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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반창꼬(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2. 5. 22:49


  


종전까지의 한국 영화와 비교해서 특징이라면 영화가 무게감이 있다는 점이다. 로맨틱 멜로 장르의 한국 영화 치고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 제작된 것 같다. 영화의 색감도 뽀시시하고, 카메라 무빙도 섬세하면서 스케일이 역동적이고, 무엇보다 배경이 되는 수많은 소품의 비용이 어쩌면 국내 영화 사상 로맨틱 멜로 장르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만약 이 영화를 지금처럼 투자하지 않고 소박하게 만들었으면 이런 고급스럽고 색다른 감수성의 멜로의 느낌이 나지 않고 약간 튀는 정도의 영화로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모든 영화가 거의 그렇지만 특히 멜로 장르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비중이 엄청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가치관의 여주인공 '미수'(한효주 분)가 감정적으로 점점 성장해서 진실된 사랑을 찾고 가치관의 변화도 겪게 된다. 과거 신성일 배우의 대표적인 인물 같은 느낌의 마초남 '강일'(고수 분)은 술에 정신줄을 놓았을 때를 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다지 변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10시에 하는 드라마의 경우에 여자 시청자한테 인기있는 남자 캐릭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특히 대박을 친 드라마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공공의 적과 같은 그런 남자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강일은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마초적이고 무뚝뚝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지 잘난 맛에 사는 성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이 영화가 '허트 로커(Hurt Locker)' 같은 리얼리티적인 전쟁영화라면 강일의 인물상은 매우 매력적이다(허트 로커 주인공과 강일의 성격은 어느정도 닮아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대 여성들은 전부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강일 같은 스타일의 남자에게 강한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강한 남자는 좋지만 그 강한 것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강일의 인물상은 현대에 국내 여성 관객들에게 전폭적으로 지지받는 타입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도 이 영화가 좀더 큰 공감 또는 흥행을 불러일으키지 못 한 이유로서 필자의 생각이지만 남자 주인공 캐릭터 설정에서 조준이 약간 어긋났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외에는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의료사고라는 사회적인 문제도 슬쩍 꼬집어 주는 진지함도 있고 후반부에는 진심으로 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미수의 활기차고 현실적인 성격은 많은 남자들이 매료되었을 것 같다. 전반에는 너무 오바한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어느 순간 미수라는 인물한테 설득이 되더니 후반에는 미수에게 매료되어 빠져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편, 어떤 여자 관객은 오히려 강일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빠져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영화의 완성도에는 누가 되지는 않지만 옥의 티가 있다. 종반부에 미수와 강일이 만나려고 서로 다른 지점에서 길거리를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화면의 우측에(미수의 컷, 강일의 컷 동일) 엑스트라 여자 시민이 걸어오는데 공교롭게도 주인공의 전방에 위치해있고 카메라와 매우 가깝다. 이 엑스트라 여자가 같은 인물이다. 긴 생머리에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갸우뚱하고 분홍색 손가방을 쥐고 있다. 이 엑스트라는 다른 장면에서도 카메라에 근접한 위치에 나오는 경우가 또 있었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 몰입에 방해가 되는 섬세하지 못한 옥에 티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의 장점 또는 진보는 멜로 장르에서 주변의 요소들을 단지 벽에 붙인 브로마이드 정도로 취급하는게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정교한 인테리어 또는 실물을 사용함으로서 영화가 고급스럽고 묵직하고 진실되게 보이고 현실적이게 인식되어서 감상하는 느낌이 좋았다는 점이다. 같은 떡볶이, 순대, 오뎅국을 먹어도 식당이 위치한 주변 경관과 인테리어가 어떻게 다르냐에 따라 그 맛은 매우 다른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2013년 2월 5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