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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투 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1. 16. 14:27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여러 개의 로맨틱 러브 스토리를 종종 흔한 옴니버스식으로, 그러나 스파게티처럼 맛깔나게 비벼놓는 방식이 우디 앨런 감독의 최근 영화의 특징적인 기법일 것이다. 이것은 그의 작품 세계가 흥행성의 관점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꾸준히 계속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2008년에 '내 남자의 아내도 좋다(Vicky Cristina Barcelona)'부터 이런 기법이 두드러지게 사용되었다고 보여진다.


그 정점을 찍은 영화가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일 것이다. 전에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감상글을 적으려 했었는데 때를 놓쳐서 말았다. 20세기 초에 전 세계 문화의 중심핵이었던 파리에 거주한 거장 예술가들이 판타지적인 이야기에 녹아들어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엮어졌는데 이런 형태의 영화적인 재미를 처음 느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흥행성이라는 측면에 있는데 20세기 초의 서구문화권의 예술분야 거장들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관객들이 본다면 그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제작비 대비 엄청나게 흥행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관객이 10대, 20대는 아닐 것이고 30대 이상으로 예술에 관심이 있는 관객일 것이다. 만약 홍상수 감독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비를 넉넉히 투자받아 영화를 고급스럽게 만든다면 이런 유의 영화 스타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 영화 '투 로마 위드 러브(2012)'는 '미드나잇 인 파리(2011)'의 흥행 성공에 탄력을 받아 자타가 천재로 인정하는 우디 앨런 감독이 자신의 노쇠한 실력의 어떤 점이 최근의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는지 캐치하여 그 요소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만든 연작 시리즈(유럽의 대표 도시에서 벌어지는 옴니버스 로맨틱 코메디)라고 볼 수 있다. 2010년에 나온 '환상의 그대(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도 같은 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2008년, 내 남자의 아내도 좋다(Vicky Cristina Barcelona)  

2010년, 환상의 그대(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2011년,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2년, 투 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우디 앨런 감독의 최근작들인데 공통점을 끄집어낼 수 있다. 역사가 깊은 유럽의 고풍스런 어떤 도시가 공간적 배경이다. 여러 인물들의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가 스파게티처럼 섞여있는데 유머와 위트와 세태 풍자와 시대적인 냉소가 양념처럼 들어있다. 인물들의 전체적인 관점으로의 배경은 상류층인데 이들과는 이질적인 계층이나 직업에 종사하는 소시민 등이 등장해서 작은 갈등을 조성한다. 그러나 이것은 삶의 한 측면으로서이지 영화에서 크게 다루는 요소는 아니다. 이 영화의 핵심 타겟 관객측은 보수적이고 안정된 삶을 지향하는 상류층(감독도 여기에 속함)인데 그들의 마인드를 만족시켜주면서 그들이 살면서 겪었을 법한 사회적인 갈등들을 살짝 위트있게 지적해주는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연애에서 계층간의 또는 사고방식의 충돌, 서로 다른 정치적 소신의 충돌, 사회 계층간의 갈등, 이종 문화의 충돌, 고부간의 갈등 등등... 그러나 절대로 무겁지 않고 유머스럽고 재밌다. 단순히 코메디로 분류하기에는 고급스럽고 심오한 것도 포함하고 있다. 

  

'투 로마 위드 러브'는 전작 '미드나잇 인 파리'보다 이해하기 쉽고 훨씬 재밌다. 좀더 많은 대중들이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좀 다르게 생각하면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느낄 수 있는 예술 애호가들이 딱 자신을 위해서 만든 영화같은 특징은 없는 편이다. 그러나 전 세계 젊은 관객들도 매우 좋아하는 두 젊은 배우가 나오는데 그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로 전 세계 영화관객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기는 정말 독특하고 훌륭하다. 모르긴 해도 전 세계에서 비슷한 배우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 그렇게 연기를 하면 "저건 제시 아이젠버그를 따라하고 있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확실히 독보적이다. 키도 작고,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아니고, 헤어 스타일도 근사하지 않지만,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사회적으로는 소심하고 뭔가 잘 안 맞지만 내적으로는 강렬한 열정을 가지고 있고 나름 똑똑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를 대변하는 것 같다.  

 

연기파 여배우 '엘런 페이지'의 매력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섹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워낙에 섹시한 여배우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덜 섹시해보이는 것이지 미국의 일반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섹시하고 매력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이미지와 연기도 독보적인 매력이 있는데 순수해보이는 인상에서 세속적이고 실속에 예민한 인물, 그렇지만 천박해보이지 않고 고급스럽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의 인물을 잘 연기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이들 외에도 쟁쟁한 중견 배우들이 출연해서 흥미진진하고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탈리아의 송강호라고 할 수 있는 국민배우 '로베르토 베니니'가 만드는 판타지적인 유명인 소동은 정말 웃기고 재밌었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 나올법한 소재지만 우디 앨런 감독의 재능으로 가볍지 않게 유치하지 않게 영화에 잘 녹아있었다. 더불어 샤워기를 틀어놓아야 비로서 테너로서 뛰어난 열창을 하게 되는 에피소드도 매우 흥미진진한 재미를 제공했다. 어떤 측면에서 상류층의 또는 예술의 아카데미즘을 냉소하는 측면도 있는데 그것이 그렇게 심각하게는 아니고 그냥 슬적 생각하고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정도여서 좋았다. 

  

우디 앨런 감독이 오래 살아서 최근 연작 시리즈 같은 영화를 계속 만들어주면 더할나위 없이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1월 16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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