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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용의자x(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12. 29. 12:23



  

일본 원작을 본 적은 없고 순수하게 국내 영화만을 보고 적어본다.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확연히 끌리는 영화적인 소재는 아니었다. 이야기 소재가 재밌어 보이지 않았다. 수학을 잘 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수학 천재 주인공의 활약상이라니... 기대감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높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어서 감상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말부분을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신파적인 감상으로 늘어뜨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멜로 장르도 아니었는데 순수하고 깊은 멜로의 결말이였다.


  

그냥 립서비스는 아니고 주조연들의 연기가 좋았던 점이 영화의 높은 완성도에 큰 공헌을 했다. 특히 배우 류승범은 세월이 흘러 어느 덧 청춘 배우를 벗어나 중견 배우의 자리에 본의아니게 설 수 밖에 없었을 텐데 이 영화를 통해서 트랜드나 이슈몰이 없이 순수한 연기력만으로 영화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류승범 하면 떠오르는 트레이드마크적인 캐릭터가 있다. 그 캐릭터가 특히 젊은이들에게 매우 독특하고 인상적이고 강렬해서 오래동안 약간의 변형만을 가해서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활용해도 대중들이 즐기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는데, 급변하는 엔터테인먼트 생태계에서 한발 빠르게 스스로 변화를 꽤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 시도가 이 영화에서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보여진다.

  

이요원, 조진웅 배우의 연기도 매우 안정되고 좋았다. 다만, 이야기 속에서의 화선(이요원 분) 캐릭터가 전형적이고 평면적이고 보수적이어서 영화적으로 빨려드는 매력 포인트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민범(조진웅 분) 캐릭터도 전형적인 인간적인 형사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물론 전형적이다,라는 점이 문제될 일은 아니다. 요즘 같은 현대 사회에서는 20세기와 달리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취득하지 않고는 매우 힘든 소셜 생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편성 속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무엇, 아마도 이것이 21세기 지구촌락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이 취득해야할 미덕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이야기에서는 전형적인 캐릭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치밀하고 진중한 이야기에 어울리는 적절한 캐릭터였다고 보여진다.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얼핏 든 상상은, 석고(류승범 분)와 민범의 엎치락뒤치락하는 범죄두뇌게임이라는 신선한 재미를 기대했었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 재반전... 결국 석고의 수학적인 치밀함과 머리카락만한 행운으로 민범과 경찰의 수사력을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화선과 조카를 데리고 안전한 어딘가로 잠적하는데 성공하는 픽션적인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그 치밀한 두뇌게임이 기대했던 것보다 풍부한 재미를 주지 못 했다. 어쩌면 상영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 거란 생각도 든다.


치밀함의 재미가 고조되긴했지만 활활 불타오르지 못했고, 민범이 엉킨 실타래를 친절하게 풀어주듯이 설명해주고, 신파적인 멜로의 결말로 급선회한다. 이 점이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라고 느꼈다.

  

그래도 신파적인 멜로의 결말이 나름 괜찮았다. 이 영화의 완성도에 누를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심금을 울리는 감동도 있었다. 다만, 그것이 영화 전체적으로 총체적인 관점에서 밀려온다기 보다는 어느 부분, 전형적인 멜로라인에서 밀려오는 일부분이란 점이 아쉬웠을 뿐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게 참 어렵다. 까다롭다. 그러나 좀더 높은 경지의 영화적인 감동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분명히 괜찮게 잘 만든 영화였는데 약간의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개인적인 생각에, 석고는 입체적이며 흥미로운 인물이었지만 그 외 인물들이 좀더 전형적이지 않았더라면, 좀더 신파적이지 않은 결말이었더라면, 좀더 감상적이지 않고 쿨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좀더'의 차이는 매우 미묘하다. 시대에 따라 사람의 취향이나 기질에 따라 각양각색일 것이다. 어떤 관객은 현재 상태에 매우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2012년 12월 29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