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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도둑들(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1. 24. 19:49



도둑들(2012)


2012년에 가장 흥행한 한국형 블럭버스터라고 말할 수 있고 재미라는 측면에서 수많은 국내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충분히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국내에서는 제법 큰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모난 돌을 너무 흥행을 의식해서 두리뭉실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동훈' 감독의 이전 작품 '전우치'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아무래도 초창기 작품 '범죄의 재구성(2004)' 같은 정교하고 오소독소한 구성이 돋보였던 영화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흥행 때문에 다른 감독이라도 뽀족한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깊은 감동은 없지만 - 이 영화의 목표는 액션 어드벤처라고 볼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한편, 이정재는 이 영화에서 약간 비열하고 찌질하고 기회주의적인 '뽀빠이'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이정재가 한참 청춘스타였던 최고정점 이후에 연기한 인물 중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소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남자 배우로서 욕망과 목표와 흥미가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인물인 것은 인지상정일텐데, 한 사람의 관객의 입장에서 이정재가 최근의 몇몇 영화에서 목소리를 무겁게 깔고 나와서 연기했던 남성미적인 인물들이 어딘지 모르게 완성되지 않고 덜 숙성된 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인물처럼 느껴졌었다. 그것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없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뽀빠이'는 정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매끄러웠다. 실제로 배우 이정재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는 전혀 모른다. 다만, 한국영화에서 흔한 한국형 남성미를 발산하는 인물보다는 도둑들에서 '뽀빠이'처럼 독특한 특징이 있는 인물이 훨씬 잘 어울리고 관객이 인물에 몰입할 수 있는 것 같다. 만약,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를 국내 배우가 연기한다면 이정재의 연기가 의외로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많은 관객이 느꼈다시피 전지현의 매력이 돋보였던 영화였다. 이기적이고 똑똑하고 얄밉게 행동하는 여자, 그러나 강하고 중독성 있는 여성적인 매력을 지녀서 남자들이 외면할 수 없고 빠져들게 만드는 '예니콜'. 그런데 이 인물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든다. 그것도 최동훈 감독의 이전 영화에서....


'범죄의 재구성(2004)'이라는 최동훈 감독의 출세작에서 서인경(염정아 분)이라는 인물의 성격과 매우 닮았다. 쉽게 말해서 예니콜이 서인경의 젊은 시절의 성격이라고 생각해보면 닮았다고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최동훈 감독이 무의식적으로 좋아하는 또는 매료되는 여성 타입이 '서인경=예니콜' 같은 여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두 영화 모두 자신이 각본과 연출을 했으므로 자신의 의식적인 또는 무의식적인 무엇이 영화에 투영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반면, 김혜수가 연기한 '팹시'라는 인물은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통계적으로 무난하게 여러 남자들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여자로 볼 수 있다. 예니콜이 팜므파탈이라면 팹시는 음지 세계에서 유명한 여자 선임하사 이미지로 볼 수 있다. 대원들, 잔챙이들이 무섭고 두려운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다가 다소 마음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계층은 윗사람에 속하지만) 마치 교회누나 또는 중고등학교 간호선생 같은 인물 말이다. 이 영화에서 팹시보다 예니콜이 좀더 매력적으로 보여진 이유 중에 하나는 감독이 무의식적으로 좋아하는 여성 취향이 예니콜이기 때문인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이 영화는 이전과는 다른 배급 방식으로 상영해서 크게 흥행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후에 그 배급 방식은 종종 다른 영화에도 사용되고 있다. 똑같지는 않지만 도시의 골목마다 있었던 구멍가게가 멸종하고 소규모 개인 제과점이 폐업하게 된 원인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이것은 현대문명사회의 옥의 티 또는 어두운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수정되거나 개선될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일본과 미국의 프로야구가 그렇듯이 고교야구, 마이너 야구, 리틀 야구가 숨을 쉴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메이저 야구도 오래동안 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영화, 대중음악, 다른 분야도 동일한 생태계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파워를 거머쥔 사람들이 생각하면 좋겠다.

  

  

2013년 1월 24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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