미를 느낄 수 있어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감상하게 되었다.    

  

물론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의 뛰어남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 영화에는 흥행에 성공했던 다른 영화들과 차별되는 그 어떤 세련미가 들어있다. 이 세련미는 디즈니적인 무엇도 아니고 헐리우드 대박영화의 전형적인 무엇도 아니고 한국인 특유의 보편적인 감수성의 무엇과도 전혀 다른 무엇이다. 게다가 그 세련미가 수많은 인간에게 그렇게 좋은 양질의 비타민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지만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미국에서 수년 동안 다양한 부유층과 잘 어울리며 살아보고난 후에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을법한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세련미라고 말할 수 있다. 보편적인 사람이 아닌 어떤 특별한 사람들의 심층적이고 어두운 측면을 냉철하고 심미적으로 그리고 간간히 냉소적인 유머를 가미하는 것도 놓치지 않고.

  

'데이빗 핀처' 감독의 최근작 '소셜 네트워크(2010)',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에서 느낄 수 있었던 독특함과 세련미가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 게다가 이 영화를 포함 세 영화 모두 공교롭게도 사운드트렉을 모두 '나인 인치 네일즈'의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와 '애티커스 로스(Atticus Ross)'가 담당했다. 배우가 감독의 페르소나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들 사운드트렉 뮤지션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OST 페르소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의 궁합이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개성 강한 거장들이 (각자 최고의 정점을 찍었던 시기를 지난 후)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낸 좋은 사례일 것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만을 따지고 보면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언젠가 봤음직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지금은 종영된 국내 TV 시리즈 '사랑과 전쟁'에서 한번 쯤 비슷한 인물과 이야기를 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같은 재료라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잘, 얼마나 탁월하고 뛰어나게 요리를 잘 하느냐가 중요하듯이, 이 영화도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잘 조각내고, 구성하고, 관객을 은근슬쩍 농락하면서 속이면서 이끌고, 흥미로움과 충격과 전율을 주었는지 그 예술적 완성도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비긴 어게인'처럼 보는 동안에도 보고 나서도 즐겁고 행복한 영화와는 정반대편에 속해있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언제나 좋은 일만 생기지 않는 것처럼 세상의 수많은 명작 예술작품이 한결같이 밝고 건강한 얘기만을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의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그린 작품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명작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도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일상생활 속에서 냉소적으로 표현했지만 군계일학의 출중한 작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어디서 본 듯한 흔한 이야기와 인물을 어떻게 자르고 옮기고 붙이고 새롭게 재배치하고 구성해서 좋은 작품으로 창작할 수 있는지를 공부할 수 있는 관점에서 매우 유용한 사례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Gone Girl OST - Sugar Storm


Gone Girl OST - The Way He Looks At Me


Gone Girl OST - Secrets




2014년 12월 18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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