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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26년(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1. 25. 22:37




26년(2012)

  

강풀의 원작 만화를 보지않고 영화를 봤는데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전달하려는 주제의식이 확연히 들어나보이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픽션이지만 매우 진지하고 묵직하고 처절한 분위기로 만든 것이 득이였을지 실이였을지 판정하기 힘들지만, 이 영화가 위로하고 싶은 관객층을 확실히 위로하는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보여진다.


지금까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해서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직접적으로 주제의식을 들어낸 상업장르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닌 픽션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충분히 참신한 작품이였고 가치있는 시도였다고 보여진다.


초반에 애니메이션 시퀀스는 퀀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Kill Bill)'에서 사용되어진 것과는 전혀 다른 색채와 분위기지만 전달하려는 감정의 측면에서는 그에 비견될 정도로 심금을 진동하는 느낌을 전달하는데 성공적이었다고 보여진다.


후반부에 클라이막스라고 볼 수 있는 장면에서 인물들이 의미심장한 대사를 마구 쏟아내면서 결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지연시킨 연출 의도는 관객으로 하여금 안타까운 감정을 고조시키는데는 성공적이었지만 이런 장르의 현대영화가 제공할 법한 세련된 여운, 아련함, 통쾌함, 카타르시스 등은 다소 감소되었다.   


한편, 홍일점 한혜진의 딜레마가 느껴졌다. 심미진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의 심리상태로 추측해 볼 때 평소에 다소 부시시하게 외모 따위에는 신경 안 쓰고 지낼 것 같은데, 얼굴이 매우 깨끗하고 곱게 표현된 것 같았다. 그렇다고 톱스타 여배우가 어떤 사건이 터지지 않은 평소에 너무 현실적으로 부시시하게 나오는 것이 픽션 영화를 감상하러 온 관객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심미진이 평소 얼굴을 매우 깨끗하게 신경쓰고 다닌다는 개연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고운얼굴과 부시시함 사이의 어느 지점을 선택해야할지 톱스타 여배우만이 갖는 공론화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고민일 것 같다.



여담이지만, 전달하는 감동이 비슷한 외국영화가 있었다. 어렸을 때 그러니까 80년대 후반 또는 90년대에 텔레비전의 주말에 방송해준 영화로 봤던 '새벽의 7인(Operation Daybreak, 1975)'이다.


연합군의 비밀요원이 독일군 고위장교를 암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과 그 결과에 관한 이야기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영화다. 영화 '26년'과 비교하여 '새벽의 7인'에서는 비록 임무를 완수했지만 후반부에는 체포되는 과정에서 매우 안타까운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 당시에는 꽤 세련된 느낌의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반면에 '26년'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임수를 완수하지 못하고 한을 풀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영화를 여가 이상으로 관람하는 사람에게 유익할 것 같다.

  


2013년 1월 25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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