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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1. 14. 19:12

  


워낙에 유명한 원작소설도 국내에 번역되어 있고, 스웨덴에서 제작된 영화도 있는데, 최근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만든 미국판 영화를 보았다. 영화 '렛미인(Let Me In)' 이후로 스웨덴 문화권 작품은 오랜만인데 비슷한 듯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았던 점은 전형적이거나 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이 평가 멘트 또한 너무 뻔하군.) 흔히 헐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패턴으로 펼쳐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힘겨운 예술영화라는 뜻은 아니고 확실히 장르영화의 재미를 제공하는 상업영화다. 전달되는 내용이 다소 많고 복잡해 보이기도 했는데, 전체적으로는 관객이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정도였고 화려한 액션이나 볼거리가 없는데도 흥미진진하게 보게 되는 재미 또는 매력이 있었다.


남자 주인공은 정직한 잡지기자 '미카엘(다니엘 크레이그 분)', 마치 궁지에 몰린 탐정의 옆에서 그의 행적을 지켜보면서 그를 지지하게 되고 감정이입되고 몰입이 되었다. 수많은 소설 또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기자 주인공 상일 것이다.

  

여자 주인공은 천재해커 '리스베트(루니 마라 분)', 극단적으로 불우했던 그녀의 과거를 알아가고 현재를 따라가는 것은 이 영화의 강력한 매력일 것이다. 미카엘을 통해서는 보편성과 소위 양지의 세계가 제공되고, 리스베트를 통해서는 특별함과 소위 음지의 세계가 제공되면서 영화는 (원작소설도 포함) 나름대로의 균형미를 이루며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었고 평단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매니아도 양산하게 된 것 같다.  


  

리스베트의 강하고 거친 여성상은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여성 헤로인 상이다. 단지 겉모습의 패션이 특이해서 (아마도 goth 또는 punk 패션) 만은 아니다. 실제로 현실에서 이런 패션을 한 여성과 마주친다면 '움찔'하게 되거나 접근을 꺼려할지도 모른다. 사실 알고보면 다 같은 사람이고 너무 눈에 띄지 않게 모나지 않게 코디하고 다니는 보통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다소 독특한 정도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렇더라도 친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리스베트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현재의 자유분방하면서 능력자에 속하는 삶에 관해서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므로 관객은 그녀의 과격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응원하게 되고 매료되는 것 같다. 관객이 이 영화를 재밌게 보고 말고의 관건은 리스베트라는 과격한 헤로인에게 매력을 느끼느냐 마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의 원작과 같은 국가인 스웨덴의 영화 '레미인(2008)'의 끝에서도 흡혈 본능에 충실한 여자 뱀파이어 '엘리'가 남자 주인공 '오스칼'이 죽음에 직면했을 때 극적으로 구해준다. 이와 비슷하게 이 영화에서도 남자 주인공 미카엘이 거의 죽게 될 순간에 (이것은 스포에 해당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 같은 거물 주인공이 그냥 무력하게 죽을 것 같은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리스베트가 과격한 헤로인다운 액션으로 미카엘을 구해준다. 그리고 범인은 국내 영화 '은교'에서 서지우(김무열 분)가 그랬던 것처럼 신의 계시같은 심판을 받는다.


결말 또한 인상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과격한 리스베트는 영화 레미인에서 엘리와 비슷하게 무자비한 여신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전 세계 남성 관객들이 (아무래도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거의 서구문화에 치중되겠지만) 리스베트에게 빠져드는 이유가 그런 면에 있는지도 모른다.

  

  

원작소설의 작가가 3부까지만 쓰고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하는데 매우 안타깝다. 이 이야기를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의 2편에 해당하는 'The Girl Who Played With Fire(2009)'의 스웨덴판 영화를 봤는데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1편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리스베트가 여주인공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다소 복잡하게 얽힌 듯한 이야기 전개를 감상하는 재미도 무시 못 한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영상미 만을 따졌을 때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가 훨씬 훌륭하게 느껴졌다. 스웨덴 영화의 영상미는 다소 밋밋하고 미지근한 편이다.

  

스웨덴 판에서 리스베트를 연기한 배우는 작년에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에서 여주인공 엘리자베스 쇼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Noomi Rapace)'였다. 아마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스웨덴 판 영화(2009년)를 보고 리스베트의 매력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개인적으로 프로메테우스에서 누미 라파스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독특하고 신선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물론, 미국판에서 루니 마라가 좀더 매력적이긴 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헐리우드에서 큰 인지도가 없었던 그녀를 자신을 대표하는 연작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013년 1월 14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