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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회사원(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1. 26. 19:42

  

  

개인적으로 감동과는 별개로 오락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선택할 때 이런 컨셉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현대도시, 칼질보다는 총질, 보스나 왕은 조연이거나 배경이고 어떤 졸개가 주인공, 현대문명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은근슬쩍 비평해주는 센스의 메시지.  

  

처음에 이 영화의 홍보영상을 봤을 때 매우 재밌어 보였었다. 겉으로 보기엔 완전히 흔한 보통회사인데 실상은 살인청부회사이고 이곳의 일개 회사원이 펼치는 이야기와 액션. 현대사회의 회사를 슬쩍 비판하는 메시지도 있을 것 같은 홍보문구...

  

간단히 말하면, 영화를 급조해서 만든 느낌이 들었다. 대사는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치더라도 이야기 자체가 덜 숙성된 느낌이 들었다. 겉으로 보여지거나 숨겨진 이야기가 훨씬 더 있어야 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95%에서 영화를 찍어야한다고 가정했을 때(개인적인 생각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완성도는 75% 정도라고 생각된다.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줄만한 하부 이야기가 더 있어야 했고,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좀더 깊이가 있어야 했고, 장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만들지의 고민을 더 했어야할 필요성도 보였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영화의 컨셉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현재 시점의 영화가 들어가야할 심연의 경지, 올라가야할 외양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상태로 영화를 만들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기획자, 제작자의 실수일 것이다. 좀더 시간과 열정과 인내를 투입했어야 했다. 또한 이 영화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좀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서 좀더 훌륭한 총질 액션을 보여줬어야 했다. 총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 너무 빈약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적은 제작비 때문에 영화가 아쉬웠다는 뜻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컨셉은 매우 달콤했는데 숙성이 덜 됐다는 표현이 가장 근접한 표현일 것이다.

  


아무래도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국내관객들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을 떠올렸을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매우 다르지만 전체적인 골격은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는 원래 큰 틀에서의 이런 스토리가 매우 흔한 편이다. 사극과 현대극을 통틀어서 말이다. 

  

이병헌의 인지도 공헌도 없지 않지만 '달콤한 인생'은 서구문화권에서도 널리 인정받는 영화다. 그러나 국내에서 흥행성적이 썩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에 클라이막스에서 그때까지 고조되었던 감정과 울분을 속시원하게 털어버릴만큼 통괘한 액션이 없었기때문인 것 같다. 뭔가 크게 터질 것 같은데, 관객은 그것을 은근히 기대했는데, 다소 소박하게 의미심장하게 운치있게 재즈바의 음악처럼 끝났다. 

  

통쾌한 액션의 강도는 단순히 쏟아부운 총알의 개수와 폭발에 사용된 화약의 양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원'에서도 그렇고 '달콤한 인생'에서도 놓친 매우 중요한 액션 관련 장면의 패턴이 있다. 이것은 매우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패턴이다. 적어도 액션 장르에서는 이것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그것은 수평과 수직의 법칙이다. (이것은 필자의 생각이다)

  

영화 전체에 걸쳐 중요한 액션 장면이 몇 개 나오기 마련인데, 이들 중에는 반드시 수평을 위주로 한 것과 수직을 위주로 한 것을 포함해야한다는 법칙이다. 좋았던 액션 영화를 살펴보면 십중팔구 이 법칙을 포함하고 있다.


'달콤한 인생'에서는 거의 다 수평 액션이고 수직의 액션이 없다. 클라이막스에 넣었으면 매우 효과적이었을 수직 액션은 선우(이병헌 분)가 보스의 호텔에 도착해서 식당에서 문석(김뢰하 분)을 처치하고 그 다음에 바로 보스가 식사하는 바(bar)로 이동하는데, 그 사이에 계단을 통해 올라가거나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서 부하들과 흥건한 총격전을 벌였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즉, 수직 액션을 생략했다. 한편, 이런 시퀀스는 서구문화권에서 매우 중요한 중세 기사 로망스에서 납치된 공주를 구하기 위해 성의 고층으로 올라가면서 적과 싸우는 장면과 일맥상통한다.

  

'회사원'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이 복수하러 회사에 들어갔을 때 1개 층에서의 신명나는 총격전은 좋았지만 그것이 세련되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무엇보다도 수직을 위주로하는 액션이 없다는 점이다.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계단에서의 액션이다. 그럴려면 카메라 위치를 잡는 것도 힘들고 확실히 수평씬보다 촬영하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생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수직 위주의 액션이 반드시 계단에서의 액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어떤 고공에서의 액션은 '잠깐 실수로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관객에게 인식시키므로 그것 자체가 수직을 사용하는 액션이다. 사실 수평 보다는 수직에서의 액션이 좀더 강렬하고 진하다. 수많은 영화에서 와이어를 착용하고 나무 위를 건너 뛰거나 건물 외벽을 오르락 내리락 힘겨운 촬영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이 강렬한 흥분을 조장하지 않는다면 그냥 평지에서 찍고 말지 굳이 힘들게 촬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회사원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컨셉도 좋고 캐릭터 설정도 괜찮았는데 그것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 한 격이다.

  

  

2013년 1월 26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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