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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홀리 모터스 (Holy Moters 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2. 5. 18:47


  

세상의 모든 영화를 다 본 것은 아니라 단정할 수 없지만, 이런 형태의 영화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거의 하루 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동안 주인공 오스카(드니 라방 분)는 리무진에 몸을 싣고 파리를 돌아다니며 일종의 미션들을 수행한다. 그런데 그 미션은 완전히 리얼리티라고 볼 수도 없고 어느 정도 판타지가 섞여있다. 이것은 얼마 전까지 드물게 유행했던 실시간을 보여주는 영화에서 한발짝 더 진보한 형식미라고 볼 수 있다. 실시간이라고 해서 거기에 보여주는 장면들이 반드시 리얼리티적일 필요는 없다는 형식미 말이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판타지를 내비치는 것은 아니고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판타지가 섞여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문뜩 떠오른 아이디어인데, 사극 또는 판타지 이야기를 거의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영화도 재밌을 것 같다. 긴박감을 위해서 궁궐안, 장안, 성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여야 좋을 것이다. 후반에는 구미호, 용이 출연해도 재밌을 것 같다. 사극이니까 판타지니까 실시간 영화에서 용이 나온다고 해서 이상할 이유는 없다. 

  

다시 영화 감상글로 돌아가서, '레오 까락스' 감독의 '뽕네프의 연인들'은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널리 사랑받는 영화다. 단적인 예로 먼 옛날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잠깐 비디오 대여점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일이 있었는데 가게주인이 손님이 찾지 않는 비디오를 정리해서 처분하는 일이 있었다. 대부분 신작 위주로 대여되는 것이 현실이라 출시된 지 좀 지난 테이프는 창고로 향하거나 중고로 팔릴 신세였는데, '뽕네프의 연인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간간히 빌려보는 고객이 있다는 얘기다. 덧붙여 가게주인은 말했다. '뽕네프의 연인들'은 좋아하는 손님도 많고 싫어하는 손님도 많다고.

  

필자는 '뽕네프의 연인들'을 꽤 좋아했었다. 그 이후에 레오 까락스 감독이 만든 영화에 관심을 가졌었지만 다작을 내는 감독이 아니었고 영화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다. '나쁜 피(1986)' 정도가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신작 '홀리 모터스'는 비록 젊은 연인들의 순수한 러브 스토리는 아니지만 이색적인 신선한 풋풋한 독창적인 영화라서 보는 내내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다. 뭔가 상징하는 것이 있을 듯한, 뭔가 암시하는 것이 있을 듯한데 그것이 확연히 들어나지는 않고... 그렇지만 그냥 낯선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밌었다. '역시 레오 까락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볼 수 있는 '드니 라방' 배우의 연기도 일품이다. 어떤 면에서 영화의 이야기가 실제 그의 현재의 삶을 극적으로 각색한 것은 아닐까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르긴 해도 요즘 같은 시대에 영화 속의 홀리 모터스 같은 회사가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게 말이다.   

  

러브 스토리도 아니고, 다소 노골적인 성인용 장면들도 있고, 전통적인 형식의 이야기 방식도 아니어서 보통 국내 관객들에겐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좀더 다양하게 깊게 보는 관객들에겐 나름 신선하게 독특하게 흥미롭게 감상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일반 관객이 싫어하는 주제로 논문을 쓰거나 세미나를 한다면 이 영화에서 언급할 부분을 찾을 수도 있는 독특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2013년 2월 5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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