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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애마부인(1982),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1981)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3. 13. 14:15

  

아주 어렸을 때 지금은 깨끗히 재개발된 동대문구 동마장 버스터미널 부근에 살았다. 때문인지는 몰라도 왠만한 벽에는 흔히 영화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80년대 국내 19금 영화는 그래서 낯설지 않다. 그 당시에는 어렸을 때라 포스터만 보고 호기심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과 포스터는 어렴풋이 기억날 듯 말듯 한데 내용은 최근까지도 몰랐다. 최근에 80년대 19금 국내영화를 보는데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애마부인(1982)  

  

포스터에서 상상되는 내용과 실제 영화의 내용은 차이가 크다 ^^


지금이야 조금만 노력하면 야동을 볼 수 있는 시대지만, 1982년에는 외국영화 또는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로 만족해야했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이 정도 영상도 파격적이었고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는 것을 감안하고 봐야할 것이다. 그 시대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본다면 1980년대 유명한 19금 영화는 정말 지루해서 못 볼 것이다. 실제 장면이 에로틱하다기 보다는 분위기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적인 정서와 시대상이 깊게 깔려있다는 점이 큰 의미이며 장점일 것이다.

  

애마부인의 이야기는 요즘으로치면 금요일밤에 하는 '사랑과 전쟁'에 많이 나올 법한 이야기다. 사업과 술에 빠져있고 부인을 사랑해준 것이 언제였던가를 한참 헤아려봐야하는 남편은 심지어 젊은여자와 외도를 하다가 애마부인에게 들키기까지 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되찾으려는 책가방 끈이 긴 애마부인은 도자기를 굽는 연하남과 로맨틱하고 순수한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반성한 기미가 보이는 남편과 젊은 연하남과의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을 하는데... 결국에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는 통속드라마처럼) 남편을 택한다. 그러나 남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영화 초반의 삶이 반복되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애마부인은 중년부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그 당시의 시대상에 맞게 (그 당시 일반 관객들이 자신의 인식의 굴레를 실제로는 뛰어넘지 않고 상상만으로 공감할 만큼) 잘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여담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지금처럼 여자의 겨드랑이털에 신경쓰지는 않았던 시대였던 것 같다. 이 영화 속에서 조차 여자의 겨드랑이털이 무심결에 보여지기도 한다. 


마침 오늘 애마부인 관련 짧막한 정보가 있기에 링크를 걸어놓는다.

http://news.ichannela.com/enter/3/06/20130313/53662106/1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1981)   




이 영화는 여배우 정윤희를 전면에 내세워 만든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 초반에 마치 아담과 이브가 되어 자연으로 회귀하자는 듯한 메시지의 영상미가 인상적이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수족관에서 수중촬영할 여건도 안됐을 것이다. 계곡의 깊은 연못에서 직접 수중촬영한 장면이 훌륭했다. 엄지손가락만한 물고기들이 엑스트라로 출연한 셈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초반의 자연주의 영상미처럼 순수한 로맨틱은 전혀 아니다. 아마도 80년대에는 순수한 로맨틱만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한 시대였고 그것이 영화에 투영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보여진다. 그만큼 개인의 삶에 대한 여유로운 행복추구 같은 생각을 어떤 예술작품에 투영할 겨를이 없었던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6.25 전쟁으로 고아가 된 두 남녀(부모는 다르다)를 살아남은 군인(황해 분)이 홀로 키웠는데, 나중에(영화에서 현재) 두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고, 그것을 '남매가 사랑하는 금지된 사랑'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반대하는 아버지와의 극단적인 갈등이 핵심 이야기다. 어떤 의미에선 반전영화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전쟁으로 인해 불행해진 전후세대들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한편으론, 그 당시 국내 정치 상황을 비판하는 암시를 넣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예상되는 대로 그 시대의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비극적 결말로 치닫고 친절하게 대사로도 설명도 해준다. 이야기의 중간에 인습에 구해받지 않고 보헤미안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고 대비시켜서 등장시킨 인물 숙(김형자 분)의 감초 연기가 대사를 많이 하지 않는 두 남녀 주인공의 심심함을 시원하게 역동적으로 달래준다. 때문에 두 남녀 주인공과 아버지 사이의 고뇌, 갈등, 의지 등등이 약하게 표현되었는데 그로 인해 이야기적으로는 탄탄하지 못했지만, 관객이 흥미롭게 감상하기에는 숙이란 인물이 요긴했다고 생각된다.  


분위기적으로 영화 초반에는 매우 좋았다. 그 여세를 끝까지 몰고가지 못 한 점이 아쉬웠다.  

  

2013년 3월 13일 김곧글(Kim Godgul)